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주말에는 외식이 좋다. 평일에 먹던 반찬 다시 먹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음식을 하려고 고심할 필요도 없다. 눅눅한 온도에 땀방울 비집고 나올 만큼 불 앞에 있지 않아도 되고. 중요한 건, 괜히 간단한 조리라도 주방에 서있기 싫은 날이 있다.
동네, 사랑방 김밥집. 테이블 3개가 다 차도 6명 남짓한 작은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 시켜서 오물오물하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5월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앉은자리에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한동안은 가끔씩 오는 이 집 김밥에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찰나의 순간순간들이 저금통에 모인 동전들처럼 마음을 채워준다는 생각을 한다. 스무 살 아현역 근처 길가에서 만난 종교에 심취한 어떤 낯선 이는 동전은 근심이라서 절대 모아선 안된다는 민간 신앙을 나에게 심어 주었다. 그런데 모든 게 동전 같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거대한 사건도 동전 같이 작은 것들이 쌓여서 나타나고, 어떤 커다란 충족도 차곡차곡 쌓이는 마음 없이는 성취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