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로 나를 위해 커피 한잔을 사 먹는 것
최소한 이 정도는 누려야지 하면서 여행 가고, 좋은 옷과 차를 사는 것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과외하고 공부하는 것
나는 금융문맹이었다. 내가 쓰는 돈의 Cash Flow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나가는 돈을 관리하지 못한 채 수입을 늘릴 생각만 했다. 생각하기 귀찮았고, 남편이 꼼꼼해서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니까 아이가 나를 보고 배울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돈의 속성을 잘 알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었다. 내가 모르니 같이 공부할 겸 이런저런 책들을 사두고 이런저런 결심을 했다. 하지만 일상에 떠밀려 흐지부지 되었다.
L모 기업 상장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증권 계좌까지 열어서 공모주를 샀다. 이번 기회에 나도 아이의 계좌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아이들의 경우 증권사 가서 계좌를 만들어야 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았다. 귀찮기도 해서 한참 후에 증권 회사에 갔다. 아이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고 주식을 2주 샀다. 금융 문맹인 엄마가 달라졌어요~라며 스스로 뿌듯해했다.
관심을 갖고 나면 안보이던 것도 보인다. 책장에 꽂혀있던 아이가 1살 때 샀던 <<엄마, 주식 사주세요>>(존 리 지음) 책이 이제야 보인다. 전에 펼쳐보았을 때 하나도 공감하지 못하고 재미도 없게 읽었는데, 이제는 내용이 뼈 때리듯이 아프다.
첫 장이 '사교육의 늪에서 빠져나와라'다. 책 내용에 따르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더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공부만 시켜서는 틀에 박힌 생각밖에 하지 못하고 월급쟁이밖에 못된다고 한다. 부자가 되려면 월급쟁이가 아닌 사업가로 키우라고 강조한다.
"내 생각으로는 출혈이 크면서도 가장 쓸데없는 지출이 바로 사교육비다. 사교육비는 그 성격 자체가 남들을 따라잡거나 남들을 능가하기 위해 쓰이는 돈이다. 나의 특성을 살려 나를 키우는 것보다 순전히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나아 보이기 위한 지출이다. 그런 교육은 자녀를 부자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교육비는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쏟아붓는 돈인 셈이다." (p.83)
변명하고 싶다. 남들보다 나아 보이라고 하는 건 아니고 이것저것 경험해보라고 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다양한 경험이 아이에게 자극이 되고 자신이 원하는 걸 찾게 될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고. 피아노, 미술, 발레, 체육 등 다양한 예체능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고. 학교 가기 전까지라고……. 하지만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 때마다 같이 주식을 사며 이야기도 해보려고 한다고 말이다.
두 번째 장은 '자식 뒷바라지보다 노후 준비를 먼저 하라'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부를 창조하는 사람과 부를 파괴하는 사람이다. 필요 없는 지출을 줄이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전자에 속한다. 반대로 본인의 수입보다 과도하게 지출을 하는 사람들은 후자에 속한다.(p.71)"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필요 없는 지출을 하지 말라고 한다. 열심히 일한 나를 위해 아메리카도 한 잔 사 먹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는 왜 자신을 위해 커피를 사주냐고, 자신을 위해 미래를 주라는 존 리 대표의 말은 감탄사가 나온다. 앞으로 노후 준비를 위해 필요한 돈이 최소 10억인데 내 노후 준비를 해서 편안한 미래를 주는 게 지금 당장 아메리카노를 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에 반박하기 어려웠다.
물론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감정소비는 일종의 습관이다. 행복하기 위해 운동도 해야겠고, 주말에 쉬기 위해 배달 음식도 좀 먹어야 하고, 나이 드니 병원도 가야 하고 이런저런 영양제도 좀 사야 한다고 변명을 해본다. 하다 보니 좀 구차하기도 하다. 10번 중 2,3번은 쓰고 싶은 돈을 아껴서 주식을 사겠다고 이 정도도 훌륭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덮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도 강력하게 적용해 보겠다고…
아, 쓰고 보니 보인다. 모순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