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오랜만에 연락온 동생이 있었다. 연애 상담이었다. 자기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남자는 애정표현을 많이 한다고 했다. 보여지는 직업도 그럴싸해보였지만, 아줌마들은 안다. 보여지는 것과 내재된 것들의 그림자 같은 것들을.
거두절미하고 팩트체크만 하면 많은 것들이 분명해진다.
-여자는 평소 애정표현을 많이 듣지 못했던 케이스
-오랫동안 연애중이지만, 중요한 사람들에게 비밀로 연애하기를 원함
-남자는 항상 달콤한 애정표현과 말로는 결혼준비까지 다함
-실제는 전혀 그런게 없고, 연애 방식을 보면 여자가 다 맞춰주고 있음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쓸 수 없지만, 얘기듣자마자 손절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참에라도 알게 된게 정말 신의한수다, 너무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어 팩트체크로 동생에게 정리를 해줬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러면 어떻게 남자가 행동할건지도.
동생은 다행히 정신을 차렸고, 잘 헤어졌고 역시나 질이 좋지 않은 남자였던게 후일 밝혀지게 되었다. 보여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어떤 말을 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아줌마가 되고나니, 그런 입바른 소리는 그냥 귀에 담기지도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돈과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
-그 사람의 유튜브 알고리즘 카테고리들
-예상치 못한 좋은 상황/나쁜 상황을 대하는 태도
-상대가 잘되거나/안될때 보이는 태도
-대인관계가 어떤 식인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이런 부분들을 보는게, 쓸데없는 감언이설 같은 말보다 훨씬 더 간단 명료하다. 특히나 딸은 정말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게, 너무 애정이 결핍되면 이런 부분들을 분간하는게 어려워진다. 쫄쫄 굶은 아이는 당장 주어진게 라면 부스러기라도, 썩은 과일이라도 먹고 배를 채우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채워진 배만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좋은 식사를 한 아이들은 썩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 나쁜 음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학원 하나 더 다니게 하는 것보다, 부모가 서로 친밀하고, 대화를 어떻게 하며, 갈등을 어떤식으로 다루는지 보여주는게 장기적으로 더 나은 자녀교육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