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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kim Oct 07. 2020

기획일기) 비대면 글쓰기모임 '씨리얼노트' 개편 시작

01. 서비스 현황 둘러보기

기획 일기) 비대면 글쓰기 모임 '씨리얼노트' 개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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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을 마음먹게 된 계기

지난 2018년 11월, 지인 몇을 꼬셔서 비대면 온라인 글쓰기 모임 '씨리얼노트'를 만들었다. 첫 문장을 쓰면서 실은 2019년이라고 썼다가 사실 확인을 하곤 수정했다. 이 모임이 이렇게 오래됐나 새삼 놀랐네. 어떤 글이든 꾸준히 써보고 싶으나, 혼자서만 하면 또 흐지부지 쓰다 말게 될 것 같아서 찾은 '자발적인 강제성'이었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판단되는(오로지 내 마음) 지인들을 반강제로 꼬셨다. 마음씨 착한 친구들은 나의 불도저 같은 꼬임에 잘 응해주었다. 셋만 되어도 모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생각하고 바로 반응형 웹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팠다. 그 시간은 어느덧 만 2년을 채우고 있고 함께하는 씨리얼 가족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거진 챗봇 수준의 1인 운영만 하고 있는 것 때문에 참여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항상 한편에 존재했다. 


게다가 그 2년 안에 크루, 클럽, 살롱 문화가 급 선진하면서 굉장히 많은 글쓰기 모임들이 생기고 성장하는 것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장이기에 관심이 가니 가끔은 다른 모임은 어떻게 지내나 담 넘어 슬쩍 구경하기도 하고, 대놓고 타겟이 되어 인스타그램에 공격적인 광고 폭격을 맞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잘하는 점은 더 강화시키고 싶고, 보고 배울 점은 그득그득 흡수하고 싶은 마음도 같이 커졌다. 방송도 명절 때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개편맞이 타이틀을 앞세우는데 우리도 이제 충분히 할 때가 되었다고 나의 개편 의지가  점점 선명해졌다.


온라인 비대면 글쓰기 모임 '씨리얼노트' 현황

- 누가: 2018년 11월, 3명으로 시작했던 씨리얼노트는 사부작사부작 함께 하는 인원이 늘었다. 글을 써보자고 펜을 함께 든 사람은 지금까지 13명. 1명은 유튜브의 세계에 좀 더 집중하고자 졸업을 선언하여, 현재 12명이 온고잉하고 있다. 


- 언제/어디서: 온라인 비대면 글쓰기 모임답게 글은 각자 편한 시간, 편한 장소에서 쓴다. 라고 말하지만 다들 현생이 바쁘고 지치니 제출 임박해서 부리나케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화요일 밤 12시인 마감 시를 넘겨서 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해서 +24시간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수요일 밤 12시가 지나면 제출 실패가 된다.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한날한시에 글을 써보는 일은 그러므로 아직 없었다. 제출일은 매월 1,3번째 화요일. 격주로 제출하고 있고 5번째 화요일이 있는 달은 그렇게도 반가울 수 없는 꿀 방학이다. 


- 무엇을: 글의 주제와 장르는 자유다. 다만, SNS에 쓰는 숏 콘텐츠에 익숙해져서 자신의 생각을 길게 표현해내는 횟수가 줄어듦을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에 맞게 장르가 시가 아닌 이상은 적당히 길게 써보기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가 서로의 글을 볼 수 있어야 하기도 하고, 발행을 해야 좀 더 진지하게 임하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여 URL이 붙는 온라인 발행은 필수다. 네이버나 티스토리 블로그에 연재하는 분들도 계시고, 나처럼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분들도 계신다. 전원이 주제를 통일해서 쓴 차수도 없다. 주제 선정에 고민이 있는 분들을 위해 가끔 내 마음대로 글감을 대여섯 개 제시하곤 하는데, 사실 그걸 선택해서 쓰시는 걸 본 적은 아직 잘 없다. 결국 자신이 쓰고 싶은 내용을 써야 글이 써지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모양이다.


- 어떻게 1(플랫폼): 소통의 창구는 단톡방. 씨리얼노트의 화요일이 다가오면 그 전 주 주말이나 전날인 월요일에 '다가오는 화요일은 씨리얼데이'라고 알림봇처럼 내가 외친다. 반응형 웹페이지는 아쉽게도 무료 버전에선 피드를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링크는 1개만 연결이 되기에 인스타그램을 연결해뒀다. 작가님들의 글들도 업로드될 때마다 웹페이지도 함께 자동 업데이트되면 좋으련만 그 기능은 없다. 그래서 작가님 소개 페이지에 각 작가님들의 발행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이퍼링크를 걸어두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에 강한 플랫폼이라 또 어쩔 수 없이 새로 발행되는 글들을 휴대폰으로 캡처해서 업로드한다. 업로드 주기는 꾸준히 매일 올리고 싶으나, 현생에서 허우적거리는 미생의 삶을 살고 있는 장(나)이 비정기적으로 생각날 때마다 올리는 현실이다. 돈을 벌고자 하는 상업공간이 아니다 보니 역시나 콘텐츠를 올릴 때 챙겨야 하는 디자인적인 부분도 가장 기본만 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보면 손보고 싶은 게 한 둘이 아닐 SNS 계정이라고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


