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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KIM Dec 24. 2020

개인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필연적인 인플레이션

국가의 경제 규모와 개인의 욕망 관계

나는 지난 글에서 부자는 결국 대를 이어서 희생해야 만들어진다는 것과 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 했었다. (지난글: 부자는 결국 대를 이어서 희생해야 만들어진다. 돈을 대하는 태도)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궁금해졌다. 화폐의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인플레이션은 대체 왜 오는 걸까? 종이 화폐가 등장한 뒤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는 건 마치 상식처럼 자연현상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교육 받은 적이 없다. 내가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 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왜 인플레이션이 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가? 꼭 와야만 하나? 안 오면 안 되나?

내가 생각하기에 인플레이션은 화폐가 많아져서 화폐의 구매력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이러면 당연히 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힘들게 일해서 번 화폐가 시간이 갈수록 구매력이 약해진다니, 이보다 더 화가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는 화폐를 계속 증가시킨다. 왜 그래야만 할까?


화폐의 양(=경제규모)은 그 국가에 속한 개인의 욕망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정부는 이 그릇을 계속 키워야 개인의 행복을 더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개인의 욕망과 행복이 화폐의 양과 관련이 있을까?


아주 단순한 예를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생선이 먹고 싶을 때, 생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가진 화폐로 생선을 가진 사람에게서 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선을 파는 사람도 생선을 잡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생선을 잡아와야 한다. 물론 이 때도 화폐는 필요하다. 기름값과 배 임대료 등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배를 임대해준 사람은 배를 만들 때, 배의 원자재를 사와야 하고 배의 원자재를 만드는 사람은 원자재를 수입해야 한다. 이처럼 생선 한 마리를 먹을 때, 필요한 화폐의 양은 생선 한 마리 가격의 수십배가 필요하다.  화폐의 양이 적으면 위의 거래 사슬이 성립되지 않기에 정부에서는 충분히 화폐를 발행하고 시중에 유통시켜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욕망은 생선 한 마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편하게 집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서 먹고 싶고, 해외의 음식도 한국에서 먹고 싶고, 더 크고 좋은 차를 타고 싶어한다. 이런 욕망을 다 만족시키려면 상상 그 이상의 화폐가 필요하고, 정부는 끝없이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무작정 화폐를 무제한으로 증가시키면 안 된다. 화폐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 화폐의 구매력 또한 급격히 하락하면서 화폐의 이용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화폐의 구매력 하락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화폐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면서 더욱 더 화폐는 버려지게 된다. 빵 하나에 화폐를 한가득 가져다 줘야 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그 화폐를 선호하지 않게 된다. 오죽하면 화폐를 태워 난로 연료로 쓰는 모습이 뉴스에 나올까? 이쯤되면 환율도 심각해지기에 순식간에 경제적 혼란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화폐의 양이 적절히 소화되도록 화폐 유통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화폐가 거래 수단 기능을 하면서도 화폐의 구매력이 지나치게 약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유지되어야 한다. 참고로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화폐,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2%~2.5% 정도 될 때까지 화폐를 시중에 계속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정부는 이 화폐량 유통 수위 조절을 어떻게 할까?


