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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희 Dec 04. 2023

[북토크] 천선란 작가님 『랑과 나의 사막』진행

중구 구립 가온 도서관 <2023 한 주제로 함께 읽기> 독서문화사업



<한 주제로 함께 읽기> 독서사업




얼마 전,

2023 <한 주제로 함께 읽기>

독서증진 프로그램에 진행한

천선란 작가님 북토크에 다녀 왔습니다.


중구 구립 가온 도서관과의 인연은 작년부터였는데요.

작년에 진행하던 <한 주제로 함께 읽기> 독서사업에서

다시 연락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D


헌데요. 고백하자면

이번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무척 긴장했습니다.


2023 <한 주제로 함께 읽기>

올해의 주제 '미래사회', '인공지능'


올해의 주제가 무려

‘미래사회’, ‘인공지능’이었으니까요.

문과 출신에 예술계 전공인 저에겐

가혹한 주제였어요.


다행히도

천선란 작가님 『랑과 나의 사막』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매력적이고

다정하게 풀어낸 책이었습니다.


작가님과의 첫 만남도 무척 다정했습니다.

첫 만남부터 책을 얼마나 잘 읽었는지.

등장인물의 대사가 글자인데도 얼마나 따스했는지.

그래서 뭉클한 위로를 받았다며 개인적인 감상을 마구

전한 탓에 말끝마다 쑥스러움이 따라붙긴 했지만요.



정말 많은 독자님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다들 작가님의 책을 읽고 저마다의 사정에서

위로를 받아 이 자리를 찾아주신 듯했습니다.


『랑과 나의 사막』은 SF소설입니다.

장르의 주요 요소인 외계인, 미래 사회,

과학기술을 동반한 기계가 등장합니다.


요소가 만들어 낸 공상의 세계는

비록 인간이 멸망해 가는 디스토피아 계열이지만

등장인물 간의 대사와 행동에는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초점 화자인 '고고'는

목표지향적인 이유로 탄생한 기계인데도

몇몇 효율이 아닌 비효율적인 일을 선택하는 과정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여담으로

천선란 작가님께선 작가마다

북토크에서 받는 질문이 차이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날 북토크에서 만난 우리는 같은 결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단 말씀도 하셨고요.

무척이나 공감하는 말이었습니다.


랑과 나의 사막을 읽고

무엇을 느꼈냐고 물어본다면


생명이 살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물을 준다고, 겉에만 젖을 정도로 준다고
미생물이 자라는 건 아닌데.
랑은 미련하다.

소설 『랑과 나의 사막 』 p17



맞습니다. 인간은 참 미련하지요.


생각해 보면 미련한 일이 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태양의 빛이 점진적으로 잦아드는 붉은 하늘만 봐도 그렇지요. 그것은 정오에서 두 시 사이의 태양 빛보다 인간에게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붉은 하늘이 뜨면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춰 시선을 두지요. 인간은 그렇습니다. 명확한 효율이 없는데도 시간을 쓰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정작 본인이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인간에게 그런 일은 세상에 넘칩니다.


절기마다 시각은 다르지만, 같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태양을 보러 몇 시간을 운전하거나, 색조 진한 남색과 검정이 섞인 하늘에 빛나는 반구와 별을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르기도 하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옆에 있어 주는 누군가로 인해 슬픔이 나아지기도, 글자로만 채워진 편지에서 온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네.


그런 비효율적인 일에 인간은 가차 없이 시간을 씁니다.


인간에게 ‘시간은 쓰다’라는 건 마음을 쓰는 일인데도

명확한 이점이 계산되지 않는 일에

시간과 마음 쓰기를 택합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미련한 일을 택할 수 있다는 게

바로 인간의 재능입니다.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재능 덕분에

우리는 다정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내게 기계와 인간이 다른 점을 묻는다면

이것이겠네요.



인간은 스스로 미련해질 수 있어서

다정하다는걸요.







랑과 나의 사막저자천선란출판현대문학발매2022.10.25.











작가님과 나눈 질문들

☞ 아래 질문지는 본문 하단에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랑과 나의 사막


천선란 ㅣ 현대문학 ㅣ 2022.10.25




Q1. 작가님의 책 『랑과 나의 사막』이 <2023년 한 주제로 함께 읽기> 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떠셨나요?




Q2. 소설 장르 중 SF 소설을 쓰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장르로써 SF 소설의 장점을 꼽자면 무엇일까요?




