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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rgo Dec 04. 2018

일본에 취업한 일에 대하여 - 15

17 화에 대한 첨언

- 결국 취업 활동은 정신력 싸움이었다.

  취업 활동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가장 힘들어지는 건 멘탈입니다. 계속되는 시험과 면접, 그리고 평가에 지쳐가게 되면서 '아 이제 더는 하기 싫다, 어찌되든 아무래도 좋아'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거죠. 그 결과 그냥 붙은 회사에 가서 후회한다거나, 막상 중요한 면접에서 판단력이 흐려져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험에도 적용되는 말이긴 합니다만, 특히 일본 취업은 3개월 정도는 진행되기 때문에(잘못하면 반년 이상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 긴 기간동안 멘탈을 관리하고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꽤나 중요합니다. 오죽하면 제가 들었던 어떤 기업설명회에서도 '여러분, 아직 땀이 나지 않을 때 취업 활동이 끝나는게 편하고 좋아요. 여름이 되면 양복은 무지하게 더워요' 라는 식의 농담조 조언을 던져주기도 할 정도니깐요. 한여름에도 양복을 입고 가야 할 정도로 꽉 막힌 일본의 예절, 그 규칙에 고통받으면서 달리기 위해서는 멘탈 유지가 정말로 중요합니다.

  물론, 쿨 비즈라고 해서 여름이 되면 반팔 와이셔츠만 입어도 되게 해 줄 정도의 여유가 일본 기업에도 있긴 합니다만, 일본의 여름은 끈적끈적하고 찝찝합니다.


저도 3개월 정도 야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다보니, 정말 지쳤습니다.



- 내정을 받아도 고민은 계속된다. 그것도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취업 활동을 열심히 하다보면, 수많은 실패 중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올 때가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내정받으셨습니다! 당신은 이제 우리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이 순간, 칼자루는 기업의 손에서 학생의 손으로 넘어옵니다. 이제부터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일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내정을 내준 학생이 자기 회사에 오지 않으면 손해이기 때문에, 내정을 내준 다음에 보채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확답을 주세요? 아니면 내정받았으니 입사 전에 면담을 한 번 합시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정말로 우리 회사에 들어올거니? 다른 회사로 가지 않고?' 를 물어봅니다. 사람 한 명을 뽑는데 기업이 들이는 돈과 수고를 생각하면, 이렇게 보채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자, 이렇게 되면 이제 고민이 하나 생겨납니다. 이 회사를 갈까, 저 회사를 갈까와 같은 고민인 거죠. 단순히 회사들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면 행복한 고민이겠습니다만, 이 고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회사들마다 내정을 내려주는 시기가 다르고, 그걸 확답해달라는 식으로 말하는 시기도 다 다르기 때문이죠. 한 회사는 면접을 보는 중인데 다른 회사에서 내정을 내주고는,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확답을 달라고 한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내정 받은 곳을 고르자니 남아 있는 가능성이 아깝고, 남은 가능성을 선택하자니 확실한 보장을 버리는 모험은 두렵고. 이런 고민은 회사를 고를 때 뚜렷한 기준이 하나 있기보다는 여러 방면을 생각하게 되면 더더욱 복잡해집니다. 저 회사는 이게 좀 더 낫고 이 회사는 이게 좀 더 낫던데...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그 결정에 책임도 스스로 져야한다. 거기에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의 판단력은 좀 더 흐려지기도 하고, 많은 용기를 소모하게 되기도 합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런 상황을 위해서라도 일본에 취업하러 가는 이유 그리고 그 회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 그러니깐 '내가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명확히 해두시면 이런 혼란이 좀 더 줄긴 하겠죠.

한 회사에 내정을 받을 정도의 인재는, 다른 회사에서도 내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민의 시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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