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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마음 Dec 26. 2021

[머문 자리] 그곳에 가면 잔두리가 있다

졸도리? 잔두리!




잔두리의 행정상 지명은 ‘존도存度’입니다. 

‘법도가 있는’ 마을이란 뜻이지요. 

예도를 따졌던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참 어울리는 마을명입니다. 

하지만 뜻을 모르고 그냥 소리 내서 읽는다면 입에 착 감기는 이름은 아니지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좃도리’ 뭐야? 하면서 자칫 욕을 한다 하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존도’를 ‘졸도리’로 잘못 기재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던 하루마음은  초등학교 때 펜팔을 한 적이 있었지요. 

요즘처럼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절이 아니었기에 편지가 흔한 통신 수단이었습니다. 

펜팔 친구한테 처음 편지가 왔을 때 주소가 ‘졸도리’로 적혀있었지요.

그때 봉투에 잘못 쓰여있던 주소를 보고 어찌나 웃었던지요. 


신기한 건 틀린 주소를 가지고도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를 정확하게 전달해 주었다는 것인데요. 

그 시절 우체부 아저씨는 어떤 동네에 무슨 성씨(대부분 집성촌이었지요)가 살고, 어느 집에 누가 사는 줄을 다 꿰고 있었으니까요. 

그만큼 우체부 아저씨와도 친분 있게 지냈지요. 

아저씨가 메고 다녔던 커다란 갈색 가방이 생각나네요.  



앞산에서 내려다본 잔두리 전경



‘존도’라는 마을은 그 주변에 사는 촌로들에게는 ‘잔두리’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게 불린답니다. 

존도와 잔두리는 약간 비슷한 어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뜻이 많이 다르답니다. 

‘잔두리’는 동네에 잔(작은) 다리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예전에는 동네에 개울이 있거나 작은 다리가 있었다지요. 

지금은 개울이 흐르거나 작은 다리가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마음의 그때 그 시절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곳이지요.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던 골목길. 친구들과 공깃돌을 하늘 높이 올렸던 시간.

아카시아 향 맡으며 아카시아 파마를 했던 앞산 미용실. 

얼음이 꽝꽝 얼었던 논바닥에서 썰매 타기에 취해 해지는 줄 몰랐지요. 

뻐꾸기 소리, 들깨 향에 취해 계절을 잊었던 그곳. 

그곳에 가면 잔두리가 있습니다!



잔두리를 품어주고 지켜주는 앞산, 그곳에 있는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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