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이제 곧 두 돌을 바라본다. 조기진통으로 입원을 했던 2021년 12월 크리스마스 지날 무렵부터 일터에서 멀어진 지 2년 넘게 흘렀다. 중간에 아기 돌 때쯤 복직해서 두 달간 일한 적이 있지만 그것도 사실 적응을 시작할 때쯤 다시 휴직을 해버린 거니 일을 했다고 하기에도 어색한 느낌이다.
복직을 앞두고 가장 먼저 드는 마음은 막막함이다. 처음 복직을 앞뒀을 때는 말 못 하는 아기와 집에만 갇혀있다는 갑갑함이 날 짓누르고 있어서 어서 집 안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가로 들어갈 집의 입주를 앞두고 있으니 경제적인 부담감을 줄이고 싶기도 했고 이사 갈 집 근처로 발령지를 옮기기 위해선 복직하는 게 유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직장의 인사불이익과 난장판 된 육아 사정으로 인해서 와르르 무너졌다. 다시 복직을 하더라도 이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여전히 아기는 어리고 얼마 전에는 2주간 열감기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복직을 해야 한다. 이미 무급 육아휴직으로 전환된 지 반년이 넘게 지났기 때문이다. 미친 듯이 치솟는 물가에 대출 이자도 있고 남은 육아휴직은 아기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를 위해 남겨두고 싶다. 아기가 어리고 우리 부부 이외에 도움 받을 가족이 없어도 내 복직은 이제 해내야만 하는 일이 됐다.
내 복직을 계획하고 나는 남편에게 내 복직이 시작되는 첫 3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해달라고 했다. 1년 만에 직장으로 돌아가 적응하는 일도 쉽지 않았는데 다시 1년을 쉬고 적응하는 것은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작년에 복직하며 아기의 등하원과 병치레는 오로지 내 몫이었다. 남편은 잦은 출장으로 집에 없는 날이 많았고 밤을 새우며 아기 열이 떨어져 다음날 출근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을 졸이는 것, 오후 회의가 길어지면 하원을 언제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내 몫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내 복직 첫 달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작년에 다시 휴직에 들어가고 나서 남편이 종종 나에게 하던 말이 있다. 내가 집에 있어서 본인이 안심하고 직장을 다닐 수 있다고. 내 복직 시기에 도움은 안 됐지만 미안한 감정이 있어서 그랬는지, 그 끔찍한 시기를 겪고 다시 집에 들어앉은 나를 위로하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래서 더더욱 남편이 휴직을 조금이라도 하길 바랐다. 앞으로 무수히 많은 날을 아기 병치레와 출퇴근 시간으로 전전긍긍해야 하는 날 위해 첫 몇 달은 내가 직장에 적응할 여유를 줬으면 싶었다.
그런데 남편의 첫 반응이 그렇게 할 거란 게 아니라 내 월급으로 어떻게 셋이 사냐는 반응이었을 때 참 실망스러웠다. 물론 내 복직이 우리의 경제적 사정 때문이라 오히려 내가 복직하고 몇 달이 마이너스가 되는 게 마음이 쫄리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 쫄리는 마음을 시시각각으로 표현하는 걸 듣고 있자니 저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복직을 앞두고 이번에는 전보다 업무환경이 여유로운 부서로 옮겼으니 본인이 휴직을 하지 않아도 괜찮냐고 물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임신 이후 직장생활이 3년이나 날아갔다. 임신 때부터 임신 전과 똑같은 업무환경이 힘들어도 끝까지 돈 벌고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등바등 업무 마감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육아휴직으로 경력은 2년이나 날아가고 이젠 업무도 따라잡기 힘들고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지도 못하는 애엄마라고 직장에선 반쪽짜리 취급을 받는 나를 겨우 석 달도 못 도와주나 싶었다. 결국 사과도 받았고 휴직도 하기로 했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지치는 건 왜일까.
부디 이번 복직은 작년보단 순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