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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즈베리맛젤리 Dec 16. 2021

명품, 너의 가치란



24살.


 처음 승무원이 되었을 때.

동기 언니들이 비행 가면

다양한 명품백, 접시, 가전제품을 사 오는걸

심심치 않게 많이 구경했었다.


비행을 다니면서도, 하염없이 보아왔던 명품들.

당시엔 딱히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 눈에 드는,

10만 원짜리 가방이 더 이뻐 보였다.




시간이 지나 30살.


  퇴사 전,

마지막으로 갔던 비행

 이탈리아 베니스.


함께 있던 한국인 선배 언니가 말했다.

"마지막 기회예요, 명품 하나 사가야죠"


하지만 마지막 비행에서도

내 손엔 작은 베니스 엽서만이 들려있었다.





34살.


최근 하나의 명품백을 구입했다.


언 6년 정도의 비행 생활 동안 사지 않던 명품백을

한국에 들어와서 구입하게 될 줄이야..


사실 명품백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 나름 200만 원가량 주고

산 첫 번째 가방이었다.


이 가방을 사게 된 이유는

 남들이 신경 쓰여서였다.


'이 정도 나이 되면,

이 정도의 가방은 들어야 한다'는 인식


그리고 나는 그 인식이 많이 신경 쓰였다.


그렇게 인식하다 보니,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명품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 하나쯤은 필요하잖아."

어색한 발걸음으로 매장으로 들어가서는

내 눈에 제일 이뻐 보이는 가방을 꼭 쥐고 나왔다.




 어찌 된 일일까

아침에 부랴부랴 출근할 때면,

내 모든 물건들은 에코 백안에 집어넣고는

회사로 달려 나간다.


나름 색깔별로 구비되어 있는 에코백.


"그래도 결혼식 갈 때는 매고 가니깐,

괜찮지 뭐.."

하면서도 생각해본다.


명품백, 너의 가치란 무엇일까?

나에게 명품백은 왜 필요한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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