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도 아끼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받은 작은 배려나 진심이 느껴지는 행동에는 꼭 마음을 전하려 한다. 고맙다는 말은 내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말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안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내가 오래도록 지켜온 태도이며 습관이고, 어느새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심으로 닿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마음 깊이 고마운 마음으로 한 말인데, 그 말이 겉돌고, 그 마음이 단지 형식적인 인사처럼 흘러가 버리는 것을 마주할 때면 속이 허전하다. 말은 분명 전했지만, 그 말이 닿지 않았다는 느낌. 고마움을 전하려 했으나 전하지 못한 듯한 그 묘한 어긋남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어떻게 해야 진심이 닿을까.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어떤 눈빛으로 바라봐야, 어떤 행동으로 이어가야 고맙다는 말이 상대에게 고맙게 느껴질까. 고마운 마음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고 그냥 ‘예의 있는 사람’ 정도로만 해석될 때가 있다. 진심은 분명 내 안에서 일어났고, 그 감정은 거짓이 아닌데도 그 마음이 허공으로 흘러가 버릴 때, 말이라는 것의 한계를 느낀다. 마음이 무거울 정도로 고마운 순간에도, 말은 가볍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한다.
내가 신경 쓰고 공을 들여 표현한 고마움이 그냥 의례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때면, 사람들 사이에서 진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전달되기 어려운지를 체감한다. 고마운 마음이 반복되는 인사처럼 들리지는 않을까, 고맙다는 말이 너무 흔해서 가볍게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망설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하는 것이다. 진심이 닿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계속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고마움을 말하는 이유는 나의 예의를 위해서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내 안에서 고마움이 일어났고, 그 감정을 전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그래서 나는 표현한다. 그게 얼마나 작든, 일상적이든, 누구에게는 별것 아니게 들릴지라도.
요즘은 오히려 형식적인 고마움이 진심을 갉아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말하는 고맙다는 표현, 사회적 예의로 반복되는 감사의 말들, 혹은 손해를 피하기 위해 나오는 고마움의 포장들이 진짜 마음을 흐리게 한다. 누군가가 진심을 담아 전한 고마움조차도 그런 말들 속에서 뒤섞이고, 빛을 잃는다. 그래서 더 신중해진다. 나는 진심 없이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고맙다는 말을 할 때, 마음이 따르지 않으면 그 말을 아낀다.
나는 오늘도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이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마음이 비록 지금은 닿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가닿을 것이라 믿기에. 말이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 시작이 될 수 있기에. 고맙다는 말은 언제나 시작이다. 그 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은 결국,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겠다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는 오늘도, 고마웠다는 말을 아끼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