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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의사세요?

뻔뻔함

by Aheajigi

어깨 통증으로 한의원에 이틀 간격으로 누워있다.

한 노인이 요란하게 등장한다. 의사 칭찬을 잔뜩 늘어놓는 것이 뭔가를 위해 밑밥을 까는 것이 아닐까 했다.

미사여구 뒤에 따라오는 본심이 몇 분 뒤 드러났다.


"허리 염좌로 진단서 써주세요. 그래야 실비보험 받을 수 있어요."

의사는 아직 치료행위를 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자가진단을 하는 그가 의사인가 싶었다.

우린 언제부터 환자가 의사에게 병명을 요구하는 비뚤어진 세상에서 살게 되었는지 한숨이 나왔다.


노인이면 살만큼 살았을 텐데 어쩌면 저렇게 염치도 도덕성도 가뿐히 버려두고 다니나 싶었다. 교양있는 척 목소리톤을 조절하려 애쓰는 모습이었으나 커튼너머 들려오는 그의 말은 시궁창 바닥이었다.


의료비 과다청구로 현재 실손보험은 그 보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저들과 같은 늙은 뻔뻔한 이들 덕에 그들의 손자뻘 세대들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것이다.

늙으면 기력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염치도 사라지나 싶었다.


'저리 늙지는 말아야지!'

오늘을 늙음으로 물들이는 그들에게 내가 한 수 배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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