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세 Mar 15. 2024

어른의 어휘력

1.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 - 비트겐슈타인



2. 우리는 서로의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어휘를 선택한다. 네 눈대중이 네 눈대중이려니, 내 입맛이 내 입맛이려니. 그러나 현대인은 같은 시대를 살아도 동질의 문화권에 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저마다 경험이나 생각이 다양하고 이제 부사와 형용사는 정확한 뜻을 전달한다기보다 서로 느낌이 통하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쓰는 듯 보인다.



3. 어떤 말이나 글의 의미나 어감을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눈치’가 부족하다기보다 ‘어휘력’이 부족한 탓이 크다. 말인즉슨 맞는데 묘하게 거슬리는 말도 ‘인간미’가 부족하다기보다 ‘어휘력’이 부족해서 일 수 있다.


어휘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힘이자 대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며 어휘력을 키운다는 것은 이러한 힘과 시각을 기르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말이 상대의 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야’ 어른’ 다운 어휘력이다.



4. 인류는 먹고사는데 노력을 소진하느라 책 읽는 데 쓸 노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책과 무관하게 살았으며 현재도 대체 그러하다. 대신 그들에게는 우주의 순환가 생명의 생로병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자연이 있었고, 지식과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 저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 , “제가 겪은 고통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앞으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5. 그에 대한 답을 들려줄 대자연과 지혜로운 노인은 더 이상 곁에 없고 책은 흔하다. 하지만 인생 사용설명서 삼아 읽고 싶어도 세월이 검증했고 내로라하는 이들이 추천한 책 치고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다.


무슨 글자인지 알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까막눈’은 아니나’ 실질문맹’이다. 글자 자체를 알아보고 읽고 쓰는 문맹률은 낮지만 문장의 뜻을 파악해 생활이나 업무에 적용하는 실질적인 능력. 즉 문서 해독능력이 떨어진다.



6. ‘세상을 바꾼다’ 고들 한다.


사회변혁이나 개혁을 의미한다. 나는 멀쩡하니까 세상만 바꾸면 좋아질 것 같은 뉘앙스가 없지 않다. 세상은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생각이 언어를 바꾸기도 하지만 언어도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어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졌다. 영혼을 베는 말과 일으키는 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7. ‘사람에 대한 존중’은 내가 옳다고 느끼면 옳은 것이라는 식으로 서로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상대주의가 아니라 절대적 가치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우선에 두는 것이 인격이며 인격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은 인성이다. 배움과 습관을 통해 갖출 수 있다.


사람을 존중하는 자세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에게 배어 있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적절치 못한 어휘를 쓸 수 있다.


아직 배우지 못했거나 잘못 알아 그렇다. 문제는 다음이다. 모르거나 잘못하는 데 올바로 알려하지 않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후 위기 부의 대전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