- 어떻게 2(운영규칙): 단톡방에 각자 글을 쓰면 URL을 공유한다. 공유할 때 처음 만들어둔 양식을 복붙해서 스스로 자신의 필명을 X에서 O로 옮긴 톡도 함께 보낸다. 유예시간인 수요일 밤 12시가 넘어가면 운영장인 내가 현재 달리고 계신(열심히 글을 쓰고 계신) 분이 있는지 여쭙고, 계신다면 제출까지 최대한 봐드리려고 한다. 안 쓴 것보다 늦게라도 제출한 것이 백만 번 나으니까. 그러나 대답이 없다면 제출을 못한 작가님들의 실패(X) 카운팅이 올라간다. 쿼터별로 실패한 카운팅을 관리하고 있으며, 1회 실패 당 가입 시 냈던 디파짓에서 5천원씩 벌금으로 차감된다. 차감된 만큼의 금액을 다음 쿼터 시작할 때 납부하여 메꾼다. 사실 돈을 거는 것만큼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계기가 없지만서도, 회원들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1년 정도는 돈은 전혀 걸지 않았다. 그러나 기간이 길어지자 점점 기한 내 제출에 실패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본인들을 보며 '벌금제도'를 만들자고 회원들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아 시행하게 되었다. 발행된 글도 많지만 그렇게 모인 돈이 은근히 엄청나다는 것도 신기하고 웃기다. 그 돈의 쓰임은 정한 것이 없어 계속 쌓이고 있고, 가끔 게릴라성 이벤트로 독려를 위해 기프티콘을 구매하여 쏜 적은 있다. 


- 어떻게 3(롱런을 위한 장치): 패스권 제도가 있다. 이러저러한 사유로 이번 제출 마감은 지키지 못할 것 같을 땐, 쿼터 당 1번의 패스권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성인이기에 패스권을 외칠 수 있는 기한은 씨리얼데이 화요일 당일 점심까지이다. 그 이후에는 '오늘 일정이 이럴 줄 몰랐다', '시간 조절에 실패했다' 등이 가슴에 손을 얹고 순도 99% 부끄러운 핑계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였기에 정해진 시간이다. 그래서 전 주말에 미리 '다가오는' 화요일이 씨리얼데이라고 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써야 하니까 요 며칠은 알아서 시간 분배 잘하시고, 머릿속으로 글감 미리 찾으시라고 회원들 포함해서 내게 외치는 말이다. 그 외 결혼, 상, 질병, 사고 등 충분한 사유는 쿼터 패스권과 무관하게 프리패스를 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클럽이다. 나도 그렇지만 화요일 점심까지는 어떻게든 제출해보겠단 불타는 의지로 패스권을 아껴두다가 실패해서 벌금을 내는 상황이 자주 발견된다. 그 외에 공식적인 규칙에선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개인 방학도 있다. 매너리즘 늪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거나, 예정된 현생의 엄청난 테스크들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거나 기타 등등 각자의 사유로 연달아 씨리얼노트 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울 경우, 방학을 신청한다. 고백하건대 그만 하고 싶어 하거나 이탈하려는 회원을 목격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제시했던 방식이었는데 뜻밖의 괜찮은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씨리얼노트에 대한 애정 덕에 졸업이 아닌 방학을 선택하게 되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쉬다 돌아오면 다시 열심히 활동을 재개하신다. 이런 결정 과정이 일어날 때 1:1 대화로 결론이 나더라도, 꼭 본인이 단톡방에 선언하기를 제안한다. 사실 제인보단 그렇게 하셔야 한다고 더 단호하게 말한다. 스스로 말한 것에 대한 책임 효과도 있고, 말없이 잠수 타고 있는 회원이 주는 부정적인 아우라는 그룹을 좀먹게 해서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도 있다. 


- 왜: 앞서 밝혔듯이, 꾸준히 나만의 글을 써나가는 삶을 살고 싶은데 혼자는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 같아 모임을 빙자한 나를 지켜보는 눈을 만듦이 시작이 되었다. 홍보는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소극적 운영이긴 하지만 나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지인은 내게 창업으로 확장시켜보라고 제안했고, 그게 그렇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시장조사를 통해 알고는 있다만, 욕심을 부리는 일은 오히려 맘처럼 잘 안 풀리는 결말도 적지 않게 있는지라 일단은 욕심 없이 나나 마감을 잘 지키며 글을 쓰자는 데에 내 마음이 다 쏠려 있다. 그래서 13명이 누가 보기엔 작디작은 숫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더 늘어나면 내가 스스로 감당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지금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개편을 위해 앞으로는

함께 하고 있는 회원 작가님들의 의견을 듣고자 간단한 유저 서베이를 구글로 만들어 부탁했다. 전국 각지에서 참여하고 있는 비대면 온라인 모임이긴 하지만, 딱 한 번 가졌던 오프라인 커피챗에서 회원들이 제안한 벌금제도라는 성과 아닌 성과도 있어 조만간 또 한 번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려고 한다. 북페어를 함께 둘러보고 커피를 마시러 갈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북페어가 취소되었다. 망할 코로나가 이렇게 비대면 모임까지 침투해서 훼방을 놓는다. 새로 합류한 회원들도 얼굴 뵙고 만나고, 톡이 아닌 표정과 목소리로 각자의 씨리얼노트에 대해 의견을 듣고 개편에 반영하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 글쓰기 모임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다른 모임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깊은 시장조사도 해서 무조건 인사이트를 뽑을 계획이다. 


난 죽을 때까지 글을 쓸 생각이다. 그리고 그 글이 항상 씨리얼노트와 함께 했으면 하는 작지만 집요한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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