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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KIM Sep 02. 2020

선택이 수반하는 거리

영원한 관계 유지는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늘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회의에서는 어떤 말을 할 지, 어떤 아이디어를 낼 지부터 가장 사소하게 다음날 어느 옷을 입을 건 지, 무엇을 먹을 건지까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특히나 오늘 점심 뭘 먹을까는 가장 어려운 선택이 순간이 아니던가?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택을 넘기기도 한다. 너가 먹고 싶은 건 뭐야? 너의 아이디어는 뭐야? 그 아이디어 좋네요. 이견 없어요. 동의합니다. 등등- 선택은 각자에게 그 중에서도 굳이 무엇을 더 원하는지 밝히기를 요구한다. 하물며 반대하는 선택은 이미 했더라도, 정말 입 밖으로 말을 할 지 말 지에 대해서 선택을 다시 하기도 한다. 비슷한 사례로 연인에게 입 냄새가 난다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잖은가? 노자가 말했었다. 옳은 말을 하려면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발전시킨다. 어느 학교와 학과를 갈 지, 어떤 회사에서 무슨 업무를 할 지, 누구와 결혼할 지, 아이는 얼마나 함께할 지에 따라 몰랐던 것을 배우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래서 점점 선택을 더 빠르고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되고 단호하게 다른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내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선택의 기회는 더 많아지고, 사소한 것들까지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음식도 어떤 이유로 안 먹거나 굳이 먹고, 심지어 흥미와 취미조차 바뀌거나 시간대마다 해야할 것이 생기도 한다. 결국 삶이 변해가고 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그만큼 주변과는 거리가 벌어진다. 각자의 변화 리듬과 같지 않은 것이 특히 그렇다. 


나는 언젠가부터 친구들과 만나면 대화의 주제가 점점 줄어들곤 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친구들 모두 각자의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와서 하는 일, 겪은 일이 서로 많이 달랐고 그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친구들도 각기 다른 선택의 순간을 겪고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간 거다. 대화의 양이 줄었다고 해서 친구가 아닌 건 아니다. 분명 여전히 만나면 편안하고 즐겁다. 하지만, 대화의 주제가 줄어든 것은 반갑지 않다. 

학창시절에는 대화 주제가 다양하고 끝이 없었다. 어떤 만화책을 필수 교양으로 읽어야 할 지, 어느 소설책에 야한 부분은 몇 페이지인 지, 어디 PC방이 제일 싼 지 혹은 아르바이트생이 예쁜 지, 어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자도 안 혼나는 지, 숙제를 안 하면 육체적 고통을 주는 선생님은 누구고 어떻게 핑계를 대야 봐주는 지, 어느 걸그룹이 신곡을 냈는 지 등등 매일매일 새로운 주제와 업데이트된 정보들을 공유했었다. 예나 지금이나 친구들과의 대화는 품격이 없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서 편했고 즐거웠다. 아마도 당시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대에 한 장소에 모여 동일한 일정으로 같은 과목을 공부하고 같은 리듬으로 시험 스트레스를 받으며 동고동락했기에 그랬을 거다. 역시 바꿔말하면 그때는 우리가 동시에 같은 선택 기회를 가졌고 비슷한 선택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갔던 거다. 

여전히 나는 친구들과 놀 때 편하고 즐겁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는 시간은 친구들과 함께 해야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처럼 웃고 떠들다 보면 가끔은 하나의 일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어 서로 우기기도 하고, 잊혀졌던 추억이 되살아나서 다시금 쥐구멍을 찾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어지고 이어지는 추억 여행을 하고 나면 익숙한 편안함 속에 시간가는 줄 모를만큼 행복하다. 


하지만 지금도 각자 수많은 선택을 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거리는 점점 벌어질 거다. 점점 알았던 사람들과는 추억의 이야기만 하게될 지도 모른다. 자연스러운 성장이지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주변과의 어울림에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 언젠가 추억을 회상하려는 주기조차 선택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물론 아직은 친구들과 이야기할 공통점이 충분하다. 모두가 연애를 못하고 있는 현실 타계책을 논의한다거나, 아니 이건 비밀로 남겨두어야 한다. 모르는채로 두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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