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주세용 Sep 02. 2024

나는 누구였을까?

본 아이덴티티 - 영화

_

배경 음악처럼 틀어두는 영화가 있다. 자주 봐서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영화. OST가 좋아서 그 음악이 나오면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영화. 나에게 그런 영화가 몇 편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본 아이덴티티이다. 수없이 봤지만, 극장에서 본 건 처음이다. 명작의 재개봉은 소소한 즐거움이다.


껌껌한 밤, 바다에서 건져진 사내. 뱃사람들은 그를 구해내고 몸에 있는 총알을 빼 준다. 목숨을 건졌고 정신을 차렸지만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러 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고, 신체적 능력도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름이 무엇인지, 뭘 했던 사람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_

하나씩 흔적을 더듬어 가는 사내. 이름을 알게 된다. 제이슨 본. 그가 나타났던 곳은 바로 추적되고 미 정보기관에서는 필사적으로 그를 죽이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예전에는 이 영화의 액션을 좋아했다.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허황된 액션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처절한 액션. 이 영화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생소한 장면이 꽤 있었다. 기억을 못 하는 건지, 대충 봐서 그런 건지. 어쨌든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더 잘 보인다. 집에서 볼 때는 잠시 멈출 수 있고, 쉬었다 볼 수도 있는데 극장에서는 그게 안 된다. 시작했으면 꼼짝 없이 봐야 한다.

_

나는 본이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무의식에서 암살자였던 자신의 모습을 지운 것이 아닐까 싶다. 죄책감과 새로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타인에게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본인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어떤 게 진짜 본인의 모습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보다 남이 보는 내 모습이 더 정확한 것.


"How can I forget about you? You are the only person I know."


#본아이덴티티 #영화추천


매거진의 이전글 Runaw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