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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Jun 24. 2021

가속되는 불안과 공포,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외계에서  정체불명 괴물의 침공이 시작되는 끔찍한 과거 그날의 회상을 프롤로그로 삼았다. 여전히 소리를 내면 괴물이 나타나서 위기에 처하고 목숨의 위협을 받는 알려진 전편의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 그러나 불안은  치열하고 무서운 속도를 내며 다가온다. 위험은 훨씬  빈번하고 가속되며 불안한 고요함은  끔찍하다.



<사진 제공- 파라마운트 코리아>



발소리를 완충하기 위해 준비된 모래 길을 에보트 가족은 신발 없이 걷는다. 붕대가 감긴 가족들의 피 묻은 맨발은 고난의 연속을 상징하듯 반복적으로 보인다. 길 위를 뒹구는 마른 이파리마저도 조심스럽게 숨을 죽이며 보게 된다. 전편의 생존 터전이 망가지고 아버지(존 크래신스키)까지 잃은 가족들은 결국 길을 나서며 이웃이었던  에밋(킬리언 머피)이 살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공동체의 유대가 사라진 세계에서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의 부상과  요람 속 갓 태어난 막내의 생존은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그들의 피난처가 되는 용광로 걸쇠에 걸려 있는 수건도 반복적으로 보인다. 반복과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소리는 플롯의 핵심이 된다.




1편은 에보트 가족의 부모가 변해버린 세상에서 자녀를 보호하는 생존을 위한 삶을 그렸다. 2편은 레건(밀리센트 시몬스)과 마커스(노아 주프)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삶에 맞서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족은 슬픔에 빠질 틈도 없이 아빠처럼 용감해져야 하는 레건과 두려움에 떨면서도 동생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을 가진 소년 마커스에게로 이야기의 중심이 이동한다. 매건의 무모해 보이지만 적극적 행동의 인류애는 결국 가족이 죽은 후 체념한 삶을 사는 에밋도 설득한다. "Beyond the Sea" 노래를 송출하는 섬으로 함께 향하게 된다.




<사진 제공 - 파라마운트 코리아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청각장애를 가진 딸 레건의 입장으로 소리의 전환이 인상적이다. 카메라가 인물들 사이의 전환을 하면서 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 장면들이 있다. 소리는 긴장을 조율하며 과장된 사운드로 인한 공포를 조성하기도 한다. 소리의 제거는 레건의 믿음이 깨졌을 때나 위험을 직면했을 때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혼란함을 완벽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에보트 가족이 혹은 레건과 에밋이 어디로 가고 왜 가는지의 이야기보다 장면 장면의 긴장감이 영화의 성격을 더 뚜렷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끔 영화적 언어가 시각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35mm 필름으로 출력된 영화는 질감을 더 효과적으로 살렸다. 아이맥스로 관람했기에 초반에 뿌옇게 흐려지는 장면 때문에 내 눈을 의심하기도 했다. 같은 샷 안에서 카메라에 잡힌 인물들 간에 원근감을 주기 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흩어진 곳 세 가지 상황을 연출하여 편집한 것은 더 치열하고 감정적으로 흥분시킨다. 그렇게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던 세상은 절망에서 한걸음 발을 떼서 희망으로 가는 듯했다. 1편의 신선한 설정으로 관객의 마음을 빼앗더니 2편엔 에보트 가족 이외의 인물인 에밋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3편의 이야기로 달려가는 명료하고 매력적인 중간다리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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