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은 문을 닮았다. 직육면체 모양에 언뜻 좌우대칭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쪽으로만 열린다. 그러고 보니 책의 내부는 방 같기도 하다. 열고 들어가면 사각의 틀 속에 하나의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 방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금고가 있다. 운 좋게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그 금고를 열어본다.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또다시 한쪽으로만 열리는 카드에 물음표가 그려져 있지 않을까.
2. 그러니까. 좋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우리는 묻는 만큼만 이해할 수 있다.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제대로 물어야 한다.
3.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님의 같은 책을 하나 두고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을 서로 하는 책이다. [총 균쇠], [생각의 탄생], [생존자] 등등
4. 유럽문명이 아메리카 문명을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쉽게 말하자면 더러워서다. 유럽인들은 오랜 세월 수많은 병균에 면역이 생긴 상태고 잉카 등 아메리카 대륙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너무 쉽게 감염되고 병에 걸렸던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축화와 작물화가 시작되었던 것은 지리적, 기후적 특혜 때문이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특별히 더 뛰어나거나 현명해서가 아니다. 그저 허무하지만 운이다.
5. 스피노자의 말이 있다. “깊게 파기 위해서는 일단 넓게 파야 한다.” 결국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다.
6. “Neither here nor there” 파라다이스는 어디에도 없다.
7. 과거를 불러오는 능력, 말하자면 기억의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매체가 음악이 아닐까. 예로 들면 비틀스의 Yesterday 곡 같은..
8. 영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땅에서 온다. 땀 흘린 만큼, 보낸 시간만큼 오는 것이다.
9. 휴머니즘은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인간 중심주의, 인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종이 세상의 중심이다. 그래서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관찰하는 것을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10.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다.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다.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다.
11. “현미경으로 찍은 눈 결정 모양도 봤어요? 나는 그게 참 이상했는데. 뭐 하러 그렇게 아름답나. 어차피 눈에 보이지도 않고 땅에 닿자마자 금방 사라질 텐데. “ 이것으로 인간의 숙명, 운명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거 같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뭐 이렇게 힘들게 살고 그러나 싶지만 우리는 아름다워야 할 이유가 있고 , 아름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