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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치남편 Mar 04. 2021

당신의 양말은 안녕하십니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니라 양말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33) 


신발을 좋아한다. 남이 신고 있는 신발까지 챙겨 볼 정도다. 그러다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양말까지 관찰하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문득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니라 양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 말에 반대할 사람도 많겠지만, ‘패셔니스타들이 양말에 신경을 쓴다’는 말에는 동의할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옷 좀 잘 입는다는 사람들을 보면 전체적으로 무채색의 옷을 입더라도 양말에는 포인트를 주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지금까지 양말을 살 때 이런 고민을 하고 사본 적은 거의 없다. 보통 집에서 옷장에 양말은 따로 보관할 텐데, 서랍을 열고 한번 생각해보자. 이 양말을 어디서 샀고, 저 양말을 어디서 샀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나 같은 아저씨는 선물 받은 양말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 신던 양말에 구멍이 나면 그냥 가까운 편의점에서 사서 신던 경우도 있고, 길을 가다 쌓아놓고 싸게 파는 양말을 잔뜩 사버리기도 한다.

  

<무채색 양말만 가득찬 아저씨의 양말 서랍.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내 양말 서랍은 언젠가부터 무채색 양말로 가득 차 있다. 예전에는 다양한 패턴과 재미있는 이미지의 양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검은색 계열의 어두운 단색 양말과 흰 양말 두 종류뿐이다. 그나마 많은 기업이 복장 자율화를 하게 되면서 탈 정장 트렌드에 따라 소위 ‘신사 양말’이라 불리는 얇은 원단의 정장 구두용 양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발바닥까지 땀이 나는 나 같은 체질에게는 신사 양말보다는 순면 양말이 더 쾌적하다.


무채색의 우울한 내 양말 서랍에도 귀여운 양말이 하나 있다. 하얀색 양말인데 윗부분에 귀여운 과일 캐릭터가 수놓여 있다. 과일이 발목 상단에 자리 잡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그냥 흰 양말로 보인다. 바짓단이 살짝 올라갈 때 그 사이로 슬쩍 보이는데, 답답한 회사생활에서 뭔가 작은 일탈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스타가 발목 주변에 한 귀여운 문신을 파파라치에 살짝 노출하는 기분 같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가끔 귀여운 양말로 일탈의 기분을 내기도 한다. [사진 unsplash]>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양말을 신겨주게 되었는데, 아이의 양말 서랍은 나의 서랍과는 정말 정반대다. 화려하지 않은 양말은 단 한 개도 없다.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원색과 더불어 고양이, 곰돌이, 너구리 등 신으면 귀여운 동물처럼 보이게 귀와 꼬리가 달린 양말도 많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을 텐데, 아이도 내 나이 되면 흰색 아니면 검은색 양말을 신게 될까?


   

<아기양말의 지상과제는 무엇보다 귀여움인것 같다. [사진 SSG]>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저씨는 본인이 신을 양말을 찾아 인터넷 쇼핑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선물로 받거나 가족이 사둔 것을 그냥 신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양말 쇼핑 팁을 공유하자면, 요즘은 양말도 사이즈가 나뉘어 있다. 물론 신축성이 있어 M, L 정도로 나누지만 자꾸 본인 양말에 구멍이 난다면 발에 비해 작은 사이즈의 양말을 신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양말은 발목 길이에 따라 페이크삭스, 발목양말, 중목양말, 장목양말, 니삭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날의 옷과 신발에 맞춰 어울리는 양말을 매치하는 것이 좋다. 바짓단이 짧은 앵클팬츠에 보트화를 신을 때는 양말이 보이지 않게 페이크삭스를 신는다든지, 어두운색 정장에 검은 구두를 신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게 검은색 장목양말을 신는다는지 등이다.


막상 양말을 어디서 사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요즘 생기는 양말 전문점까지 가서 사기에는 아직 뭔가 어색하고 비싼 것 같고, 예전에 자주 보이던 양말 트럭도 요즘은 뜸하다. 얼마 전 붕어빵 판매하는 곳을 알려주는 앱이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슴 속 3천 원’이라는 재치 있는 작명이 인상적이었는데, 양말 트럭 위치 알려주는 앱도 생겼으면 좋겠다. ‘한 묶음 2천 원’ 정도의 이름이면 어떨까.



▼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를 모아서 책 <결제의 희열>로 출간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편집자와 열심히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신문에서는 말할 수 없었던 좋아하는 브랜드에 관련된 내용도 새로 써서 넣었습니다. 부디 올해 독자님들께 모든 결제가 행복을 불러오길 바랍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489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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