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Jeon Jan 06. 2022

행복을 일주일만 연습해보았습니다.

What makes life meaningful?

한 동안 LA 하우스 내부 공사를 했다. 인부 아저씨들이 집 안에서 타일을 자르고 페인트를 발라야 했기 때문에 미세 먼지가 가득이었다. 우리는 먼지를 피해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밖에 나가 있어야 했다.


아침과 점심식사를 밖에서 해결하고 여러 관광지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많은 돈을 썼다.  처음에는 멋들어진 브런치를 먹고 힙스터 카페에 가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Pasadena에는 Johns coffee라는 로컬로 커피콩을 판매하는 커피가게가 있다.  길 건너편에는 Heirloom Bakery & Cafe가 있다.  아침에 현지인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가득 모인다.  미국, 유럽 식사 메뉴를 살펴보는 건 꽤 재미있다. 사람들을 구경하고 분위기를 즐긴다.  커피가 떨어질 때마다 종업원이 친절하게 커피를 리필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공사가 한 달 이상 이어지자 우리는 매번 소비를 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어느 식당을 가도 감흥이 비슷했다.  신나게 즐겼던 브런치 식당이었지만 두 번째 갔을 때 맛본 메뉴는 별로였다.  팁까지 합해서 총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60달러가 넘어가니 기분이 울적했다.


밖에서 관광을 하고 오면 집에는 뿌연 미세먼지가 가득했다.  피부에 알레르기가 났다. 마음을 가다듬고 일을 하고 생활을 해야 하는 집이 불편했다.


새로운 경험을 돈을 내서 얻으려는 행동이 우울함을 가져왔다.  돈을 쓰면 요리를 하지 않아도 그럴싸한 음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동물원 어드미션 비용을 내야 안에 즐길거리가 많이 있었다.  LA는 자주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한 동네다.  유일하게 외부에서 즐거웠던 건 자연을 만났을 때였다.  척박한 LA의 등산 트레일을 걸어 폭포와 동굴을 발견할 때 환희를 느꼈다. 내가 행복할 때 쓰는 의성어는 ‘어드벤처', 'Spotaneous'였고 ‘플렉스’가 아니었다.


노력을 들여 얻어낸 결과물일 때 비로소 행복하다.  

한 동안 행복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적이 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행' 일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혼자 여행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발굴하면 흥분했다.


여행에서 새로운 문화와 관념을 배우고 오면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된다.  나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는 외부에 있다. 외부의 존재를 운 좋게 만나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거라고 믿었다.


한 조사가 있다. What makes life meaningful?라는 질문을 소위 선진국 20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1/11/18/what-makes-life-meaningful-views-from-17-advanced-economies/


한국에게는 물질적 풍요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순위 요소이고 그 외 나라는 가족이라고 답했다. 조사의 답안은 행복의 종류처럼 보인다. 나처럼 Travel and new experiences라고 답한 사람이 3% 정도 있었다.  가족, 직업 및 커리어, 물질적 풍요, 친구와 커뮤니티, 신체적 & 정신적 건강, 사회와 교육, 자유와 독립 등등 행복의 종류는 다양하다.





새삼스럽게도 행복의 종류가 다양한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일주일 동안 외부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장을 보고 차에 기름을 넣는 등 소비는 가능하지만 쇼핑과 관광은 하지

않는다.  밖에 나가지 않는 시간에 집에서 일을 하거나 글을 쓰기로 했다.  생산적인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책을 읽기도 하고 햇빛을 받으러 30분 정도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산책도 강박적으로 했다.  차를 몰고 다양한 공원을 방문하길 즐겼다.  일주일 동안은 차로 어디를 가지 않고 집 앞 동네를 걸었다. 매번 동네만 산책을 했지만 즐겁고 대화의 주제는 매번 달랐다.



식사는 집에서 직접 해 먹는다. 매번 음식을 차리는 것이 번거로우니 가끔 야식은 냉동식품이나 라면을 먹었다.  놀랍게도 밖에서 행복을 찾는 것보다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게 쉬웠다. 새로운 식당과 관광지를 찾는 게 곤혹이었는데  레시피를 찾아 재현해 마음 깊이 자존감이 쌓였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요리 과정을 복기하며 까르르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일을 좀 더 하고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안에 넘치는 에너지를 새로운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데 썼다. 망쳐도 실패해도 괜찮았다. 실패를 받아들일 만큼 에너지가 많았고 정신은 온전히 건강했다.


행복이 어렵다는 건 멀리서 찾기 때문이다. 모든 건 발란스다. 외부와 내부에 모두 행복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Pasadena는 LA 부자동네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