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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Gold Nov 17. 2020

3번의 출산휴가, 잠깐의 육아휴직 그리고 복직

복직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니 ‘나’의 마음을 아시나요


한참 활발하게 일할 시기에 아들 하나, 딸 둘을 딱딱 16개월 차이로 낳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그나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1년은 보장이 잘 되는 곳이다. 하지만 나는 결혼 전부터 이미 아이를 많이 낳고 싶은 생각이 확고했었기 때문에, 출산할 때마다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1년으로 15개월씩 총 3번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애초부터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 총 45개월을 쉬는 건데... 직장에서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 

   

첫째 아이를 낳고서는 3개월 출산휴가 + 2개월 육아휴직 = 5개월 간 육아 전념,

둘째 아이를 낳고서는 3개월 출산휴가 중 1개월 반 사용,

(내가 원하는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때부터 출근을 해야만 했었다.)

셋째 아이를 낳고서는 3개월의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매번 복직을 최대한 서둘렀던 이유는 내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는 소위 말하는 스펙이 좋은 사람도 아니요, 그동안 인사고과 관리가 잘 안되어 있던 사람이었기에 다음 승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워커홀릭도 아니고 성공에 목맨 사람도 아니었다.(지금도 아니다.) 그저 직장을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승진을 하거나, 아예 그만두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를 낳고서는 조리원에서 조리를 하는 내내 까딱하면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호르몬 탓이 제일 컸지만, 그다음으로는 “이렇게 예쁜 아가를 두고 어찌 복직을 하나”하는 처음 해보는 걱정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다 걱정되던 그 시절, “내가 무슨 영광을 보자고 아이를 떨어뜨려 놓으려는 걸까,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 일을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할 때 우리 남편이 잘? 말려주었던 것 같다.      

“그 어떤 가정이라도 지금 이 시기가 가장 괴롭고 힘든 시기일 거라고. 잘 이겨내면 나중에 아이에게 더 멋진 엄마로서 더 많은걸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나도 일하는 엄마를 보며 자라면서 잠시 잠깐 쓸쓸함을 느꼈던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 일하시는 엄마를 보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라고.

“애가 하나인데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나중에 둘째, 셋째를 낳으면 그땐 어떻게 할 거냐”라고. 

절대 빈말을 안 하는 우리 남편은 말로라도 “네가 그만두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는 소리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냉정한 사람.     


둘째를 낳고 조금 빨리 복직할 때는 (한 달 반이 말이 되나. 지금 생각해도 이건 정말 아니다.) 아이보다 내 걱정을 더 했던 것 같다.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 내 몸이 망가지는 거 아닌가.”하면서. 이기적인 엄마.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일찌감치 복직을 했기 때문에 몸조리를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복직 시기를 조금 늦추고 어린아이 둘, 즉 18개월짜리 아들과 2개월짜리 딸을 하루 종일 나 혼자 계속 돌봤다면 내 몸의 회복이 더 늦어졌을 것 같다. 연년생 자녀 둘을 돌보시는 엄마라면 공감하실 듯. 당시 나는 복직함으로써 운이 좋게 어떻게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하루의 절반은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내 몸을 쉬게? 해줄 수 있었다.     


셋째를 낳고는 빨리 복직하고 싶었다. 정말이다. 아이 하나는 안고, 하나는 업고, 또 하나는 내 다리에 매달려 있는 그런 시간들. 행복하지만 정말 너무 힘든 하루하루를 뒤로하고 “아, 곧 복직이다.”하며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기까지 했던 때였다.     

나의 변화가 보이는가? “이 어린것을... 두고...”라며 눈물 콧물 흘릴 땐 언제고,

“출근하고 싶다. 출근하고 싶다.”라니.


이미 겪어본 일이기에 두 번째, 세 번째는 조금 더 수월했던 걸까? 그도 그렇지만, 경험치가 쌓이면서 하나 둘 알아 가는 게 있었다. 

 - 아이는 생각보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다는 것

 - 나라는 사람은 집에 24시간 머물러 있다고 육아와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 내가 일하지 않으면 지금 혹은 미래에 가정경제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것

 - 갑자기 휘몰아치는 위기상황(예를 들면, 나와 남편 모두 야근, 아이의 열 감기, 주말 출근, 베이비시터님의 출근 제한 또는 나열한 상황 중 2, 3가지가 겹쳐서 닥치는 일 등등)에도 어떻게든 해결방안은 나오고 잘 넘어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인 또 한 가지, “육아란 정말 힘들다”는 것     


매일 아침 출근할 때 마다 아이를 두고 회사로 가야 하는 먹먹해 지는 가슴을 모른척해야 하면서도, 아픈 아이를 밤새 간호하며 잠 한숨 못 자고 사람들 앞에 서서 힘든 내색 없이 일하면서도, 발 동동거리며 야근하고 한숨쉬며 주말출근을 하면서도, 싫은 소리 듣고 싫은 소리 하고 사람 관계에 스트레스받으면서도, 머리로 마음으로 더러운 욕을 수십 번씩 뱉어내면서도 나는 항상 생각한다. 

“24시간 내 아이 보는 것보다는 이게 더 쉽다”라고. 

“이렇게 힘들고 짜증 나고 가끔 더러운 일까지 마치고 집에 가면, 그래도 나는 이쁘고 징글징글한 내 새끼들이 있다”라고. 

“그러니까 이건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힘든 육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사로 출근한다라기 보다는 나 같은 경우 힘든 회사일과 힘든 육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차라리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 아무리 복잡하고 고된 업무라도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해야 했기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미친 듯이 일할 수 있었고, (데드라인의 힘이란!)

  - 밤새도록 아픈 아이 간호하느라 눈도 제대로 못 붙이고 피로에 절어있던 나도 사무실에 나가서 잠시 짬을 내어 커피 마시고 동료 워킹맘과 수다를 떨면 또 피로가 가시곤 했다.(마음 맞는 직장동료는 사랑)     


전업주부, 전업 엄마들은 정말 대단한 거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리고 일하는 엄마들 역시 대단한 거다. 대다수의 일하는 엄마들이 매일 아침 생각할 거다. “일을 그만둬야 할까?” 그래도 하루하루 잘 버티며 직장생활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앞으로 해낼 수 있는 일들도 아주 많기에 고군분투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도 다른 엄마들도.         


그리고 혹시 출산 후 복직 또는 퇴직을 두고 고민하는 엄마들이 계시다면 한번 더 힘내서 복직을 해 보시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전쟁에 나간다는 마음으로, 총알이 빗발치는 그곳으로 향한다는 마음으로 한 번만 더 마음을 다잡고 그곳으로 나아가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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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 전업주부. 그 누가 더 괴롭다 혹은 덜 괴롭다 편을 가르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혹은 “일하는 엄마가 멋진 엄마, 집에서 나를 돌봐주는 엄마가 엄마다운 엄마”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힘든 일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각자 상황에 맞춰 파이팅하는 모든 엄마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 경우 출산 후 복직할 때 마음이 어땠는지 적어보았습니다.     


#일하는엄마 #출산휴가 #육아휴직 #복직 #전쟁 #엄마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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