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사람의 생일이라서 미역국을 한 솥 끓였다. 미역국을 한 솥 끓여 놓으면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해진다. 미역국을 유난히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역국은 중학교 때부터 내가 유일하게 잘 만드는 음식이기도 했다. 엄마의 굵은소금과 진간장 조금만 넣으면 맛이 나는 영양 식사였다. 작년 11월에도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을 물리도록 먹었었다. 6주 정도의 ‘짧은 임신’을 겪고 집에서 몸조리를 해야 했을 때였다. 아주 짧은 임신이었는데도 똑같이 몸이 아프고 아랫배가 뻐근하고 머리가 빠지고 찬바람이 들까 봐 수면양말과 이불을 목까지 덮고 있어야 했을 땐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산’이 아닌 ‘짧은 임신’이란 말까지 고심하며 어떤 방식으로 타인에게 내 아픔을 말할 수 있을지 마음앓이했던 날들도 지났다. 이제 매년 11월에는 고생했던 나에게 미역국 한 솥을 끓여 주기로 했다. (이미 한솥을 다 먹어 치웠다) 생일 기념으로 한 솥 더 끓이게 된 것이다. 같이 사는 사람은 싱겁지만 속이 따뜻해서 좋다며, 한마디 해주고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