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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은 달 Mar 05. 2023

몽-클레어

몽클레어,라고 흔히들 부르는 몽클레르(MONCLER)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다. 프랑스와 알프스에 접한 그르노블 지역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1952년 프랑스에서 설립되었다. 초기에는 등산용품을 출시하다 1955년 패딩을 생산하기 시작하고 1968년, 프랑스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공식 파트너로 성장하였다. 2004년 이탈리아계 레모 루피니가 인수하여 전세계적인 브랜드 홍보전략을 통해 멋스러운 이탈리아 패딩브랜드로 등극하였다고 위키백과에서 친절히 알려준다.


뾰족한 산맥의 모양과 프랑스 국조인 수탉의 모양을 활용한 짙은 남색과 붉은색의 이미지 아래, 대문자로 브랜드이름이 선명한 로고가 자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나서부터다. 가볍고 슬림한 디자인의 멋진 패딩을 입은 젊고 예쁜 엄마들의 팔 한쪽에 으레 그 로고가 박혀있었다.


언젠가 화장품을 사러 백화점 면세점을 들른 날, 몽클레어 매장이 보이길래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갔다. 입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깜찍한 에이라인의 쇼트패딩을 몸에 걸쳤다. 육아에 지친  모습이 슬림한 패딩 아래로, 가격표 아래로 단번에 가려지는듯했다. 예쁘고 가볍고 그리고 비쌌다. 그날 내가 입어본 제품에는 면세임에도 불구하고 몇십만 원도 아닌 이백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표가 매달려있었다. 한참 거울을 바라보다 살포시 옷걸이에 걸어놓고 매장을 왔다. 어린이집에서 마주치는 몽클레어 패딩을 입은 친구들이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면 나는 속물인 걸까.


작년 초가을인가, 몇몇 친구들이 심야 동대문쇼핑을 감행했다. 밤에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에게 뒤를 맡긴 , 경기도와 서울에 흩어진 친구들이 서울 동대문 쇼핑가에 모였다. 별일이 있지는 않았으나 나는 불참했고, 간간히 보내주는 사진으로 대리만족해야 했다. 그녀들은 A급이라 자부하는 짝퉁 명품 가방들을 담고, 곱창볶음과 소주를 마시고, 한강으로 건너가 바람을   귀가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몽클레어 짝퉁이 그곳에 널려있는지 친절하고 흥분된 목소리로 묘사했다. 순간 길거리에  숱한 몽클레어 패딩들이 상당 부분 진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진짜 가짜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명품가방들처럼  브랜드도 이미테이션제품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로웠다. 동대문 이미테이션패딩 피팅을 위해 다시 한번 뭉치자는 계획은 여태 이뤄지지 못했다.


여전히 패딩이 필요한 나는  겨울, 월동준비를 위해 이름만 프리미엄인근 아울렛에 들렀다. 천방지축  아이를 대동하고 몇몇 매장을 돌다 지쳐 나가떨어질 무렵 나이키 매장에 도착했다. 옷깃 한쪽에 무심한 듯 작고 선명하고 모두가  아는 나이키로고가 찍힌 그럴듯한 패딩을 고르고 골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몽클레어 패딩이 떠올랐다. 그날 샀던 나이키패딩이 흡족한 지금의 나와 몽클레어 패딩을 원했던 과거의 내가 두런두런 한참 이야기를 나눈다. 살아가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날의 나이키와 몽클레어가 답을   있을까.


조그마한 브랜드 딱지가 삶의 결을 어떤 방향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무생물에 매겨진 가격이 생각지도 못한 힘을 가지게 된 이 시대에, 그 힘에 눌리지 않도록 포근하고 쌔근거리는, 그리하여 본질적인 무언가에 기댈 수 있기를, 나이키패딩의 지퍼를 채워 올리며 꿈꾸어본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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