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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왑 Dec 30. 2020

우주에서 날아온 인간

넷플릭스로 본 우주영화 <그래비티> <마션> <미드나이트 스카이>


"일론 머스크"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전기차를 많이들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 이상으로 그는 다른 한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민간 우주여행 사업가로서입니다.


2020년 5월, 그가 세운 스페이스X라는 회사가 최초로 민간 유인 궤도 우주선의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이 앞으로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갈 것임을 예고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 우주여행의 시대는 훨씬 더 이른 시일에 우리 앞에 등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주는 우주를 평생 연구하는 천문학자든 우주라는 단어만 들어본 유치원생이든, 누구에게나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너무나 광범위 해 그 누구도 우주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레고 궁금하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우주여행 시대가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누가 자신의 일생을 하늘을 연구하는데만 온통 바친다고 하더라도,
우주와 같은 엄청난 주제를 다루기에 한 사람의 일생은 너무 짧고 부족하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cosmos)

외계인이나 초능력을 등장시킨 히어로물부터 몸은 우주에 있지만 지구에서의 관계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까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상상력만큼의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습니다. 이 중 우주에서 겪을 수 있는 생존의 문제는 생존이라는 인간의 본능과 엮여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걸작으로 평가받는 <그래비티><마션> 그리고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이러한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생존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선 같지만 이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간 세 작품은 과연 어떤 cosmos를 그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러한 cosmos에서 주인공들의 생존 방정식은 무엇이었을까요?




1. Come back from Colored-cosmos


세 작품은 모두 우주에서 귀환하는 큰 틀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비티>의 산드라 블록(라이언 스톤 역)이나 <마션>의 맷 데이먼(마크 와트니 역)이나,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에테르 호 선원들 모두 그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세 편의 영화 모두 우주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공간입니다.


다만 영화 속 우주의 위험성 정도는 각기 다릅니다. 특히 우주에 두드러진 색깔이 그 정도를 표현하는 느낌입니다. 때론 지구의 색을 표현하며 이와 대조되게 우주의 색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우주인이라면 꿈꿀만한 희망적인 우주<마션>에서 두드러집니다. <마션>의 배경인 화성은 유독 붉은색이 돋보입니다. 화성 자체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마크 와트니 구조를 기원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응원 및 그의 농업(?) 성취가 엮이면서 포근함마저 풍깁니다.


<그래비티>위험하고 잔혹하기까지 한 우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감 나는 우주 유영 장면으로 찬사를 받은 이 영화는 암흑으로 가득 찬 배경을 자랑합니다. 어두운 공간에서 불시에 날아오는 파편들은 암살자처럼 동료 한 명 한 명의 목숨을 뺏어갑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 배경에서 주인공이 취한 태아의 자세가 역설적으로 생명의 위대함과 지구의 든든함을 느끼게 합니다.


우주선에서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자궁 속 태아 같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가장 암울한 배경을 자랑합니다. 특징적인 것은 우주가 아니라 지구가 암울하단 것입니다. 주인공인 조지 클루니(오거스틴 역)가 있는 지구는 황폐화되어서 더 이상 생명이 살지 않습니다. 그러한 지구는 무색이고 백색입니다. 그가 간간히 투석을 할 때만 등장하는 붉은색이 유일한 생명의 색깔입니다. 이와 대비되어 우주는 암흑 속에서 약간이나마 색깔이 있는 느낌을 줍니다. 생명이 자라나는 곳이 지구가 아니라 우주라는 사실은 이러한 색깔 대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우주비행사 커플이다


2. Speed


우주는 현실에선 속도감과 거리가 먼 공간입니다. 속도감은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존재물들 간 몇 광년씩 떨어져 있어 그 공간은 인간의 눈으론 몇 천년이 지나도 똑같은 배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우주에 수시로 변주를 가하며 이를 극복합니다. 그 변주가 꽤나 그럴듯한 소재이기에 속도감은 충분히 느껴집니다.


