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에디터로서 첫 강연에 도전했다. 50여 명의 파리크라상 마케터분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인터뷰해 온 F&B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처음 섭외 메일을 받았을 때만 해도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3주간 자료를 만들고 실제 강연하기까지 시간이 휙하고 빨리 갔다. 부지런히 준비하다 보니 어느덧 결전의 날이 다가왔달까?..
마치고 나서야 "직접 만든 콘텐츠로 강연을 하는 건 에디터에게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라던 선배들의 말씀이 비로소 이해됐다. 텍스트를 매개로 독자분들과 소통하던 나에게 대면 소통할 수 있는 강연은 실로 새로운 경험이었다.(강연에 함께 해주신 동료 에디터분과 집중해서 들어주신 마케터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제작했던 아티클 덕분에 성사됐다는 점에서 이번 경험이 특히 더 감사했다. 자세히는 코끼리베이글, 치즈플로, 맥파이앤타이거, 백곰막걸리, 서울집시 등 브랜드가 된 로컬 F&B 매장들을 인터뷰한 콘텐츠다.
해당 아티클들은 대략 1년 전 '한 장의 콘텐츠 기획안'에서 비롯됐다. '로컬 F&B 브랜드의 다큐멘터리' 같은 아티클. 당시 내가 기획안에 작성한 표현이다. 특정 상권에서 시작해 브랜드가 된 F&B 매장에게는 뚜렷한 성장 과정이 있을 것이고, 그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한 편의 긴 아티클(7000~8000자)로 풀어내겠다는 것이 내 기획의도였다.
타깃 독자는 F&B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마케팅하는 분들로 정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F&B 시장에서 활약하시는 이분들에게 실용적인 브랜딩 전략을 공유하는 아티클을 목표 삼았다. 7000~8000자 정도의 긴 분량을 추구한 이유는 평소 독자로서 느꼈던 아쉬움 때문이다. 핫플이 된 F&B 매장을 소개하는 기사가 많지만 주로 간단히만 성공 전략을 소개하는 식이었다. 물론 기사 형식과 채널의 톤앤매너 등을 고려한 결과이겠지만 F&B 브랜드에 관심 많은 나에겐 더 알고 싶은 내용이 많았다. 예컨대 "화덕에 베이글을 굽는 퍼포먼스로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 났다"라고 하면 왜 화덕을 선택했는지? 화덕 레시피를 섭렵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이 궁금했다. 그래서 아티클 제작 시, 질문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인터뷰도 2시간가량 길게 하는 편이다. 인터뷰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 해당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인터뷰한 바로는 하나의 F&B 매장이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인터뷰한 매장들의 경우, 침체됐던 상권에서 시작한 곳이 많다 보니 '이렇게 하면 손님이 오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매장에 반영해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며 보완하는 과정이 꾸준히 이뤄졌다. 그 일련의 여정을 읽기 좋은 비즈니스 아티클로 표현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콘텐츠 기획 당시 타깃 독자로 정했던 F&B 마케터분들과 만날 수 있다는 건 설렜지만, 유익한 강연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되기도 했다. 업무 시간을 내서 참석하시는 분이 많았던 만큼 추상적인 내용들만 남발하는 강연을 하고 싶진 않았다. 동료 에디터분과 함께 6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만들고, 부지런히 연습했다. 첫 도전인 만큼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브랜드 사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참석 후기에 뿌듯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매개로 누군가의 지식을 온전히 공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에디터'라는 직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혜택을 누리는 만큼, 전달받은 지식을 독자분들에게도 잘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일정 수준의 부담감은 에디터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도 이 부담감을 가지고 꾸준히 비즈니스 아티클을 제작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번 강연처럼 또다시 소중한 경험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다. 일단 최근에 인터뷰한 성수동 카페의 이야기부터 얼른 마감해야 겠다..하하
*그동안 제작한 F&B 브랜드의 이야기는 해당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