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세 Apr 03. 2024

질문하는 책들

1. 책은 문을 닮았다. 직육면체 모양에 언뜻 좌우대칭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쪽으로만 열린다. 그러고 보니 책의 내부는 방 같기도 하다. 열고 들어가면 사각의 틀 속에 하나의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 방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금고가 있다. 운 좋게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그 금고를 열어본다.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또다시 한쪽으로만 열리는 카드에 물음표가 그려져 있지 않을까.



2. 그러니까. 좋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우리는 묻는 만큼만 이해할 수 있다.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제대로 물어야 한다.



3.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님의 같은 책을 하나 두고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을 서로 하는 책이다. [총 균쇠], [생각의 탄생], [생존자] 등등



4. 유럽문명이 아메리카 문명을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쉽게 말하자면 더러워서다. 유럽인들은 오랜 세월 수많은 병균에 면역이 생긴 상태고 잉카 등 아메리카 대륙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너무 쉽게 감염되고 병에 걸렸던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축화와 작물화가 시작되었던 것은 지리적, 기후적 특혜 때문이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특별히 더 뛰어나거나 현명해서가 아니다. 그저 허무하지만 운이다.



5. 스피노자의 말이 있다. “깊게 파기 위해서는 일단 넓게 파야 한다.” 결국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다.



6. “Neither here nor there” 파라다이스는 어디에도 없다.



7. 과거를 불러오는 능력, 말하자면 기억의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매체가 음악이 아닐까. 예로 들면 비틀스의 Yesterday 곡 같은..



8. 영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땅에서 온다. 땀 흘린 만큼, 보낸 시간만큼 오는 것이다.



9. 휴머니즘은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인간 중심주의, 인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종이 세상의 중심이다. 그래서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관찰하는 것을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10. 에스키모들에게는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다. 훌륭한 고래가 없듯, 훌륭한 사냥꾼도 없고, 훌륭한 선인장이 없듯 훌륭한 인간도 없다. 모든 존재의 목표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지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다.



11. “현미경으로 찍은 눈 결정 모양도 봤어요? 나는 그게 참 이상했는데. 뭐 하러 그렇게 아름답나. 어차피 눈에 보이지도 않고 땅에 닿자마자 금방 사라질 텐데. “ 이것으로 인간의 숙명, 운명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거 같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뭐 이렇게 힘들게 살고 그러나 싶지만 우리는 아름다워야 할 이유가 있고 , 아름다워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웃풋 법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