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밥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갤럭시편지 May 11. 2024

사랑방김밥

비 오는 주말에는 외식이 좋다. 평일에 먹던 반찬 다시 먹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음식을 하려고 고심할 필요도 없다. 눅눅한 온도에 땀방울 비집고 나올 만큼 불 앞에 있지 않아도 되고. 중요한 건, 괜히 간단한 조리라도 주방에 서있기 싫은 날이 있다.

동네, 사랑방 김밥집. 테이블 3개가 다 차도 6명 남짓한 작은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 시켜서 오물오물하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5월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앉은자리에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한동안은 가끔씩 오는 이 집 김밥에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찰나의 순간순간들이 저금통에 모인 동전들처럼 마음을 채워준다는 생각을 한다. 스무 살 아현역 근처 길가에서 만난 종교에 심취한 어떤 낯선 이는 동전은 근심이라서 절대 모아선 안된다는 민간 신앙을 나에게 심어 주었다. 그런데 모든 게 동전 같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어떤 거대한 사건도 동전 같이 작은 것들이 쌓여서 나타나고, 어떤 커다란 충족도 차곡차곡 쌓이는 마음 없이는 성취할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