<그래비티>,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매우 빠르게 날아오는 우주 쓰레기로 유영 과정에서 긴장감을 높이고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마션>은 배경이 일관돼도 그 속의 인간은 수시로 일을 꾀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양산합니다. 무언가에 열중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얘기는 가히 우주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지구에선 작고 느려 보여도 실제로는 매우 크고 빠르다
마크의 스펙터클 화성 살이




3. Sound by Man


<마션>, <그래비티> 속 우주와 <미드나이트 스카이> 속 지구는 주인공 혼자서 고립된 환경입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오로지 통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 통신마저 잘 통하지 않을 때가 태반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만 같은 지극한 고독의 상황에서도 인간은 결코 적막하게 있지 않습니다.

 

<마션>의 마크는 소통할 사람이 없을 땐 끊임없이 영상으로 기록을 남깁니다. 누가 볼지,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죠. 그러던 와중에 먼 옛날 화성에 보내졌던 장비를 찾아내 통신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지구 그리고 동료와의 소통을 이뤄갑니다. 실시간 화성 통신 시대를 연, 화성판 벨(Bell), 마크 와트니라고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M.Watney Telecom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오거스틴과 <그래비티>의 라이언 역시 홀로 남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혼자 살아가지 않습니다. 지구 상 홀로 남은 인간인 줄 알았던 오거스틴은 어느 순간 아이리스라는 여자 아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존재는 그에게 큰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황폐화된 지구에서 어린아이와 같이 살아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녀가 있기에 오거스틴은 외로움도 덜 느끼고 역경의 순간에서 삶의 의지를 놓지 않습니다.


조지 클루니


라이언 역시 지구 상에서 딸을 잃고 온 자였기에 우주에서 홀로 되는 순간 삶을 포기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실제로든 가상으로든 맷 코왈스키의 재잘거림이 그녀를 다시 붙잡아 줍니다. 이처럼 고독의 순간 자의든 아니든 어디선가 끊임없이 응원의 목소리를 찾는다는 건 인간만이 갖는 고유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힘이다 조지 클루니는 또 나왔다




4. On and On with One by One


조난 영화는 주인공을 안전하게 결론까지 모시되, 동시에 수시로 관객의 심정을 헤아려 줄거리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세 작품의 주인공들이 하나하나 순리대로 과업을 수행하는 것강하면서도 나약한 인간이 주인공인 영화의 불가피한 과정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마션>의 마크는 조난에 처한 사실을 확인하고 잠깐 절망하더니 이내 화성에서 살아남겠다 다짐합니다. 식량도 부족하고 소통할 창구도 없는 최악의 환경에서 멘털을 붙잡고 생존에 필요한 것을 하나씩 구현합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천지창조와 같은 순간이 찰나라기 보단, 감자를 수확하기까지의 과정 전반에서 드러납니다.


화성의 비닐하우스


<그래비티>의 라이언도 가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있지만 지구에서 날카로움을 뽐냈던 모습을 바탕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찬찬히 풀어나갑니다.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오거스틴 역시 소싯적 탐험가를 꿈꾸던 그 모습대로 하나하나 고난의 순간을 이겨냅니다.


영화 속 배경을 경험해보지 않은 우리 모두는 주인공들의 노력을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폄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도 때론 일상생활에서 답이 없는 것 같은 막막한 순간에 직면합니다. 막막한 순간을 슬기롭게 견뎌나갈 자세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겁니다.


그렇다 보니 영화 속 그들의 자세가 제겐 그리 머나멀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기도 합니다. 삶을 견뎌내는 우리가 인간일 뿐인 것처럼, 우주를 버텨낸 그들도 결국엔 인간일 뿐이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세 영화의 코스모스는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모습입니다.  


Colored-cosmos
On and On
Sound
Man
One by One
Speed


안전과 위험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혼자이지만 고립되진 않은 모습으로, 적막을 깨고, 하나하나씩, 꾸준히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


코스모스라는 우주를 그린 영화가 오히려 인간의 모습을 깊이 담아내고 있어 보입니다. 그러한 인간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 모습과 괴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 우주 조난 시대 다룬 이 영화들이 꽤나 "실감 나는" 이유입니다.


우주에선 뜻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
어느 순간 모든 게 틀어지고 '이제 끝이구나'하는 순간이 올 거야.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지.
그게 전부다.
무작정 시작하는 거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다음 문제도.
그렇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마션>, 마크 와트니 발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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