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성 Feb 11. 2019

'레저'와 '스포츠'의 차이

비전공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Google 사전에 따르면, 레저와 스포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레저, leisure
일에서 해방되어 휴식하거나 즐길 수 있는 시간. 또는 그 시간을 이용하여 노는 일


스포츠, sports
여가 활동이나 경기, 체력 단련을 위하여 하는 신체 운동.


우리는 평소 ‘레저’와 ‘스포츠’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편리함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또 해당 운동종목이 레저와 스포츠를 혼용해도 큰 차이가 없을 때 그러한다. 예를 들어 승마체험이나 강에서 즐기는 레프팅은 레저활동에 속하지만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마(말을 타고 일정한 거리를 달려 우열을 가리는 경기) 또는 레프팅 대회가 열릴 때는 스포츠라고 표현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경마와 승마체험


그러나 나는 레저와 스포츠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레저(여가)라고 불리는 것에는 영화관람도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관람을 스포츠라고 부르지 않는다. 반대로 축구 또는 농구를 스포츠라고 표현하지 레저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레저와 스포츠는 혼용해서 써도 괜찮을 것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다음과 같이 '본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레저의 본질을 휴식에 둔다면 유도·스쿼시·복싱 등 격렬한 활동들은 레저에 속하기 어렵다. 반면에 스포츠의 본질이 경쟁이라면 동굴탐사·열기구·패러글라이딩 등은 스포츠라고 부르기가 어렵다. 때문에 스포츠라 불리는 모든 활동들을 레저라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레저활동에 속하는 모든 것들을 스포츠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나는 레저와 스포츠를 구분하기 위해서 ‘참여목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즉 여가를 이용해 놀이나 오락, 취미 등 가볍게 즐기는 목적이라면 레저에 속하고, 신체적·정신적 단련을 위한 목적 또는 직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하려는 목적이라면 스포츠로 구분한다. 따라서 자신이 해당 운동종목에 참가하는 목적에 따라 레저가 될 수도 있고 스포츠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스키를 좋아하는 A와 B 두 사람이 있다. A는 1년에 한두 번 스키를 즐기기 위해 스키장을 방문한다. 잘 타려는 욕심보다는 스키장의 분위기와 경치, 혹은 산 위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올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좋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은 잠시 잊어버리고 휴식이라는 감정을 만끽하기 위해, 슬로프 정상에 올라 넓게 펼쳐진 장관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자 스키장을 방문한다.


B는 겨울 내내 스키장에서 활동하는 스키강사다. 스키강사인 B에게 스키라는 운동은 생계유지의 수단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고, 남과 비교해보고 싶어서 매년 기술권대회에 참가한다. 이를 위해서 강습 시간 외에는 체력 단련을 꾸준히 한다. 또한 스키와 관련된 이론적인 공부도 틈틈이 하고, 스키교육 연수도 참가한다. 훌륭한 지도자를 꿈꾸는 B는 이러한 모든 행위를 '의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스키’운동이라 할지라도, A에게 스키는 레저(여가활동)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B는 다른 강사들과 경쟁해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하면 손님들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경쟁하는 스포츠와 다름없다. 이처럼 참여하는 목적에 따라 해당 종목은 레저로 불릴 수도 있고 스포츠라고 불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레저와 스포츠를 동일어로 사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우선 레저와 스포츠는 각각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구분 지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레저를 ‘여가·휴식’, 스포츠는 ‘경쟁’이라고 본다면, 영화관람·승마체험은 레저에 속하고 스포츠가 될 수 없다. 다만, 밥도 먹지 않고 연속으로 누가 더 많은 영화를 볼 수 있는지 승부한다면 스포츠로 볼 수는 있을 듯하다.


그리고 동일한 종목이라 할지라도, 참여하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레저’와 ‘스포츠’로 구분될 수 있다. 누가 봐도 스포츠로 보이는 야구나 축구를, 기껏해야 1년에 1~2번 스트레스를 풀고자 한다든지 아니면 경기장에서 맥주 마시며 관람으로 그친다면, 그에게 야구나 축구는 레저 즉 여가활동에 불과하다.


어쨌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레저와 스포츠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고, 또 별다른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하는 것이 편리하기도 하다. 업계에서 일하는 종사자 또는 관련 연구원들만이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꼭 구분해서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거나 다른 차선책을 강구한다면, 좋은 용어가 있다.


레저스포츠


레저스포츠(leisure sports)라는 단어다. 구글 사전에 따르면 ‘여가에 레저를 겸하여 행하는 스포츠’라고 표현되어 있다. 무슨 뜻인지 잘 이해되질 않으나 의역하자면, ‘여가 성격을 띤 스포츠’를 의미하는 듯싶다. 즉, 관광·영화관람·여행·미술관·유적지탐방 등을 아우르는 레저의 범위에서 신체활동과 관련 없는 것을 제외하고, 스포츠에서는 과한경쟁·생계유지 등이 아닌 오락과 취미 성향을 띈 것들을 추려내 합친 것이 레저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레저스포츠
-레저 범위에서 신체활동과 관련 없는 항목 제외(관광, 여행, 영화관람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며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 제외     
⇨ 여가시간에 취미나 오락으로 즐기기 위한 스포츠
ex. 번지점프, MTB, 클레이사격,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웨이크보드, 스킨스쿠버 등


물론 레저스포츠에 속하는 종목들을 정확하게 스포츠와 구별 짓기는 어렵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목적’으로 분류하면 레저스포츠도 충분히 스포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저스포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적어도 영화관람·관광·여행 등은 제외할 수 있다. 레저와 스포츠를 섞어 씀으로써 발생되는 혼란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레저와 스포츠를 사전적 개념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고,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편리하게 혼용해서 쓰는 사람도 있겠다. 나는 엄격히 구분해서 사용하지는 않고 혼용해서 쓰는 편이다. 타인과 대화할 때 맥락에 맞고, 의미가 잘 전달되면 문제없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저강사로서 레저업에 몸을 담고 있으면 자신만의 구분 기준, 한 가지는 있어야 싶어 글을 써서 정리해봤다. 혹여 강습생이 ‘선생님, 레저랑 스포츠는 같은 말 아니에요? 차이가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어버버’ 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PS. 스포츠강사? 레저강사?

뭐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까. 찾아보니 그렇다할 명확한 개념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강사가 응대하는 ‘손님의 유형’으로 구분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손님의 목적이 레저(취미 또는 오락)에 가깝고 그들을 가르친다면 레저강사, 반대의 경우라면 스포츠강사. 또한 자신이 속한 그룹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레저산업에 속하는 승마체험에서 손님을 응대하면 레저강사, 스포츠에 속하는 축구 관련 학원에서 일한다면 스포츠강사. 스키강사는 어디에 속할까. 가볍게 즐기러 오는 손님들을 가르칠 때는 레저강사, 스키 자격증을 취득하려거나 실력을 향상하려는 손님을 가르칠 때는 스포츠강사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전자의 비중이 훨씬 높으니, 레저강사.



작가의 이전글 이런 강사에게 배우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