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자
한국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을 때 그 기대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공립유치원에서 실습을 했을 때
지도 선생님은 못하는 것이 없는 진정 실력자였다. 나도 이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사랑하고 실력 있는 선생님이 되리라 다짐했다.
2년 간 준비했던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허리디스크를 얻었다. 수원에서 대형 사립 유치원에서 근무하면서 나는 번아웃을 얻었다.
아이들을 사랑해서 시작하는 일인데 이제 아이들 소리가 싫었다. 무조건 헌신과 소명만 강조하는 이 직분이 너무너무 싫었다. 작년에는 경력이 된다는 이유로 1급 정교사 포기 각성을 작성했다. 유치원이 바쁘니까 연수 가지 않는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
요즘 학부모들은 매우 무섭다. 조금만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거나 선생님한테 서운한 마음이 들면 맘카페로 소통한다. 한 사람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작년에 한 학부모님이랑 1시간 동안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전화기를 들고 싸웠다. 조금이라도 자기 자식이 손해 든다는 생각이 들면 교사의 인권은 아무것도 아니다. 교권에 무너진 세상에서 아이들은 성장하고 어른이 되면서 또 살아가겠지.
독감, 코로나, 인후염, 스트레스성 질병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과 지내면서 나는 지속적으로 아프고 면역력은 극도로 떨어졌다.
사립유치원은 하나의 사업체다. 한글, 수, 영어, 코딩, 발레, 악기, 댄스, 보드게임 등등. 안 하는 것 없이 다 가르친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총 10시간 동안 손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아이들에게 많은 교육을 제공한다는 엄마들의 교육 경쟁심을 교묘히 이용해서 이익을 얻는다.
한국을 떠나자. 도저히 답이 안 보인다.
30살 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나는 그렇게 캐나다로 가기로 결정했다. 캐리어 2개를 끌고 한국이 아닌 캐나다를 보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나에게 주지 못하는 선물이었다. 캐나다행은 치열하게 살았지만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는 나에게 주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