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글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 지, 한 달이 지나서 드디어 노트북을 열다. 정초부터 코로나와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로기 상태가 되어 내 인생에서 가장 쉽고 하찮았던 건강이 중요한 코드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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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체력회복을 위해서 아주 진지하게 기본 비타민은 물론이고 일생에 세 번만 먹으면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는 소문 많은 흑염소와 홍삼과 소고기를 매일 먹으며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다썼다. 그리고 다시 건강을 되찾고 나서야! 이렇게 온전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체력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것은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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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얻은 성과는 실적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내 의식 언저리에 낮게 깔린 매달 매달 채워야 하는 실적에 대한 압박과 부담감을 늘 나는 벗어던지고 싶었던 자유롭고 철없던 영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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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코로나로 격리가 없어져 출근은 하였으나 상담이 되지 않았다. 오전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오전 출근을 했다가 퇴근하고를 반복하며 아무런 힘이 없는 자신이 더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우울한 절망감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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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을 망한 달로 마음을 먹고 마음을 비웠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행복주의자인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시험하고 싶었다. 진짜 마음을 비웠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말이다. 물론 현실의 한계로 인해 마음을 비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어디로 인도하시는지 주님의 손길을 극명하게 느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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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주까지 꼴등이었다. 전체 꼴등이었고 세번째 주까지 넘어가며 다시 실적을 회복했다. 체력을 회복하는 시기도 그즈음이기는 했다. 이에 따라 직업의 특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말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건강은 큰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능력의 한 부분이 건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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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축을 할 수는 없을 정도의 다음 달 생활비까지를 마감으로 한 달을 보내고 나며 소회가 깊었다.
가장 큰 성과는 더욱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안달복달하지 않아도 성실하다면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며, 건강이 주는 감사와 행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을 믿는 내게는 신이 주시는 일용할 양식의 축복에 충만하고 행복했다. 아픈 나로 인해 새로 가게 오픈을 앞두고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마음 울리게 걱정해 준 연인에게도 고마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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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년 우리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온다. 시간이 지나면 가마득히 잊어버리곤 하는 일들이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유한성으로 인해 불안정한 우리는 마치 지구가 무너지기로 작정 된 일을 겪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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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드시 꼭 이 어리석은 반복을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또한 많은 사건을 경험하면서 좀 더 놀라는 일들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인생이 이런 거라고 알았다면 이제는 '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 라고, 인식하면서 살아가기로 한다. 신앙을 가진 나에게 갖춰지는 소양이기도 하는 이 의식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기로 하고 더는 두려워하지 않기고 하며 더 염려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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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더구나 본능을 이기는 의식을 만드는 과정도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만도 않다. 주도면밀하게 위기의식을 빨리 감지하고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하는 순간도 역시 인생에는 있다. 특히 직업상 그런 경우가 있는데 그외에는 오히려 느린 듯 느긋하게 고민하고 대처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고 문제를 꼬이지 않게 하였으며 순탄하게 형통하게 흘러가게 되곤 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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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선두에서 시작하였다. 그리고 선두를 달리던 어제의 동료는 오늘 중하위를 맴돌고 있다. 늘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었다. 직업 자체의 특성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인생이 있기도 하고 월급제의 공무원 인생이라 하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기도도 하며, 정말 편안한 직장이라 하더라도 그의 삶이 오르락내리락하기도도 하며, 그의 삶마저도 안정적이라고 한다면 그의 내면이라도 오르락내리락하는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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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의 삶을 오르락내리락하게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인생을 최대한 평탄하게 형통하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비결은 외부의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 자신의 마음속 불협화음조차도 평온한 바다로 만드는 힘이 있다면 그 인생은 만족한 삶이 될 수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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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바다로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으로부터 온다. 걱정해봤자 소용없다는 결론을 얻었을 때 온다. 불안해하면 문제를 더 이성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온다. 불평과 불만을 말하면 더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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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젊은 날엔 행복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젊은 날엔 너무 건강하여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조심하고 겸손하기 어려운 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많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간혹 지혜로운 자는 젊은 나이에도 간접적인 지식을 자신의 지혜로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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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시련은 자신을 내면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선물이다. 내면이 강해질수록 인생은 평온해진다.
인생의 시련은 누구나 주어진 과제이다. 누구나 주어진 과제를 어떤 사람은 온갖 불평과 불만과 부정적으로 풀어가고 어떤 사람은 조심조심 꼬인 문제를 긍정으로 생각하고 웃으려 노력하며 풀어간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행복은 물질적 안정과 함께 내면적 안정을 이루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