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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Q Apr 23. 2023

3년 차인데 이 정도밖에 못해?

'3년 차인데 왜 아직도 이 정도밖에 못할까?'


요즘 새로운 콘텐츠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스스로에게 회의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지나칠 정도로 설렜다. 그도 그럴 것이 독자분들에게 유익한 주제를 공유하겠다는 패기로 시작했으니까. 커피를 못 마시는 탓에 초코라떼를 들이키며 주 3회 야근까지 불사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아티클 초안을 완성한 후, 회의에 당당히 입장한 나. 하지만 피드백이 길어질 정도로 미흡한 점 투성이었다. 기존 방식과 달리 8000자 내외의 콘텐츠를 쓰기가 쉽지 않았고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하는 포인트를 놓쳤던 것.


회의 때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지만, 그 어느 때보다 피드백이 주는 타격감이 컸다. 입사 초반과 달리 '3년 차'란 경력이 쌓인 점도 영향이 있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스스로 완벽하길 희망하지만 현실에선 나의 한계를 여실히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완벽할 수 없는 연차임에도 일이 익숙해져서인지 자꾸만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공항철도 안에서 자책하며 퇴근하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에 우연히 뜬 영상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10년 차 셰프가 레스토랑을 창업한 후, 자신의 스승에게 메뉴 평가를 받던 영상이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주방을 호령하던 셰프였지만 스승 앞에 서자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말을 버벅댈 정도로 긴장했다. 어색한 미소를 띤 채 작은 목소리로 메뉴를 소개했고, 스승은 신중히 음식들을 맛봤다. 그리고 이어진 날 선 피드백.


"특색 없이 밋밋해, 손님이 이걸 왜 먹어야 해?"

"재료에 비해서 가격이 너무 비싸, 손님의 눈높이에서 가격을 구성해야지"


연달아 날아오는 피드백에 꽤나 얼얼할 법도 한데 셰프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의 손이 향한 곳은 노트와 펜. 스승의 피드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빼곡히 받아 적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셰프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피드백을 받는 순간에 오히려 감사하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니까요."


실제로 그는 스승의 피드백을 발판 삼아 레시피, 가격 등을 빠르게 보완해 손님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메뉴 개발을 위해 수차례 레시피를 연습해 왔기에 스승의 피드백을 반영하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단번에 알고 있던 것이 주효했다.


그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연차가 쌓였을 때 장점은 피드백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닌 피드백을 빠르게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임을. 셰프가 방증했듯, 연차만큼 업에 대한 이해도가 쌓였으니 조언을 들었을 때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떻게 개선할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자만하지 않고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물론 경력이 어떻든 간에 결과물에 대해 무책임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동안 노력하며 쌓아 온 경험치를 심리적인 장벽으로 여기기보단, 피드백을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로 삼자는 것이다. 나 역시 3년 차란 얄팍한 이력 앞에서 부담감에 쩔쩔매지 않고 최대한 많이 자문을 구하며 발전하려 한다. 연차가 쌓인다 한들 피드백이 불필요할 정도로 매번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 피드백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자! 앞으론 이 마인드를 탑재한 채 더 부지런히 타이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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