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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치남편 Sep 17. 2021

소파는 앉으려고 사는게 아니다

기대어 앉아 티비 보는게 최고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44)


‘소파는 앉으려고 사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다. 내용인즉슨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파에 앉기보다는 눕거나 바닥에 앉아 기대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나는 주로 눕는 편이고 아내는 기대어 앉아 TV 보기를 즐기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밥도 멀쩡한 식탁 놔두고 TV 앞 소파에 기대어 마룻바닥이나 소반에 차려 먹게 된다. 우리만 그런 줄 알았는데 누군가 ‘국룰’이라고 했다.


소파는 한번 사면 10년 이상은 쓰게 되니 신중하게 구매해야 하는 가구다. 사는 것도 힘들지만 나중에 처분하려면 더 고생이기 때문이다. 홈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멋진 패브릭 소파나 팔걸이가 나무나 철로 된 미니멀리즘 소파도 많아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파의 팔걸이는 폭신해 누워서 머리를 기댔을 때 자연스럽게 잠이 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쿠션으로 받치고 누우면 된다고 하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다. 그런 면에서는 역시 어두운색의 가죽 소파가 제일 안락하고 때도 안 타서 좋다. 지금 있는 소파는 신혼 시절부터 나의 세컨드 침대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고 있는데, 수많은 선택지 중에 누워있을 때 가장 편안하게 머리를 기댈 수 있는 팔걸이 각도를 가지고 있어서 구매했다.


  

<소파는 버리는게 더 어렵다. [사진 unsplash]>


안마의자를 가지는 것은 10년은 꿈꿔온 쇼핑이었던 것 같다. 신입사원 때 아침에 곡소리를 내며 일어나며 ‘일어나자마자 잠 깨게 누가 어깨 좀 주물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물론 아침에 안마받을 돈 있으면 아마 회사부터 때려치웠을 것이다. 그때부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안마의자에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시는 수입브랜드의 안마의자만 있던 시절로, 1000만 원 가까이 되는 가격에 언감생심 꿈조차 꾸지 않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이의자에 거치해 놓은 안마기를 안마의자 대용으로 구매한 적도 있었지만, 살 때만 부지런히 몇 번 쓸 뿐 역시 안마의자에 대한 구애를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강산이 한 번 정도 변할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는 다양한 한국 안마의자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가격도 저렴해져 100만 원대 제품도 있는 등 가격대도 다양해졌다. 그동안 안마의자 보급률이 높아졌고, 나도 어느새 신입사원에서 꼰대 중간 관리자가 되었다. 하지만 출근이 힘든 건 여전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사장이 되더라도 출근은 힘들 것 같다.

  

<10년 쇼핑 꿈 이룬 안락의자. [사진 unsplash]>


결국 작년에 안마의자를 하나 샀다. 리클라이너 같은 외양에 다리와 판 안마를 받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모든 단점을 상쇄할 가격이라 구매를 결심했다. 물론 1년이 지난 지금 팔다리의 안마는 매우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지만, 후회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잘 쓰고 있다. 주무름과 두드림 등 다양한 안마 코스를 받고 나면 정말 시원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 정도면 성공했다’ 자기세뇌를 할 수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 같은 쓸데없는 기능을 빼고 가격을 좀 더 낮춰주었으면 좋겠다.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있는 물건은 거의 실패가 없다. [사진 unsplash]>


친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의 딸이 아기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책을 읽고, 밥을 먹는 것을 보았다. 일명 국민 아기 의자라고 한다는데, 자고로 ‘국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물품은 실패가 없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진 나로서는 지나칠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 중고거래 플랫폼을 검색해보니 과연 거래량이 활발한 것이 국민 육아템이 맞았다.


아이가 금방 크니 되도록 중고거래를 이용하려 했지만, 낙서가 심하게 되어 있거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새것을 사야 했는데, 그때 나는 집단지성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 맘카페로 정보를 찾았는데, 제품의 장단점 비교와 상품권으로 회원제 할인점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법까지 알게 되었다. 질문에 정성껏 댓글을 달아주는 대한민국 엄마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고, 동시에 역시 부지런할수록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 를 모아서 책 <결제의 희열>로 출간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을 편집자와 열심히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신문에서는 말할 수 없었던 좋아하는 브랜드에 관련된 내용도 새로 써서 넣었습니다. 부디 올해 독자님들께 모든 결제가 행복을 불러오길 바랍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489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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