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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Aug 09. 2018

H.O.T를 배신하다

매력적인 어느 맹꽁이의 반란

아직도 그가 종종 꿈에 나온다. 꿈 속의 나는 그를 너무나 선망하고, 사모하며, 끝내는 그리워한다. 지아비 있는 부녀자가 아직도 외간남자의 꿈을 꾼다면 기함을 할 노릇이지만, 우리 가족들이나 나를 오래 알아온 지인들은 이제 그러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의 모든 인터넷 아이디의 모티프.




H.O.T와 젝스키스가 10대 여학생들 대다수의 혼을 지배(!)할 당시였다.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처럼 나도 H.O.T의 팬이었다. 콘서트 티켓도 은행에 줄을 서서 선착순으로 예매하던 시절이어서 나의 '덕질'을 지원해주시던 엄마가 은행에서 H.O.T 콘서트 티켓을 겨우 구매해다 주시곤 했다. H.O.T의 스케줄은 모조리 꿰고 있었다.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은 예약녹화를 설정해 VHS 테잎에 담았고, 고정 출연을 포함한 라디오 프로그램은 최대한 본방사수하며 카세트 테잎에 모두 녹음했다. 보고 또 봤고, 듣고 또 들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었다.

H.O.T가 매주 고정 출연하던 라디오를 듣는데,

H.O.T보다 자꾸만 더 관심이 가는 저 라디오 DJ는 대체 뭐지.




원랜 맹꽁이가 아니라 너구리였다.



내 인생에서의 첫번째 별밤지기는 이적님이었다.


(다소 주관적임 주의) DJ를 하기에 최적의 목소리, 부드러운 카리스마, 음악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박식함, 게스트와의 친화력과 청취자를 챙기는 세심함까지, 거기에 좔좔 흐르는 귀여움은 덤. 차차 나는 매일 별밤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짜리였던 내가 '최애' 연예인을 당대 최고의 아이돌 H.O.T에서 이적(그리고 패닉)으로 갈아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15대 별밤지기 DJ 이적에서 인간 이적으로, 자연히 음악인 이적으로까지 나의 '작은 덕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적님에 대한 나(혼자만)의 추억은 상당히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바로 그 사건을 조만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빙긋이 웃음이 나는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2018년 8월,

잠시 소녀가 된

산책.



아기 시절 귀욤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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