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F&B 브랜드 30여 곳과 인터뷰하고 깨달은 점
*성공한 F&B 브랜드 20곳과 인터뷰하고 깨달은 점을 이야기하는 시리즈입니다.
지금까지 약 4년간 '비즈니스 아티클'을 제작하는 에디터로 일하며 감사할 정도로 다양한 F&B 브랜드와 인터뷰했다. 새로운 메뉴 및 업태로 승부해 성공하고 나아가 발길이 끊긴 거리까지 부흥시킨 30여 개 브랜드의 이야기를 독자분들과 공유해 왔다. 이 직업이 아니었다면 만나 뵙기 어려웠을 대표님들과의 대화였다.
그간 만들어 온 아티클을 돌이켜보니 인터뷰이분들의 성장과정에는 뚜렷한 공통점들이 있었다. 브랜드를 알리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이를 해결한 방식 등은 상이했지만, 그 서로 다른 솔루션이 시사하는 인사이트가 유사하달까? 이 공통된 인사이트들을 한동안 브런치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첫 번째 주제는 'F&B 브랜딩'이다. 사실 F&B 업계에서 브랜딩이란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되지만,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었다. 인터뷰할 때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F&B 브랜딩은 무엇인가요?"를 여쭤봤던 이유다.
F&B 업계에서 브랜딩의 개념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마케팅'과 잘 구분되지 않아서다. 언뜻 들으면 같은 전략처럼 생각될 수 있으나, 브랜딩과 마케팅은 '목적'부터 다르다. 전문적인 마케터나 브랜드 기획자가 아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낯간지럽긴 하지만.. 그래도 F&B 브랜딩을 이해하려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우선 마케팅의 목적은 '단기적인 매출 증대'에 있다. 한시적으로 메뉴 할인 행사를 펼친다거나, 신메뉴를 알리는 여러 콘텐츠를 발행하거나, 방문 유도를 위해 SNS 리뷰 이벤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중요한 성과지표인 '매출' 관리를 위해 F&B 브랜드들이 꾸준히 펼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브랜딩은 단기적인 매출 증대보단 '장기간에 걸쳐 브랜드 팬덤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당장 매출을 늘리는 데 직결되진 않아도 브랜드의 매력을 알리고, 이를 통해 유입된 소비자들과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메뉴에 대한 진정성, 창업 계기 등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테이블마다 부착하거나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신메뉴 시식회 등 갖가지 커뮤니티 행사를 운영하는 것이 한 예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목적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두 전략이 완전히 불가분의 관계는 아니다.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마케팅이 의도치 않게 단골을 모으는 '브랜딩' 효과로 이어질 때도 많다는 점에서다. 이를테면 어느 베이글 전문점은 매장 주변의 코스트코 주차장 앞에 이어진 자동차 대기줄을 보고 '찾아가는 시식회'를 실행했다. 갓 구워낸 베이글을 박스에 담아 지루하게 대기 중인 운전자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처음엔 손님을 확보해 매출을 늘리고자 기획한 아이디어였지만, 여러 차례 시식회에서 새로운 베이글을 맛본 손님들은 코스트코 쇼핑이 끝나면 자연스레 해당 베이글 매장을 떠올렸고 실제로 많은 이가 단골이 됐다.
아무런 쓸모가 없이 헛되게 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뻘짓'. 어느 인터뷰이분께서 브랜딩을 '뻘짓'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정확히는 브랜딩의 중요성을 아직 공감하지 못한 분들에겐 이 노력이 무의미한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앞서 말했듯 브랜딩은 단기간의 매출 증대에는 일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라는 시선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핵심은 누군가 뻘짓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과정을 일단 꾸준히 해보는 거다. 어차피 브랜딩은 단기간의 성과로 승부하기보단 장기간의 노력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의 매력을 알리고 찐팬을 모을 수 있는 활동이라면 일단 도전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활동이 거창할 필요도 없다. 예컨대 어느 수제 치즈 전문점은 치즈별 제조 방식과 활용 팁을 공유하는 무료 클래스를 주마다 운영했다. 매장 휴무일에 테이블과 치즈, 간단한 재료들만 세팅해 진행하는 행사였는데 참가자들은 해당 매장에서 파는 치즈의 매력을 이해하고 직접 활용하며 단골이 됐고, 다른 신규 손님들을 데려오는 홍보대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무료 커핑 행사(원두별 시식회)를 운영하는 성수동의 어느 핸드드립 카페도 있다. 인터뷰 때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여쭤보니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 커피를 맛보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단골 중에서도 커피 덕후들이 주로 참여하는 만큼 갖가지 이벤트성 코너를 도입하는 게 오히려 커핑의 매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준비 과정도 간단하다. 다양한 커피가 담긴 잔들과 종류별 맛을 기록할 수 있는 메모지가 전부다. 영업을 끝낸 저녁 9~10시에 진행하는 행사임에도 요즘엔 행사 오픈과 동시에 정원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물론 당장 매출에 도움 되지 않는 브랜딩에 투자하는 건 너무 낭만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터뷰한 F&B 브랜드들을 보면 마케팅만큼 빈번하게 실행하진 못해도 주기적으로 브랜딩에 공들이는 과정을 거쳤다. 마케팅과 브랜딩이란 2개의 전략이 맞물려 돌아가게끔 브랜드를 운영한 것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브랜딩의 목적인 '브랜드 팬덤'이란 곧 단골을 의미하고, 이 단골이 늘어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