정부는 금리라는 것으로 화폐의 양(=물가)을 조절한다. 금리를 올리면 화폐의 시중 유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금리를 10%라고 한다면, 국가에 속한 사람들은 화폐를 은행에 보관해서 10% 이자를 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렇게 되면 화폐들이 은행으로 들어가고,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은 줄어든다. 또한, 10%의 금리를 가진 화폐는 화폐 자체 구매력이 그만큼 강해지는 셈이 되기에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화폐의 양을 무조건 계속해서 늘려야만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이유는 지속해서 팽창하는 개인의 욕망을 수용하려면 경제규모가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즉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가 많아야 노동력의 거래, 상품의 거래가 더 다양하고 많아질 수 있고 그만큼 해당 국가에서 만들어내는 제품들이 고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이든 상품이든 거래 회전이 적다면, 고부가가치 제품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예를 들어 우주 산업을 하고 싶어하는 정부 또는 기업, 개인이 있다고 하면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는 섣불리 시작할 수 없다. 오랜 시간 아무런 가치를 만들 수 없는 기술연구에 엄청난 시간과 화폐를 투입해야 하고, 필요한 원자재를 만들고 수없이 많은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거기다가 이렇게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다고 해도 성공해서 결과를 보리란 보장조차 없기에 무작정 화폐를 계속 투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에서 이렇게 하게 되면 해당 국가 화폐 구매력이 걷잡을 수 없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하이퍼 인플레이션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화폐를 발행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아주 거대하고 새로운 산업은 천문학적인 화폐가 들어가도 화폐의 구매력이 약해지지 않을 만큼의 경제 규모를 달성한 국가들만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가는 경제 규모를 키워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가 경쟁력이 확보되고 그 국가에 사는 개인도 점점 더 많은 욕망과 행복을 이룩할 수 있다. 경제 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적고, 작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경제 성장에 집착한다. 경제 성장은 곧 경제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고, 커진 규모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부가가치가 높다는 건 그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 인력과 자원이 많이 투입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인력과 자원이 많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양이 많아져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증가하는 화폐의 양만큼 화폐의 구매력 하락이 발생한다. 하락한 화폐 구매력만큼 경제 규모는 커지고, 국가 내에서 기업과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고 커진다. 계속해서 이 과정이 반복되기에 인플레이션이 올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반대로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가 되거나 정체된다는 뉴스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었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의미는 경제 규모가 축소된다는 것이고 만들어지는 상품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즉, 상품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인력과 자원이 줄어든다는 거고, 곧 고용이 감소하고, 화폐 유통이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는 거다. 그러면 화폐를 벌어들이던 누군가는 화폐를 얻지 못하고 생존 위기를 겪게 된다. 그리고 아직 매출을 얻지 못하는 기업도 사라진다. 경제 주체인 인력과 기업들이 줄어들면 국가의 경제 규모는 또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경제 규모가 줄어들면 다시 또 인력과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면 국가에 속한 개인은 자연적으로 개인의 욕망이 발현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우주 산업 연구가 멈춰지는 마당에 우주선에 들어갈 소재 개발을 할 기업과 사람이 어디있을까? 또 화폐를 주고 생선을 먹을 사람이 줄어드는 데  생선을 계속 많이 잡을 어부가 있을 리 만무하고, 어부가 어업을 줄이면 배를 만드는 사람과 기업도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활동을 줄이면 인력이 줄어들고, 원자재 기업과 철강 원자재를 캐는 광부도 줄어든다.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 되는만큼 경제 규모가 위축되고, 위축되는 만큼 사람과 기업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해서 진행된다. 한 번 사이가 안 좋아진 사이는 친해지기가 정말 어렵듯이 이 악순환은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는 몇 배로 어렵다. 왜냐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필연적으로 안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방향을 한 번에 선순환으로 바꾸는 것은 아주 많이 어렵다. (최근 일본이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는 조짐이 있긴 하지만, 결과를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국가들이 경제 성장률에 왜 민감한 지 그리고 경제 성장이 훼손될 것 같으면 화폐를 마구 발행해서라도 악순환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활동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자 각국 정부가 화폐를 마구 발행해서라도 유통시켜서 악순환이 시작되지 않도록 한 것이 왜 필요한 것이었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에는 경제 성장률 뉴스를 봐도 와닿는 것이 없었는데......


인플레이션은 반복되어야만 하는 거고, 그 안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들은 화폐가 계속 하락해야만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경제활동을 이어 나가야만 한다. 멈추면 밖으로 튕겨나가는 쳇바퀴에서 계속 뛰게끔 되어 있는 구조 같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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