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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라암 May 02. 2020

할 일은 많고 여행은 가고 싶고 - 나를 가로막는 고민

chapter 1 여행 결전 전 '나'에 대한 고민과 걱정 




TV를 틀면 여행 프로그램이 자꾸 눈에 밟힌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에도 여행 동영상과 사진이 넘쳐난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며 행복한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을 방구석에 누워지켜보는 스스로가 처량하다. 저들처럼 여행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비행기 표를 검색했더니 몇 십만 원은 기본. 숙박비와 식비까지 어림잡으면 백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동안 모아둔 적금을 확인했더니 턱없이 부족하다. 일도 해야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해야 하고, 자격증도 따야 하고, 적금도 넣어야 하는데. 결국 결제 페이지를 닫는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 미래를 위해 지금 원하는 걸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어른들에게 듣던 잔소리로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나는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이란 게 있기는 할까?’




나를 가로막는 고민



   대학교 졸업 후 동기 결혼식에 갔을 때의 일이다. 결혼식에서 만난 학과 교수님은 내게 취업 준비를 잘하고 있느냐며 근황을 물었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할 일은 많은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안될 것 같아요.”


   자조하며 말하는 내게 교수님은 조용히 답했다.


   “가만 보니 넌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면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구나. 그렇게 너를 속박하고 통제하면 네게 부족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단다. 앞으로는 네가 하는 일의 주체를 너 자신으로 바꿔 말해봐. ‘나는 하고 싶다’, ‘내가 하자’라고 말이야.”


   교수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내 마음을 괴롭히던 것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괴로웠던 까닭은 다름 아닌 내 부정적 판단 때문이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자 이상적인 스펙과 내가 가진 스펙의 간극이 엄청났다. 나의 부족함에 초점을 맞추며 좁힐 수 없는 간극을 확인할수록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나한텐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어. 나는 안될 거야.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으니까.”


   부정적 판단에 갇힌 나는 생각의 결정권마저 잃어갔다. 내 생각이 부정적 판단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내 형편에 여행은 무리’라는 부정적 판단 하에 여행을 고민했던 것처럼 말이다.


   ‘내 형편에 여행을 가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에는 이미 ‘부정적 판단’이 숨어 있다. 여건이 좋지 않으니 여행을 나중으로 미루자는 부정적 판단은 조용하고도 강력하게 우리의 삶을 조종했다. 우리는 그동안 이 부정적 판단에 속아 여행을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여행 경비를 가늠하면 진짜 여행을 가도 괜찮을지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돈은 얼마나 있는지 통장의 안부를 물어도 어제 봤던 돈이 그 돈일뿐. 수중에 돈이 충분했던 적이 있었던가. 미래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먼지 나는 통장이라도 갖고 있어야지. 결국 지금의 행복보다 미래의 생활이 걱정인 이들은 여행의 꿈을 고이 접어둔다.


   여행을 떠나도 괜찮을지 재보는 마음이야말로 우리의 여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진짜 고민’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해야 하는 진짜 고민은 무엇일까? 


   우리는 당장 떠나버리면 먼 미래의 행복이 더 멀어질 것 같아 여행을 결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행을 포기할 때마다 나는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절망했다. 결국 행복 때문에 떠나지 못했고, 행복 때문에 떠나고 싶어 했다. 우리의 여행을 좌지우지한 이 ‘행복’에 대한 고민이 여행을 떠나고자 할 때 해야 할 진짜 고민이다. 행복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여행을 갈 수 있음과 갈 수 없음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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