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환학생기] 77. 출국
민박집에서 짐을 모두 갈무리한 후 민박집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드디어 출국길을 나섰다. 이 짐을 들고 어떻게 또 공항까지 갈지가 걱정이었다. 택시를 탄 후 오페라역에서 공항버스를 타기로 했다. 파리 택시는 별로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길거리에서 잡은 택시 기사 아저씨는 친절하셨고 내 짐도 손수 트렁크에 실어주셨다. 오페라역에 도착한 후 공항행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깨끗했다. 20-30여분을 달려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했을 때와는 너무 다른 공항이었다. 허허벌판에 버려진 느낌이었다. 겨우겨우 사람들을 따라, 안내판을 따라 출국장에 도착했다. 나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했다. 한국어 억양이 귀여운 프랑스 아가씨가 내 수속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 짐이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추가 요금을 내야 했다. 마일리지가 없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있을 리 만무했다. 살면서 비행기를 타본 것도 두세 번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념품이나 옷을 버릴 순 없었다. 추가 요금 40만 원을 지불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았다. 옷이나 이불은 버리는 편이 이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40만 원을 들여 잼과 같이 만 원도 안 하는 각종 프랑스산 기념품들을 고이 가져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내가 내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프랑스였으니까.
세 개의 좌석이 연달아 붙어 있는 자리에서 탑승객은 나뿐이다. 덕분에 다리를 뻗고 누워서 비행을 할 수 있다. 비행기가 뜨니 여러 생각과 감정이 몰려온다. 두려움을 가득 안고 프랑스행 비행기를 탔던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4개월 간의 프랑스 및 유럽 생활이 스쳐 간다.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 나에게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나홀로 집에서 온갖 별짓을 다 할 수 있었던 시간. 장애물 없이 내 생각과 감정에 빠져드는 경험. 미래에 대해 고민해봐도 답이 없던 시간.
스트라스부르. 포르츠하임. 낭시. 런던. 파리. 리옹. 안시. 로마. 피렌체. 베니스. 프라하. 부다페스트. 빈. 잘츠부르크. 니스 그리고 파리.
스트라스부르 식구들. 중국인 친구들. 팀플 친구들. 미대생 동생. 집 세준 커플. 여행 중에 만난 여러 사람들. 그리고 한국에 있는 내 소중한 사람들까지.
Au revoir Paris! Salut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