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이 작년 할로윈 시즌에 낸 책인데 우리나라에선 올해 11월 15일에 발간되었다.(황금가지 출판사)
최근 스티븐 킹의 원작 영화 <닥터 슬립>을 보았고 올해는 리메이크된 <공포의 묘지>와 <그것 2>를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주로 그의 소설은 공포, 호러 장르인데 이 소설은 왠지 말랑하고 큰 글씨에 200여 페이지 두께라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 간결체 대가의 문체를 잘 살린 번역이 한몫한다. 책장을 넘기면 <리처드 매드슨을 추모하며>란 장이 있다. '나는 전설이다"로 알려진 SF 작가 리처드 매더슨의 '줄어드는 남자(1956)'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포틀랜드 토박이 출신 작가인 스티븐 킹은 데리, 캐슬록, 예루살렘의 롯을 주로 배경으로 하는데 이번 소설은 캐슬 록이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이혼한 웹 사이트 디자이너인 스콧은 매일 체중이 점차 줄어든다. 무게가 줄어듬에도 물리적, 외향적인 변화가 없고, 식욕이 좋고 실제로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심지어 그는 옷을 입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을 때도 무게가 동일하다. 탄탄한 공화당 지역에서 레즈비언을 기꺼이 용납하지만 결혼한 레즈비언은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디어드리와 미시가 운영하는 홀리 프리홀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는다. 스콧은 지역 축제인 터키 트롯(12km 달리기 대회)에서 디어드리와 내기를 한다. 스콧의 선의의 행동은 위기에 있던 홀리 프리홀의 운영에 도움이 되었고 의사 부부와 미시, 디어드리 부부와의 저녁 식사에서 자신의 몸무게가 0이 되는 날인 zero day가 다가옴을 고백하고 디어드리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Zero Day가 도착하고 스콧은 완전히 무중력 상태가 된다. 디어드리는 스콧을 잔디밭으로 데려가서 휠체어에서 풀어준다. 스콧은 지구와 우주로 떠내려 가면서 스카이 라이트를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로 발사한다.
스콧의 고통의 근원을 밝히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의 몸무게의 감소를 멈추거나 늦추려는 시도에 관한 것이 전혀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 원인을 찾지 않는다. 자신의 삶이 정해진 시간 동안 작게나마 캐슬록의 편견과 차별에서 레즈비언 부부의 가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 디어드리가 가진 본연의 모습대로 살게끔 도와준 따스한 시선이 있다. 스콧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두려움보다는 감사로 채워져 있다. 트럼프 시대에 혐오와 차별이 가져온 미국 사회의 균열을 치유하려는 시도이다. 전지전능한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배 나오고 등치 큰 이웃집 아저씨가 터키 트롯에서 보여준 스포츠맨십이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터키 트롯의 과정은 날씨처럼 드라마틱하게 그려졌다. 스콧의 행동은 마을이 잊고 있던 평등에 대한 정신을 각인시켜주고 경계를 넓혔다. 선한 정신이 가진 순기능이다. 재치와 존엄성을 가지고 사는 법을 배우는 특별한 상태의 평범한 사람인 스콧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스티븐 킹은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공을 들인다. <고도에서> 역시 주인공인 스콧, 지역 주민인 닥터 밥과 마이라 부부, 레즈비언 커플 디어드리, 미시 등등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적 특성까지 쉽고 세밀하게 그렸다. 스티븐 킹이 영화적으로 성공한 <샤이닝>을 싫어하기도 한 이유가 캐릭터의 주요 성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은 활발한 트위터리안이다. 거의 매일 게시물을 남긴다. 영화나 책에 관한 코멘트를 남기고, 그를 뺀 나머지 1/3 정도의 지분은 트럼프를 향한 비난이 주를 이룬다. 이 책에도 그의 이름은 등장한다. 또한 소설에 이스터에그처럼 곳곳에 자신의 전작에 대한 걸 언급한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