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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마음 Jan 10. 2022

[어른도 그림책] 또 북극곰인가

<눈보라>(강경수, 창비, 2021)


<눈보라>(강경수, 창비, 2021)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캐릭터가 북극곰이다. 강경수 작가의 <눈보라>에서도 북극곰이 주인공이다. 빙하가 녹아 북극에서 떠내려 온 <나뭇잎>에서도 주인공은 북극곰이다. 독자들은 기후 위기 이야기에 북극곰 등장이 이제 식상하다. 그림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흥미를 잃어 별점이 박하다. 뻔한 이야기 전개를 예측하면서 말이다. 뻔한 소재가 진부할 수도 있지만 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눈보라>는 기후 위기, 관계, 고정관념, 편견, 자본주의 등 다양한 주제어로 접근할 수 있다.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에 북극곰은 왜 단골처럼 등장할까. 그저 식상한 존재일까. 왜 북극곰일까. 다른 동물이 등장해서는 기후 위기, 환경 이야기를 할 수 없을까. <북극을 꿈꾸다>의 베리 로페즈에 따르면 북극곰은 하루 평균 인간보다 6배가량 많은 열량을 소모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최소 열흘에 한 마리꼴의 고리물범 성체를 사냥해야 한다고 전한다. 이처럼 북극 생태계 최정상 포식자인 북극곰이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를 상징하는 동물로 등극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 북극곰의 사냥터가 줄어들고, 굶주리게 되면서 북극곰은 인간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눈보라>에서도 북극곰 '눈보라'는 먹이를 찾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온다. 마을에 도착한 눈보라는 쓰레기통을 뒤진다. 까치발을 하고서 말이다. 그러니 어찌 북극곰을 기후 위기와 떨어뜨려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북극곰의 잦은 등장은 위기이자 위험 신호이다. 이를 북극곰만의 위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북극곰의 위기는 곧 인류 전체의 위기를 드러내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북극곰의 터전이 녹아내리는 위기는 왜 생겼을까.


북극은 지구 기후 시스템을 조절하는 보일러 조절판이라고 한다. 이 조절판이 온난화 현상으로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 기후 위기를 논하는 그림책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북극곰, 그저 식상한 캐릭터이지만은 않다. 그림책에 기후 위기와 동격으로 등장하는 북극곰은 현실이다. 끔찍하고 섬뜩하다. 그 어떤 할리우드 재난 영화보다 끔찍한 내 앞의 재난이다. <눈보라> 속 '눈보라'는 현실이다. 상상을 가장한 현실은 두렵다. 두려움으로 짓눌리기 전, 북극곰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떠다니는 빙하 조각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나를 만나기 전에.



그림책 <눈보라> 속  북극곰 '눈보라' / 현실 속 북극곰


또 북극곰인가 식상하게 생각하기 전, 왜 북극곰일까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고 있다. 편리함에 현실을 외면하고 눈 감고 있을 뿐. 녹아 내리는 빙하 조각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눈보라 모습에서 일말의 경각심을 느낀다면 생각에서 벗어나 감은 눈을 뜨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눈보라>의 주인공은 왜 북극곰일까.



왜 북극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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