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씨의 미니 서가 #0
서점에서 일하면 책을 많이 보시겠어요
좋겠다, 부러워요
네, 서점에서 일하면 책을 많이 봅니다.
정확히는 ‘보기’를 주로 많이 합니다.
더 정확히는 ‘표지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서점의 환경에 따라
서점에서 맡고 있는 직무에 따라
‘일하면서 읽을 수 있는 ‘ 여건이 달라집니다.
제 경우는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된 직무가 아니었기에
욕심만큼, 생각만큼,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
SNS를 사용한 서점 홍보를 하는 중에도
서점 이벤트와 책 소개를 많이 올렸지만
모두 읽어 볼 수 없어 늘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목차, 요약 줄거리로 대략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시간상 벅찬 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했던 서점들에서는
업무 시간 내에 볼 수 있는 분량은 거의 없었습니다.
잠깐 훑어보는 것은 상관없지만
근무 시간에 책 읽고 있으면
여느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혼납니다. ^^
서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어 읽고
휴무일에 읽고
보통 다른 분들이 읽듯이
서점에 다니면서도 그렇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서점에 다니는데 업무시간에 책 읽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항심이 늘 존재합니다.
각설하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이 노트, 저 노트, 메모장 등등에
보고 싶은 책을 적어두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둔다고 해서 다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갈등이 휘몰아칠 때
멍한 상태에서 엄한 책을 고르기 싫은 때
급발진한 소비욕구에 휘말려
취향의 책이 아닌 것을 고르려 할 때
나날이 저렴해지는 기억력에 굴복하고 싶지 않을 때
집 서가에서 쌍둥이 혹은
세 쌍둥이 책들을 보고 싶지 않을 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장소를 브런치로 옮겨
매주 한 번, 보고 싶은 책—읽지 않은 책의 이야기를 남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