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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교도서관 Aug 26. 2023

중1 아들의 첫 교제와 결별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1

1편 하겐다즈의 숨은 의미

올해 중1이 된 큰아이는 마른 체형과는 달리 예민하지 않고 유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초 1 때는, 반 남자아이들 15명이 모두 참여하는 축구팀에도 끼지 않는 단 2명에 속할 정도로

과격한 몸싸움보다는 앉아서 하는 목공이나 만들기 혹은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다



축구를 안 하니 방과 후 놀이터에서 같은 반 여자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많았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난 후 귀갓길은 매번 결혼한다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급기야 몇몇 여자친구 엄마들에게서 "사위" 소리를 듣게 됐고

나도 합세하여 

"아이고 사돈 ~~ 알림장 좀 보여주세요~ " 하며 농을 하곤 했다






그때 친해진 엄마들 몇 명과 참 편하게 어울려 지냈다

아이 플레이데이트는 엄마들끼리 맞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데 

서로 간 참 수더분하게 잘 어울려서 

이내 반찬도 나눠먹고 숙제도 같이 시키는 공동육아처럼 의지하며 지냈다



공동육아 덕분에 나도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공부하는 동안, 아이 돌봄에 구멍이 생기지 않으려 

큰아이 하교 후 촘촘히 학원 뺑뺑이 스케줄을 계획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돌방상황의 돌봄이나 오후 간식, 다음날의 급한 학습준비물 등

저학년인 아이에게 엄마가 챙겨야 할 일이 생긴다



친정이나 시댁 두 곳 모두 도움을 주실 수 없는 환경에서 

'돌봄과 작업'(돌고래출판사 정서경외)의 막막하고 험난한 계절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이웃 천사들의 도움으로 

1년 반 만에 문헌정보학사를 취득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빈자리를 찐득하게 메꿔주는 이웃 이모들과 

형제자매처럼 지내는 친구들 덕분에 

안정감과 행복감을 누린 유년의 추억이고

나에게는 인생 후반기를 시작할 굵직한 이력이 생긴 값진 시기였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친하게 지내던 이웃들과 헤어져 이사하게 된 후 연락이 뜸해졌고 

우리 아이에게는 이웃사촌으로 지내던 편한 여자사람 친구들이 사라져 버리게 됐다






어느덧 6학년이 되어 외모에 눈을 뜬 아들은 파마를 해달라고 했다

파마약을 한 번도 흡수해보지 않은 순결한(?) 머리카락은 고작 일주일 만에 웨이브가 다 풀려버렸는데 

그럼에도 그 머리스타일이 "쿨"해 보인다는 이유로 6만 원을 들여 일주일 만에 또 파마를 했다 




일명 차은우스타일 가르마파마 덕분에 아들은 약 98.5% 정도.. 차은우를 닮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바나나와 인간의 DNA가 약 50% 일치하고, 침팬지와 인간이 98% 정도 일치한다고 하니 

차은우와 약 98.5% 닮았다는 것은 챔팬지와 차은우 사이의 모든 인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노여워마시라 -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주셔야 합니다(급 존칭)




그렇게 외모에 눈을 뜬 아들은 중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평균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보다 마르고 작은 키 때문에 98.5% 차은우를 닮았다 하더라도 

당연히 반에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입학 후 한동안 교실 내 주변인으로 지내다 용감하게 반장선거에 출마하여 

드디어 반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고작 3표 받고 낙선했다

그때 이후로 반에서 "섭섭이"캐릭터가 되어 반 친구들의 귀여움을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된다

(중1 남학생에게 귀여움의 다른 말은 치욕감 이라나)




성격 급한 여름의 폭염이 이미 시작된 6월 

아들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아들 "엄마 내가 관심 있는 애는 아닌데.. 나한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누구 좋아하냐고...

        계속 계속 물어보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나 "아니 요즘 아이스크림 세일하면 600원짜리가 수두룩한데 5천 원짜리 하겐다즈를 사줬다고? 

      그건 단순한 선의가 아닌 거 같은데? 무슨 의도가 있는 거다 분명해!"

      (선의는 돼지고기 까지라는 명언이 있잖은가 

      대가 없는 소고기가 없듯이 저의가 없는 하겐다즈는 있을 수가 없는 법!)



아들 "그렇지? 하도 꼬치꼬치 캐물어서 그럼 아이스크림 사주면 말해준다 했더니 

        하겐다즈를 사주는 거야"



나  "헐~ 남자애가?"(나는 편견이 없다)




아들 "아니! 여자애가 (흐뭇한 웃음)"




나 (속으로는 놀랐으나 안 놀란 척 포커페이스하며) "오~  아들 ^^.. 예뻐?"




아들 "응....(베시시)"




BGM "뚜 뚜루~뚜 뚜 뚜루~뚜~~"




아들 "어떡하지? 뭐라고 하지?"




나 "네 마음은 어떤데?"




아드님 "겁나 설레....."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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