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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Q May 14. 2023

일잘러들을 인터뷰하고 3년째 만들고 있는 PPT

내 노트북엔 3년 가까이 완성하지 못한 PPT 파일이 한 개 있다. 가장 오래 작업 중인 PPT이면서 동시에 가장 아끼는 PPT이기도 하다. 파일명은 '지식 콘텐츠 제작 Tip'으로 지식 콘텐츠를 제작하는 팁을 정리한 자료다. 여러 개의 도형과 무수한 텍스트로 이뤄진 이 자료엔 주제 선정, 내용 구성, 문장 작성 등 지식 콘텐츠 제작 과정과 관련해 그간 깨달은 점들이 정리돼있다. 콘텐츠 작업량이 쌓일 때마다 꺠달은 점이 추가되고 기존에 정리했던 팁을 여러 차례 수정하다 보니 3년째 계속 작업 중이다. 실제로 본업에서 콘텐츠를 발행하고 나서 자주 여는 파일이다.


이 PPT를 만든 이유는 지식 콘텐츠 제작에 대한 긴장감을 덜어내기 위해서다. 어떤 일이든 간에 성과를 내려면 최소한의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글쓰기는 생각보다 긴장되는 부분이 많다. 누구나 쓸 순 있어도 누구나 '잘' 쓰기란 어렵기 때문.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를 취재해서 한 편의 지식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평소에 이런 오해를 종종 받는다.


"경영학과 전공 때 발표 자료 만드는 일과 비슷하지 않아?"


실제 대학 시절 나 역시 숱하게 한 작업이지만, 현재 업무의 난이도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다루고 싶은 브랜드가 아닌 독자에게 유익할 만한 브랜드를 선정하고, 논리 정연하게 내용을 구성해서 PPT란 시각적 효과 없이 오직 필력으로만 이야기에 몰입시켜야 해서다. 게다가 글쓰기는 습관과도 같아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닫지 못하면 계속 같은 식으로 작성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만든 파일이 앞서 말한 '지식 콘텐츠 제작 Tip'이다. 매번 작업하고 팀원들 또는 독자분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깨달은 점을 정리해둬야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수많은 브랜드 담당자를 인터뷰하며 일잘러들에겐 업무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도식화하는 습관이 있단 걸 깨달은 영향도 있다. 나는 이를 '생각의 프레임(Frame)'이라고 부른다.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한 여러 노하우로 이뤄진 자신만의 생각 틀(Frame)이란 뜻이다.


그간 인터뷰했던 일잘러분들에겐 견고하되 유연한 생각의 프레임이 있었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확실하지만, 언제든 새로운 방식을 습득할 준비가 돼 있었다. 내가 3년째 지식 콘텐츠 제작 Tip 파일을 수정 중인 이유도 이런 자세를 본받기 위해서다.


앞으로 내 경력이 쌓인다고 해도, 이 파일의 완성본은 없을 것 같다. 내 프레임에만 갇히지 않고 프레임을 견고히 하되 유연하게 열어두는 자세로 일잘러가 되고 싶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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