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따라 커리어를 만들어가다
안녕하세요, '슈퍼멘토와의 커피 한 잔'의 김정윤, 김지원입니다.
이제껏 만나뵙기 어려웠던 특별한 커리어를 가진 열 번째 멘토님의 이야기로 찾아왔습니다 :)
정보올림피아드 수상자, 전직 SAT 스타강사,
힙합 뮤지션, 잡지 발행인, 기획사 대표……
이번 멘토님은 한 사람의 커리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경험들을 해오신 분인데요,
2018년 11월 30일 위워크 선릉역점에서 세션을 함께 진행해주신 열 번째 멘토님은
바로 뮤지션 '닥터심슨'님이십니다.
"Lean on me"로 정식 데뷔해 힙합 뮤지션으로 활동해 오셨습니다. 현재는 '그_냥', '전범선과 양반들'을 비롯한 뮤지션들의 소속사인 디어뮤즈먼츠(D'amusements) 대표로 재직 중이십니다.
래퍼 헤이즈의 앨범 발매 전시를 기획했고, 아모레퍼시픽의 핑크리본 캠페인 컴필레이션 앨범 기획·제작에 참여하신 바 있습니다. 공유사무실 위워크(WeWork)의 설치미술을 기획하고,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내는 잡지 <돈패닉서울>의 편집인으로 활동하기도 하셨구요.
이처럼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일에 능숙하며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뮤지션이자 사업가인 닥터심슨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닥터심슨은 민사고를 졸업한 후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하다가, 미국에 있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가셨는데요. 중학교 때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하기도 하는 등 어릴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멘토님이지만, 꿈을 이루고자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뮤지션이 되겠다는 꿈이었는데요.
SAT 강사를 하면서 경험을 쌓고 음악작업을 하다가, 이후 본격적으로 뮤지션으로 데뷔해 레이디제인을 비롯해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여러 차례 음원을 발표하셨습니다. 또한 잡지사 '돈패닉서울'의 발행인으로, 아티스트 양성 기획사 '닥터심슨컴퍼니'의 창립자로, 그리고 아트컨설팅 컴퍼니 '디어뮤즈먼츠'의 대표로 종횡무진 활동을 이어오셨습니다.
이후 2016년 tvN <문제적 남자>, <SNL 코리아 시즌7>, <F학점 공대형>, 2017년 <어머님이 누구니>, <비디오스타>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셔서 진솔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꿈과 진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해보셨을 텐데요,
현실적으로 안정적인 일을 좇아야 할까?
아니면 불확실하더라도 진심으로 재밌어하는 일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마음 속 꿈과 커리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신 멘토님의 이야기는,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큰 영감과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세션에 참가하신 멘티분들도 현장에서 고민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럼, 이제 멘토님이 멘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셨는지 살펴볼까요?
Q. 뮤지션 활동을 하면서 느끼신 바가 무엇인가요?
A. 정규 1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넉살이라는 래퍼로부터 피처링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많이 유명한 래퍼가 아니었는데, 그 분이 하루에 랩 벌스(verse) 3개씩을 꼬박꼬박 쓴다고 들었어요. 함께 작업을 하면서도 목소리 톤이 안정적이고 딕션도 정확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3년이 지나서 쇼미더머니에서 활약을 하시는 것을 보고, "3년 동안 꾸준히 하면 저렇게 되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뮤지션으로서 창의적인 영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스킬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요. 스킬을 쌓는 데 소홀히 하는 순간,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예술가로서는 창조적 영감을 많이 갖는 것과 더불어 자기계발에 부지런한 사람이 되는 게 필수적이라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Q. 멘토님은 아티스트로 경력을 시작해서, 친분이 있는 아티스트들과의 인연이나 뜻밖의 기회를 통해 사업가로서의 커리어도 시작하셨는데요. 자신이 열정을 느끼던 재미있는 일을 매력적인 사업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서 나왔다고 보시나요?
A. 저는 ‘무식함'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무조건 이걸로 먹고 살아야 해" 하면서 갇혀 있는 세월 동안 사업이 되는 줄도 모르고 공과 사가 구분이 안됐을 동안 자연스럽게 사업이 되었습니다.