Q3. 소설 『랑과 나의 사막』을 어떻게 처음 구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Q4. 책 표지 삽화가 인상적입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선인장과 물을 같이 그려져 있는데요. 어떤 의미를 내포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Q5. 소설을 읽다 보니 고고라는 기계에게 무척 정감이 갔습니다. 동시에 고고의 실제 모습이 어떻까 상상해 보기도 했고요. 혹시 고고의 모습을 독자분들이 보다 자세히 상상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 또는, 인물을 구상하시면 고고의 모습을 그린 이미지가 있는지 궁급합니다.




Q6. 소설에서 자주 언급되는 ‘물’은 마치 ‘희망적인 무언가’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사막 한가운데 다 말라버린 우물이 있다. 그것은 우물보다 댐으로 불려야 했지만, 대부분이 모래에 뒤덮여 형체를 잃어, 랑은 개의치 않고 우물이라고 불렀다.’


소설  『랑과 나의 사막』 p15



‘죽은 인간은 땅에 묻히거나 새에게 먹혀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건 관용적 표현이지만 육체가 분해되어 땅에 흡수된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는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마르는 경우가 더 많다. 맞아, 그래서 랑은 조에게 물을 주었다. 어떻게든 마르지 않고 분해되길 바라며.’


소설  『랑과 나의 사막』 p17


작가님께서 어떤 의미로 ‘물’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우리 사회의 무엇과 닮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Q7. 위 질문과 이어집니다. 소설 속 ‘사막’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는 부분은 아래의 구절인 듯합니다.


‘숱하게 오갔어도 익힐 수 없는 사막의 방향감각. 일직선으로 나아가다 눈 깜빡임으로도 길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곳. 사막은 그런 곳이다. 단 한순간도 자신을 믿어서는 안 되는.’


소설  『랑과 나의 사막』 p25-26


그렇다면 작가님께선 ‘물’과 상반되는 ‘사막’은 어떤 의미로 쓰셨는지, 또 우리 사회의 무엇과 닮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Q8. 랑, 지카, 조, 기타 등장인물은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Q9. 소설 속 인물 중에 ‘버진’은 다른 인물들과 다르다 느꼈습니다. 그리움보단 인간의 무지함과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버진의 말을 고고가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의 의도와 달리 부정적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참 모순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님께서 버진이란 인물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Q10. 소설에서 별자리 중에 ‘마차부자리’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Q11. 개인적으로 소설 속 인물의 대사가 무척 고무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소설에서 인간의 단면을 세분화해 어둡고 자극적인 면을 부각하는 대사와 인물의 행동을 사용하는 것과 어찌 보면 대치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아래의 대사가 그렇습니다.


“마음에 드는 걸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마음에 드는 걸 선물해야 해. 그래야 너한테 준 걸 내가 보고 싶어서 자꾸 너를 보러 오지.”


소설  『랑과 나의 사막』 p41


특히 이런 대화를 쓰는, 어찌 보면 인간의 착하고 아름다운 부분을 강조하는 구절을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Q12. 작가의 말 중


‘단 하나의 삶의 목적을 잃은 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는 구절처럼 소설의 초점 화자인 고고(기계)’. 그와 관계를 이루는 모든 이가 소중한 존재를 잃은 ‘그리움’을 경험합니다. 그리움을 지닌 채로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는 마치 저의 그리움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기분을 느꼈어요. 작가님께서도 개인적인 그리움이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시효가 긴 그리움을 지닌 채로 살아가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Q13. 작가의 말 중


‘누군가 머물다 간 자리에 계속 물을 붓는 마음을, 그런 상태와 그런 사람과 그런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저의 일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는 작가님의 소명 의식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여쭤봅니다.




Q14. 이어서 질문드립니다. 작가님의 소명의식이 담긴 위문장을 읽고서 바로 아래의 문장이 떠올랐는데요.


‘생명이 살지 못하는 척박한 땅에 물을 준다고, 겉에만 젖을 정도로 준다고 미생물이 자라는 건 아닌데. 랑은 미련하다.’


소설  『랑과 나의 사막』 p17


위 대사는 마치 작가님이 물을 주는 마음과 행위를 위해 글을 쓰시다가 마주한 외부의 시선, 말들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누군가가 머물다 간 자리에 계속 물을 주는 행위. 그런 상태와 삶을 조명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Q15.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고 이 자리까지 찾아주신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작가님만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허준희 l 음악인, 출판인

@junhee_heo

brown1103@naver.com




늘 그렇듯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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