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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율희 Oct 19. 2022

크립토에서만 8년 - 세 유형의 시어머니(1)

Web3 designer with 8 years of experience


안녕하세요, 8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 Evelyn입니다. 저는 조금 특이하게 2015년부터 크립토 씬에서만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그 동안 배운 것들을 글로 정리하여 남기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연재되는 해당 글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10월 13일, 카카오 클레이튼 재단 Krust Universe의 스폰서로 진행된 Web3.0 디자인 밋업, ‘우당탕탕웹삼쩜영’ 의 스피커로 발표를 진행하게되어 만들어진 자료입니다. 제가 발표를 진행한 두 번째 시간에는 약 60여 명이 찾아와주셨으며, 질문은 7개 정도 받았습니다. 첫 번째 밋업(8월에 열린)에는 30여명 정도 찾아와주셨는데, 앞으로 점점 커질 것 같습니다!


그동안 쌓은 것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8년 차에 드는 저…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흐흐. 공부할 겸 크립토 프로덕트에 관한 글을 꾸준히 연재할 것이고 이 글은 에필로그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창,, 뚜렷한 계획은 없음)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8년 전, 한국 1세대이자 국내 유일한 블록체인 매니지드 서비스 기업으로 세계 최초 블록체인 솔루션 ISO 국제표준 인증을 받고, 세계 최초 제1금융권 블록체인 서비스를 상용화한 사례 등 유수한 많은 대기업들과 유즈케이스를 세우는데 앞장선 블로코에서 첫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6년 간)


그 후 2021년부터 네이버 스노우와 알체라의 조인트벤처 회사이자 국내 최대 1위 NFT 마켓플레이스인 Pala에 초기 멤버로 합류하여 Web3 서비스라 불리는 탈중앙화 서비스에 화면 설계자로 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6년 vs 2년. 같은데 달라요.


블록체인이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기엔 멀고도 멀었던 지난 첫 6년. 이 시기에는 은행사, 카드사, 대기업 등 주로 엔터프라이즈에 집중된 블록체인 인프라를 쌓는 작업을 진행한 반면, 최근 2년 간 팔라에서 작업한 NFT 마켓플레이스, 덱스(Decentralized Exchange), 덱스 어그리게이터, DAO, NFT Tokenazaion, NFT 프로젝트 등 보다 사용자를 가까이 만나는 서비스를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8년이라는 긴 시간만큼 서비스도 진화하고 반응도 달라졌습니다. 블로코에서 발행한 AERGO라는 코인을 업비트나 빗썸 같은 곳에서 사고파는 것 외에 블록체인 제품 자체에 사용자를 참여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Web3.0가 화두에 오르면서 근본적으로 시스템에 사용자를 직접 참여시키는 DEX와 NFT 마켓플레이스 같은 제품은 ‘UXUI가 이런 점이 좋다. 이런 이런 부분은 개선되어야 한다’와 같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이 힘이 나기도 하고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크립토 서비스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주변 지인들도 ‘디파이,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관심은 많은데 어떻게 하는 지를 모르겠어.’ 와 같은 반응으로 크립토 서비스에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진 것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의 관심이 낯선 블록체인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



근본적인 차이는 사용자를 시스템에 참여시키고 기여도에 따른 보상 체계를 갖추는 Web 3.0 개념이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 같습니다. 지난 첫 6년 간 Web2 서비스에 얹힌 블록체인 기술만으로는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배웠거든요. 역시 Own 개념의 보상 체계가 중요한 가봅니다.




Explain to your mother.


이제야 형성된 귀한 관심에 귀한 사용자들인데, Web 2.0 사용자들은 Web3.0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진입합니다. 리플 랩스의 디파이 마켓 헤드인 Boris Alergant는 현재 디파이 서비스의 사용성을 논하면서, 진입 장벽이 너무 크고 개선할 사항이 많다며 엄마도 쓸 수 있는 킬러 앱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백번 공감합니다.


당신의 엄마는 스테이킹으로 돈을 벌고 싶은데, 메타마스크 지갑 사용법을 모른다. 엄마한테 사용법을 설명해보라!


우선 제가 생각하는 Web 2.0 사용자들의 앞을 가로막고 선 장벽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보통 회원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가지지 않는 탈중앙 성격의 Web 3.0 서비스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개인 지갑’이 필요합니다. 개인지갑은 메인넷마다 대표하는 서비스들이 있고, 여기에 각 체인의 토큰을 업비트 같은 중앙거래소(CEX)에서 매수하여 개인지갑으로 전송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고 저쩌고 네네. 리플의 헤더께서 말씀하신 ‘스테이킹’을 해서 ‘돈을 버는 행위’까지 총 4개의 서비스를 거치고 최소 21단계, 그리고 최소 3일 이상이 걸리게 됩니다.



엄마, 그냥 제가 사드릴게요.


