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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예술 박기열 Jan 17. 2024

결국, 삶의 리더가 직장의 리더가 된다

개인의 욕망을 관찰하는 예술의 힘


지난달, 모 기관에 강의를 하러 갔다가 앞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리더십 전문가와 스치듯 짧은 인사를 나눴다. 예술 강의를 한다는 나에게 “ 기업교육에서 예술이 수요가 있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베테랑 전문가의 입장에서도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수요가 있으니 내가 바쁜 것이긴 하겠지만 우리 회사 역시 내가 오기 전까지 예술수요가 많진 않았으니 당시 리더십 전문가의 질문을 평소 자신이 염두해보지 않은 영역에 대한 의아함 정도로 이해를 했다.


지난 8월, 엑스퍼트 컨설팅에서 주최한 사업설명회에서 나는 기업예술교육의 미래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당시 예술에 관심이 있는 각 기업의 교육담당자들 상당수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그중 한 담당자의 질문이 얼마 전 만난 리더십 전문가의 질문과 같은 연장선에 있다. 


“당신이 말한 예술이 무척 흥미롭고 새로운데 그렇지만 당신이 그 예술의 힘을 기업교육에 접목시킬 만한 기업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 않나?” 라는 질문이었다. 그렇다. 나는 기업교육은 물론, 기업교육의 오래된 중심 테마인 리더십이나 성과관리를 교육공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저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나라의 예술가 중에 기업구성원들의 고민과 애로사항을 가장 많이 경청하고 함께 공유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정도? 

약간의 딜레마이긴 한데 예술이 직무에 다가갈수록 예술의 본질과 멀어지고 기업교육이 예술과 가까워질수록 직무와는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역할을 발휘하라고 있는 직책이 각 기업의 인재개발 혹은 교육담당이다, 예술가인 내가 지금이라도 인적자원이나 기업교육에 관한 학위를 따거나 기업의 생리와 구조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결과를 장담할 순 없지만 내 생각엔 다시 과거의 그저 그랬던, 복잡한 머리를 환기시켜 주거나 상식을 높여주던 예술인문학이나 팝 아트 초상화를 끄적거리게 하고 작품이라 우겼던 시절로 다시 회귀할 것이란 느낌이 든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이럴 때 함께 머리를 맞대라고 교육회사의 컨설턴트가 있는 것이고 각 조직의 문화와 이슈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교육담당자가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예술이라는 재료를 기업에 전달하는 사람, 음식으로 따지면 식재료 유통업자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적 없는 희귀하고 신선한 재료를 전달하는 사람 말이다. 자신이 속한 구성원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교육 담당자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혁신하고 용기를 내야 예술이란 재료가 업무의 효능을 반짝 높여주는 피로 회복 강장제가 아니라 그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줄 비타민이고 단백질이며 미네랄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이 멋진 재료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 음식을 제공할지 고민하려는 적극적인 마음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그 귀한 완도 전복으로 라면을 끓이게 되고 송로 버섯으로 파스타 만들어 놓고선 고급음식이라 여기게 되는 것이다.


요즘 나는, 기업에 필요한 예술교육에 특화된, 장르를 망라한 모든 예술가들, 그중에서도 삶 자체가 예술에 가까웠던 예술가들을 찾아 나서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예술은, 전시장이나 공연장뿐만 아니라 유치원에도 가정에도 연구소에도 용산에도 국회에도 기업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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