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 출판사 책을 좋아한다. 가벼워서 들고 읽기 편하고 무엇보다 책 제목을 잘 뽑는 것 같다. 유혹하는 제목은 아니지만 필요한 것, 알고 싶은 것을 딱 집어서 제목으로 만든다. <<에세이 만드는 법>>의 저자이자 편집자인 이연실 편집자의 말처럼 검색 엔진에서 가장 많이 칠 법한 검색어처럼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고른 책 중 한 권이 <<일기 쓰는 법 - 매일 쓰는 사람으로 성찰하고 성장하기 위하여>>(조경국 지음)이다.
왜 나는 이 책을 골랐을까?
순간의 끌림으로 선택했을 뿐이지만 굳이 의미와 이유를 부여해보자면 다시 감사일기를 쓰라고 뇌가 무의식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거라 믿고 싶다.
2019년부터 시작한 감사일기는 지금까지……
지속을 못하고 있다. 19년에는 1월부터 11월까지 쓰고, 20년에는 한 번도 안 썼고 21년 1월만 쓰고, 12월에 다시 쓰기 시작해서 22년 22년 1월, 새해라고 몇 번 썼다.
그리고, 안 쓰고 있다.
매일 써야 하는 걸 알지만 귀찮기도 하고 여유가 없어서 (그러면서 핸드폰 볼 시간은 있다) 은근슬쩍 넘어갈 때가 많다. 지난 기록들을 보면 재미도 있지만 쓰는 귀찮음이 보는 즐거움보다 더 크다. 왜 꾸준하지 못한 걸까?
일기 마니아인 후배가 있다. 거의 20년 넘게, 아니 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매일의 일상을 꼼꼼하게 다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이 돈 빌려간 걸 기억 못 하거나 과거의 일로 다투면 그때 일기를 꺼내서 보여준다고 한다. 가족들은 그 친구의 습관을 알기에 기억나지 않을 때마다 일기를 열어보라 할 정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그녀의 습관이 놀랍고 그걸 몇십 년 동안 지속하는 것도 놀랍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일기 써야지 결심을 했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꾸준함과 끈기보다는 쓰고 싶을 때만 쓰는 스타일이다. 쓰고 싶은 마음이 항상 들면 계속할 텐데……
갑자기 '그럴 마음, 기분이 안 난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행동하라.'라는 자기 계발서에서 본 문장이 머리를 스친다. 윽.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단 가끔이라도 쓰지 않냐며 스스로 위안해본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일상을 온전한 기록으로 남기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찮게 여길 만한 일들도 기록해 둔 덕분에 '풍요로운 과거'를 가지게 됐죠. (중략)
일기가 쌓이면 나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이 됩니다. (중략)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야 현재의 나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p11-12)
사람의 기억력은 자물쇠로 잠근 서랍 같아서 열쇠가 있다면 아주 오래된 일도 어제 일처럼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기억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만드는 열쇠가 일기입니다.(p.58)"
저자는 편집 기자로 일하면서 겪게 된 사건 때문에 계속 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가해자는 꼼꼼한 기록을 근거로 자신의 무죄함을 증명했고 피해자들은 피해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단이 없어서 결국 가해자는 무죄가 되는 사건을 보면서 기록하거나 일기 쓰는 일에 집착이 생겼다고 한다. 기록의 힘은 참 무섭다.
일기는 과거를 기억하는데 도움을 주는 열쇠이고, 내가 가장 나 답게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 나의 생각, 느낌을 솔직하게 써내려 가는 일이며,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만나고, 감정의 불편함을 해소해서 나를 지키고, 내 영혼을 들어다 보게 되고 덤으로 글쓰기 실력도 향상하는 도구다. 위의 언급한 사례처럼 나를 지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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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만 기억하는 붕어처럼 과거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일기는 필수다.
저자가 소개하는 일기 쓰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간단하게 짧은 메모부터
2. 육하원칙에 따라
3. 감정과 생각을 담아
4. 대화는 생생하게
5. 그림과 사진을 활용해
6. 기타 (영수증, 그림, 명함, 스크랩 등을 이용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디지털 방식이든 아날로그 방식이든 나만의 스타일로 지속적으로 쓰는 건 중요하다. 4~6번은 안 해봤는데 시도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그림일기를 버린 게 참 아쉽다. 억지로 쓰긴 했지만 지금 아이에게 보여주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쪽지나 편지도 모두 다 버렸는데, 지저분해도 그냥 둘걸. 가끔은 참 후회되는 게 많다. 지금부터라도 쓰는 일기로 그런 후회를 덜 하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