현재 실정은 설명하기도 벅찬 플로우라 자녀께서 대신 사드리는 것이 빠릅니다. 그래도 이제 한 번 사드렸으니까, 다음부터는 직접 하시게 도와 드릴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장벽이 있습니다



개인지갑, 덱스, NFT 세 파트 모두 용어가 기술 중심이고 비교적 익숙지 않은 외래어라 학습이 필요합니다. 무의식적으로 학습 없이 이뤄지는 Web2 서비스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 앞을 가로막고 선 진입점과 용어에 대한 장벽 요인이 작은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그림은 Diffusion of innovations에 현재 크립토 유저를 대입해본 장표입니다. 저는 크립토 서비스가 아무래도 자산과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다 보니, The Chasm을 앞뒤로 사용자의 특성을 ‘공격적인 투자자 vs 보수적인 투자자’로 분류하였습니다.


시장 규모에 따른 사용자타입 살펴보기


앞단에 있는 두 유형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기술로부터 만들어진 제품에 초기 선점하여 얻는 이득을 가장 큰 만족감으로 보고 있고, 그들은 현재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것을 인지하여 제품의 성능을 따질 때 사용성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아직 시장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덱스에 자금을 넣어 스테이킹을 하는 유형이죠.


반면에 The Chasm 이후에 진입하는 사용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앞단 유형들이 어떻게 기술을 누리는지에 대한 상황을 충분히 지켜본 후 유입되는 보수적인 유형으로 기술은 당연히 높고 좋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 외 안정적인 사용성과 신뢰를 주는 브랜딩, 시장의 검증 그리고 정부와 제도의 규제 등 신뢰를 주는 요소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사용자 유형입니다.


장표에 표기된 바와 같이 우리의 사용자는 두 번째 단계쯤 와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엄마'는 제일 끝 단에 계시죠. 엄마도 학습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용성이라면 가운데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유저 타입은 아무 문제없이 유입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 장표의 초록색 포물선인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 와있는지 살펴보실까요. 아래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크립토 전체 시총입니다. 등락폭이 몹시 커서 하락세가 굉장히 크지만 전체 자금으로는 우상향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차 이야기 나누겠지만 기술은 겨울이 와도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자금의 유입에 따라 현 시장에 Big Tech의 탑티어 인재들도 많이 유입되었죠. Pala에서도 디자인 직무를 포함하여 전반적으로 Big Tech에서 이직하신 분들이 많고, 덕분에 저는 훌륭하신 동료 사이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팔라 프로덕트 디자인팀에는 Spotify(리드), PlusX, Coupang에서 오신 세 분과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히히 말해도 되나?)


그러나 이렇게 유입된 Web 3.0 디자이너에게는 괴롭히는 여러 요인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요?



아 어쩐지 힘들더라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보통 세 유형의 시어머니들 사이에서 그들의 각 다른 요구사항을 듣고 되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며 저글링을 잘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Wyvern Protocol과 달리 새로운 Seaport Protocol은 35% 의 수수료 절감을 가능케 하고, Opensea대비 늦어도 언제까지 블라블라…’ 혹은 ‘ERC1155는 ERC721에 비해 이런 차이로 다중 구매가 가능한 Bulk 기능이 어쩌고 저쩌고’ 등


사용자는 Seaport니 ERC1155니 관심이 없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두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수렴하여 사용자와 이어주는 친화적인 화면으로 징검다리 역할을 잘해야 하며 세상에 없던 화면을 설계하는데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는 위치에 처해 있습니다.


잘 보입니당 어머닝 히히.. S2..(저는 미혼임.)

추가로 기술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크립토 필드에선 보통 디자이너는 소수로 채용되고 엔지니어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무를 쳐내기 바쁜 나머지 사용자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사고 시간이 부족하고 (저만 그럴지도?!) 계속해서 갱신되는 어려운 기술 용어와 개념을 꾸준히 학습해야 하며 참고할만한 사용성이 좋은 대표 서비스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디자인도 디자인인데 기술적/제도적인 한계로 제약이 많고, 성능에 관한 세대교체도 굉장히 빠른 편이며, Web 3.0 사용자들은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다 보니 보다 더 예민합니다. Web 2.0 사용자는 악플을 다는데, Web3.0는 협박을 받죠. (갑자기 회사를 찾아오시는 경우도..) 이런 사용자들이 잠도 안 주무십니다. 그 와중에 제가 산 토큰 가격도 내리네요.



아직까지 비주류 시장인 Web 3.0 생태계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가기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크립토 디자이너 8년 차로서, 비교적 최근 들어온 훌륭하신 동료들이 못 도망가도록 힘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다음 편에서는 Web 3.0 디자이너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시어머니 조련법’으로 구성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달리는 와중에 착한 마음을 가지는데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부족한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또 만나요.



다음 편 장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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