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코로나 19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고 연기되어 많은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2003년부터 어린이 뮤지컬 '구름빵'을 비롯해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등을 꾸준히 무대에 올린 '예술극장 나무와 물'이 영업난으로 폐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렇게 폐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높은 임대료를 들 수 있다.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대학로의 높은 임대료의 문제점은 몇 년 전부터 계속 거론되어 왔다.
공연의 활성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유동인구가 늘어났고, 그 유동 인구 때문에 건물의 임대료가 높아졌으며, 높은 임대료 때문에 대관비가 비싸졌다.
공연계에서는 "공연 제작비의 대부분은 대관비"라는 말이 돌아다닐 정도로 예술가들과 예술 단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공연 덕분에 땅값이 상승된 것인데, 반대로 공연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공연예술계도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더욱 큰 문제는 높은 대관비 때문에 제작비가 부족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예술가들과 예술 단체들은 질 낮은 작품을 계속 만들어 내고, 관객들은 점점 외면하는 현상이 악순환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단체들은 정부기관에 대관비를 지원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에 맞춰 정부 기관은 대관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순 없겠지만 정부기관의 지원 덕분에 '다시 살아나는 대학로'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인가?
내 생각은 다르다. 어쩌면 이 사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임대료 상승 때문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예술가와 예술 단체들의 편견과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공연계에서 경험한 바로는 세 가지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예술은 고귀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예술은 고독하다'라는 말이 추앙받고, 추구하는 '이상'으로 설정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관객을 외면하는 작품들이 많다. 더 이상 관객들은 심각한 작품들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예술은 필요하다. 하지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관객을 배려하는 것이다.
'고독한 것이 멋있다'며 제멋에 빠져 외면하는 관객들을 다시 외면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지양해야 할 점이다.
두 번째는 공장처럼 똑같이 찍어내는 것이다.
잘되고 유명한 작품이 있다면 그것과 똑같거나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되는 작품들을 수없이 만들어내는데, 여기에 문제점이 있다.
마치 요즘 카페가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도니 우후죽순 카페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하다.
첫 번째 유형과 반대되는 개념이라서 더 좋은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은 관객을 배려한 것이 아니라 주관 없이 관객에게 끌려가는 것이다.
예술가와 예술 단체들의 능동적인 생각이 없는 작품은 한번 웃고 마는 즉 관객에게 한번 소비되고 버려지는 작품이 될 것이다.
마치 줄타기 고수처럼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유형의 중간점을 잘 찾는 예술가들의 생각의 변화가 제일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세 번째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창의적이고 도전하는 이미지로 많이 생각하고 있지만 의외로 예전부터 했던 대로 하는 것 즉 익숙함에 취한 예술가들도 많다.
사실 공연의 형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왔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빠른 현대에는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자가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 현재의 형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던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쓴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몸에 좋은 약이 쓰다고 하지 않던가?
함께 쓴 약을 잘 마셔서 더 행복한 방향으로 공연예술가가 발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