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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Mar 06. 2023

여행의 이유

하고 많은 나라 중에 태국으로 떠난 이유

꿈에도 없던 방콕을 가고 싶어 진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이었다. 태국에 대한 것이라고는 10년도 더 전에 우리 집 오빠 2PM의 닉쿤이 방송에서 알려준 인사인 사와디캅과 코쿤캅 정도였던 주제에(무려 그 두 개는 남자가 쓰는 말이다) 그냥 무작정 태국을 가고 싶었다. 어디선가 태국이 동남아시아 경제의 큰 부분이니, 여러 국제기구가 위치에 있다느니 했던 걸 주워들은 후에는 언젠가 그 나라에 가서 일을 하리라는 굳은 의지로 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던 2021년 여름의 어느 날이 바로 2022년 12월의 시작을 장식한 세 번째 모녀 해외여행의 시작이었다.


사실 하늘 길이 언제 열릴지 장담할 수 없던 2021년엔 (내가 돈을 벌지 않는 백수이기도, 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대학원생이기도 했고) 그저 언어를 교환하며 으레 말하던 ‘언젠가 갈 거야’라는 말이 실현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잠잠할 만하면 터지는 확진자 수 때문에 MBA의 꽃이라는 네트워킹은커녕 수업조차도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졸업 즈음엔 ‘해외 유학파 우대’ ‘MBA 우대’를 내걸고 당당히 연봉 2600만 원을 제시하는 한국의 회사들 덕분에 여행은커녕 내가 좋아하는 별다방 커피라도 사 마실 수 있으면 다행이겠구나 싶었던 때였으니까.



무사히 취업의 문을 넘어 직장생활을 하던 2022년 9월, 팀원 모두가 여름휴가를 떠나도 땀나는 여름엔 무조건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일하는 게 최고라고 (그러면서 무슨 방콕을 가겠다고) 사무실 토템처럼 꿋꿋이 출근했던 나는 가지고 있던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 두 사람 분의 방콕행 티켓을 끊었다. 고작 며칠 쉬었다 온 것뿐인데 한껏 밝아진 사람들의 얼굴빛이 퍽 좋아 보였다. 종강과 동시에 출근해 직전 직장을 퇴사하던 2020년 11월 이후로 제대로 ‘쉰’ 적이 없었던 나에게 제대로 된 쉼표를 찍는 것이 절실했던 순간이었다. 아직 코로나도 끝난 것이 아니고, 왔다 갔다 힘드니 국내여행을 가는 것이 어떠냐는 엄마에게 대학교 때부터 쌓인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 2022년에 다 써야 한다며 굳히기에 돌입했다. 격리에 검사에 힘들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나가지 않는 지금이 여행의 적기라고, 설득에 설득을 더했다.


태국을 여행하기 좋은 건 11월부터 2월이라던데, 11월 초는 너무 이른 감이 있고, 11월 중순에는 김장을 해야 해서 안되고, 건강 검진이다 뭐다 해서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팀원들의 연차로 가득한 11월 대신 결국 최종적으로 12월 2일이 낙점되었다. 12월에 갈 여행을 무슨 9월부터 준비하냐 싶겠지만, 마일리지 티켓은 내가 가고 싶은 날 들어간다고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자그마치 1주일을 통으로 비우는 휴가였기 때문에 heads up 은 이르면 이를 수록 좋은 법이었다. 고작 비행기표 하나를 끊었을 뿐인데, 이미 내 마음은 방콕에 가 있었다. 3개월 사이에 새로운 변이가 나와서 다시 하늘길이 막히지 않길 바라며, 매일 아침 관련 뉴스를 찾아보며, 10월에 호텔을 예약하고, 11월에 여행 계획과 투어/체험을 예약하다 보니 어느새 12월 2일 아침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방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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