Q. 아티스트와 사업가로서의 두 일은, 얼핏 보기에 일의 성격에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에게는 창의적인 영감이 중요할 것 같고, 사업가라면 수익화나 영리 조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따로 갖춰야 것 같은데, 두 가지 일을 다 잘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A. 처음에는 소속 아티스트에게 어쩔 수 없이 돈과 시간적인 투자가 들어가요. “이건 적자가 아니라 투자야” 라고 믿고 버틸 때도 있다가 revenue 중심으로 회사를 만들었던 적이 두 번 있었어요. 회사가 여유가 있을 때 창의적인 사업을 도전하지만, 시기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것은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Q. 뮤지션, 사업가, 음반 제작자, 기획사 대표 등 창의적인 커리어를 다양하게 쌓아오시면서 정말 바쁘게 지내오셨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이렇게 여러 활동을 하는것에 장점이 있을까요?
A. 원천 콘텐츠 생산을 해본 경험은 저희 업계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미술관 큐레이터라면 취미로라도 그림을 그려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지 미술가들과 끊임없이 소통이 가능하고, 그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디렉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회사대표이자 기획자라는 포지션에서는 "원천콘텐츠 생산자", 즉 "뮤지션"으로서의 경험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예를 들어, 뮤지션이 미니앨범 날짜가 다가오는데 음악이 안 나오더라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는 거죠. 일러스트레이터, 영상감독님, 작가님들과의 협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는것에하 한 단계 더 나아가 직접 다른 입장에 직접 있어보는 것이죠.
Q. 회사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조직구성이나 팀 컬쳐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저희는 미술팀, 음악팀, 영상팀이 있고, 각 파트별로 파트장이 있어요. 업무 보고방식으로는 1일 업무일지를 직원들이 쓰고, 서로 피드백을 편안하게 주고받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면, 회의 때 상의한 후, 프로젝트의 PM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믿고 맡겨주면서 저는 서포트를 해줍니다.
Q. 어떻게 이런 다양한 다양한 열정들을 하나 같이 성공적인 커리어로 바꿀 수 있으셨나요? 그 비결을 알려주세요.
A. 2015년에 전역한 후에 계속 달리면서 들어오는 일들과 기회들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다 하는때가 있었어요. 음악 만들고, 영업하고, 잡지 기획하고, 미팅가고.... 기회를 생각하면서 전술이나 전략을 쓰는 스타일보다는 닥치는대로 모든 일을 고마운 마음으로 다 했어요. 예스맨의 끝이 되었던거죠.
안타깝께도 2018년 초 아티스트로서 은퇴를 발표했어요. 어느 순간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다시한번 내부 조직과 회사전체의 방향성, 그리고 분산되어있는 개인의 목표를 하나로 모으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성공적으로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감사합니다만 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하는 시기라고 느낍니다.
Q. 멘토님이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들과 “아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던 힘은 어디서 왔다고 보시나요?
A. 무척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살아가는 방식을 보니 조금 다르더군요. 고등학교 시절에 학교 최초로 힙합동아리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함께 활동을 했었어요. 당시 동아리를 같이 한 친구들을 지금 보면 저에 비해서 안정적으로 살아요. 그리고, 전문직을 택한 친구들 경우에 특히 work-life balance 가 잘 잡혀있어요. 하지만 아티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 work-life balance가 성립이 되지 않아요. 뮤지션에게는 life 자체가 자체가 art이거나 music이 되는 때가 있어야 해요. 동기부여를 받아서 자기가 일하는 줄도 모르고 일을 시작하는 거죠.
Q. 돈벌이를 위한 일과 열정을 따라 만들어가는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때 어떻게 하셨는지, 각각이 주는 기회나 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 둘은 멜로디와 가사 같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더 중요한지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돈벌이를 위한 일을 하다가 거기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고, 열정을 따라가는 일이 돈이 되어서 따라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나는 돈이 필요 없어.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 돼” 라고 했었다면 저희 회사도 존재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한데, 저는 양쪽을 경험해보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는 삶은 나 스스로를 피폐하게 한다’라는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결국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을 흔히 ‘대중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데, 그 맥을 잘 짚어내면 열정을 따라 음악작업에 몰두하더라도 분명 돈벌이가 되었었어요.
