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이, 이이는 사, 이삼은 육….
나는 개인적으로 선행 학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 데 과도한 선행학습은 유아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망치기 때문이다. 요즘 사교육이 판 치는 시대 속에서 괜히 내가 선행 학습을 시키지 않더라 가정에서나 교육 기관에서 이미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다. 과도한 학습은 공부를 질리게 만들어 공부해야 할 시기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선행학습을 늘 부정적으로 생각한 나에게 변화를 준 사건이 있다.
유치원 학급을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명 수 확인이다. 재 작년에 6세 25살, 작년에 22명 유아를 가르쳤다. 견학이나 바깥놀이, 다른 활동을 할 때 한 명의 아이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늘 긴장하면서 명 수를 확인했다.
이 일은 이, 이이는 사, 이 삼은 육…
나는 묶어 세기 개념을 말로 하면서 아이들 명 수를 세었다.
어느 날 아이가
“선생님 그거 어떻게 세야 해요?”라고 물었다.
숫자에 흥미와 관심이 많아지는 아이들한테
묶어 세기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할 듯하였다.
전이 시간에 유튜브를 통해 구구단 송을 틀어놨다. 6살 아이에게 2단 정도만 암기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기대가 낮았던 것 같다. 아이 사이에서 경쟁이 붙었다. 2단부터 시작한 구구단은 12단까지 외우기 시작했으며 등원, 하원 버스를 탈 때 구구단을 외우고 있는 아이들은 다 우리 반 아이였다.
과도한 열정을 보이는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구구단 대회를 열기로 했다.
6살 아이들이 12단까지 외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므로
사진으로 한 장 남겨야 할 거 같았다.
가장 자신 있는 구구단을 앞에서 발표하기
“2단을 해도 좋고
9단을 해도 괜찮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큰 소리로 발표하는 태도가 의미 있는 거니까. “
“선생님. 구구단 대회 언제 해요?
상품은 뭐예요?
저는 9단이 자신 있어요. “
구구단 대회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2단을 하더라고 12단을 하더라도
앞에서 구구단을 발표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니까.
초등학교 2학년이 아닌
유치원 생의 뜨거운 숫자 사랑에
나도, 동료 선생님도, 학부모님들, 관리자들도 놀랐다.
아이들에게 구구단 상장과 작은 상품을 주면서
숫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평생 간직하기로
함께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