Q. 멘토님께서 지금까지 지내오시면서 빛나는 순간도 많았겠지만, 반면 번아웃을 겪거나 힘들었던 순간들, 고민에 빠져 지냈던 시간들도 있으셨나요? 그리고 그런 힘든 시간들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몰랐을 때가 있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회사 대표도 아니고, 들어오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면서 주어지는 기회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다 해보는 시기가 있었어요. 분명 제가 하는 일들에 하나의 결은 있었어요. 더 아름답게, 더 멋지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위해 기업과 타 아티스트들이 저와 함께 일 했던 거죠. 그런 기회를 주신 분들께 무척 감사하지만 그러다가 저를 잃어버린적이 있어요. 개인사가 겹치면서 번아웃된 적이 있었는데, 모든걸 그만두는 건 답이 아니지만 뭐 하나를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티스트로서 롤을 그만두고 나아가 “이제는 직원들과 아티스트들의 GOAL을 나의 기술과 경험으로서 서포트를 해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1년 동안 지난 10년 간의 저에 대해서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커리어에서 중요한 시점마다 계획에 따른 기준보다는 감정에 따른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셨는데, 그러한 감정 기복을 겪으셨을 때, 어떻게 헤쳐나가시고 강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으셨나요?
A. 잘 알고 계시네요. 분명 먼저 결정하고 계획을 만들었던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사업가로서는 감정의 기복이 찾아올때 생활패턴을 규칙적으로 맞추어요. 물론, 그러한 생활을 하면 고리타분함도 있고 창의적인 발상이 제한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감정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은 중요합니다.
Q. 하고 싶은 일의 가치와 궁극적인 목표를 꼭 찾는 게 중요할까요, 아니면 일단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A. 시작하기 전에는 충분히 고민하되, 시작하기로 결정하면 생각하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결정을 하고 난 후에는 ‘왜’라는 생각을 하지말고 ‘어떻게’에 집중하는게 옳습니다. 진행하는 와중에 ‘왜’라는 생각을 반복하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진행에 방해가 됩니다. 단 결정하기 전에는 후회가 없을 만큼 충분히 ‘왜’에 대하여 고민해야하죠.
마음 속의 오랜 꿈을 좇아 뮤지션으로, 이어 문화기획사와 아트컨설팅회사 대표로 커리어를 이어오신 닥터심슨 멘토님. 세션 내내 멘토님의 목소리에는 열정이 묻어났는데요. 세션을 끝내기에 앞서 '슈퍼멘토와의 커피 한 잔'의 공식 질문을 드려보았습니다.
Q. 멘토님의 최종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A. 최종적인 꿈이라는게 소소하게 변했어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회사의 대표로서는 저의 자아실현보다는 저희 아티스트들이 더욱 자아 실현해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한가지 꿈이 더 있다면, 뮤지션들은 차트 시스템 같은 다양한 시스템들이 있는데, 미술 하는 사람들은 그런 시스템이 많이 부족해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미술작가는 누가 있지?” 이러면 사람들이 많이 몰라요. 특히 우리나라에서요. 미술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미술하는 사람들이 경쟁하거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사업 쪽 욕심도 있습니다.
미술작가들을 비롯한 다른 아티스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멋진 꿈을 말씀해주신 멘토님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가셨습니다.
"삶에서는 선택에 집중하는 시간과 집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둘 사이를 오가면서 삶의 단계들을 밟아나가는 것이지요. 여러분 모두 선택도 잘하고, 각 단계들에 집중도 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쁘신 와중에 소중한 시간을 내주신 최찬영 멘토님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해주지 못하는 조언들을 재밌고 알차게 풀어주셔서 여러모로 뜻깊은 세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멋지고 창의적인 활동들을 기대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