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육아일기가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오늘도 씁니다
남편은 오전 7시 반에 출근한다.
요즘 나는 둘째를 데리고 자는데 오늘은 9시경에 일어난 것 같다. 남편이 어제 빌려준 카드를 달라고 해서 잠시 거실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아이 옆에서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아이가 먼저 내 눈 옆에와 방긋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내 얼굴 앞에서 방그르르 하는 아이 눈을 마주치면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굿모닝~”하며 눈을 맞췄다. 역시나 베시시하며 웃고 있는 애교쟁이 둘째. 한결같이 귀엽다, 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요즘 첫째는 친정엄마와 자고 있는데, 3일 연속으로 잘 자다가 어제는 좀 자주 뒤척였던 것 같다. 새벽 2시, 새벽 3시, 새벽 5시경에는 서럽게 울어 엄마가 우유를 주어 달래셨다고 한다. 새벽에 자주 뒤척인 탓에 첫째는 오전 10시까지 자고 있었다. 사실 미국에선 5개월 차부터 수면교육을 시작해 밤수를 끊었던 아이들인데 한국에 오고 돌이 지난 상태에서 다시 밤중에 우유를 주기도 한다. 이제 아랫 어금니는 물론 윗 어금니와 아래윗니 각각 4개씩 있는 아이들인데 자꾸 밤에 할머니들이 우유를 줘서 걱정이다. 보통 내가 데리고 자는 아이는 잠들기 전 양치를 한 뒤 새벽에 우유를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국에선 돌 전까지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거의 교과서적으로 키웠던 아이들인데 한국에 온 뒤 이런저런 사항이 많이 흐트러진 것 같아 아쉽다. 그중에서도 잘 길들여 놓은 수면교육이 제일 아쉽긴 하다. 사실 아이들 침대가 따로 없어서 분리 수면이 어려웠기 때문이기는 한데 지금은 그냥 가장 예쁜 시기에 잠든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 하나로 위안을 삼고 포기한 부분이다.
요즘 아이들 아침은 대부분 엄마가 챙겨주신다. 아이를 키우면서 먹이는 것과 재우는 게 젤 힘들다고 생각되는데 그 어려운 것 중 하나를 해주시는 분이 옆에 있다는 건 정말 큰 도움이다. 친정 엄마는 애들 먹을 것을 만들어 주셔서 더 큰 도움이다. 엄마의 소고기 뭇국, 시금치무침, 어묵볶음, 멸치볶음, 불고기, 떡국 등등이면 온 가족의 몇 끼가 해결된다. 엄마가 해주신 국물 맛은 따라갈 수가 없는 거다. 미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유식 만들고, 국 끓이고 내 점심 만들고 베이킹까지 하던 나는 한국 와서부터는 설거지만 한다.
오늘은 약속도 따로 없고 미적대는 오전을 보내고 정오쯤 되니 슬슬 추리한 내가 싫어 샤워를 먼저 했다. 매일같이 애들을 데리고 다니다가 오늘은 한 명만 데리고 설렁설렁한 외출을 하고 싶었다. 둘을 데리고 다니다 한 명만 데리고 나갈 계획이면 사실 여러 일들이 줄어든다. 외출 짐도 그렇고, 외출옷 입히는 것도 그렇지만 일단은 마음가짐이 좀 수월하다.
그래 줬음 했지만, 외출 전에 내가 머리를 다 말리기도 전에 둘이 비슷하게 푸푸를 해버려서 또 폴라를 입고 땀이 나게 움직이게 됐다. 둘째는 협조적이었는데, 첫째가 기저귀 가는 걸 저항해 이내 땀이 나버렸다. 휴우. 사실 쌍둥이 육아는 하루도 쉬운 날이 없긴 하다.
한 명만 데리고 나가려니 다른 한 명은 엄마가 방에서 데리고 계셨다. (분명 보면 나가고 싶어 할 테니까.) 요즘은 매일같이 내가 둘을 데리고 양말만 신겨도 얼른 외투 가져오라 신발 신기라 난리들이다. 오늘 외출자의 기준은 먼저 깬 둘째였다. 먼저 일어났으니 먼저 낮잠을 잘 거라는 내 계산이었다.
요즘 평균을 보면 보통 8시경 둘 다 깨고 외출 시간인 12시 반 경이면 둘 다 잠이 든다. 4시간이나 4시간 반 간격으로 졸려한다는 계산인데, 오늘은 웬일인지 그 계산이 통하지 않았다. 집 앞 베이커리, 마트, 올리브영을 다 돌았는데도 잘 기색이 없는 거였다. 나는 포기하고 빵집에서 산 갈레트를 좀 떼어 주었다. 아기도 어른도 역시 처음 먹어보는 맛이 제일 맛있는가 보다. 옷에 부스러기를 묻히면서 잘도 먹는다.
집에 올 때까지 꽤 추웠는데 둘째는 쥐어준 빵을 먹으면서 징징한번 대지 않았다. 고마웠다. 첫째가 잠들었겠거니 했지만, 둘이 통했는지 둘 다 말짱히 깨어있었다. 엄마와 나는 늦은 점심을 먹으며 애들은 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보여줬다. 이것도 돌 전까지는 철저했지만, 한국 오고부터 무너져서 하루에 두 번 정도는 보여주는 것 같다. 어른들 점심 먹을 때와 저녁 먹을 때. 이제 한 영상을 보고 둘이 같이 보는 시기를 지나 각각 기기를 손에 쥐어줘야 하는 시기가 됐다. 그러면서 틀어준 영상을 몇십 초 보다가 다른 영상으로 넘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유튜브가 꺼지면 내게 쫄래쫄래 다가와 “어, 어!” 하며 다시 틀어달라고 요구한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만지작 거리는 손놀림을 보자면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빠르다는 말이 내 아이들을 보면서도 나온다. (뭐 매일 엄마 아빠가 폰 가지고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되도록이면 사진 영상 찍을 때를 제외하고는 갖고 있지 않으려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느지막이 3시경 첫째는 엄마가, 둘째는 내가 각각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낮잠을 재웠다. 미국에서는 각각 방에 백색소음, 슬립백, 공갈 젖꼭지만 준비해 들어가서 책 몇 권을 보여주다 크립에 눕히면 바로 잠드는 아이들이었지만 이젠 잠을 재우려면 기본 30분은 걸린다. 책도 대략 5-6권 보여주고, 같이 누워 뒹굴뒹굴하는 시간이 30분 이상이다. 오늘도 3:10분에 들어가서 완전히 잠든 건 3:50분경이었다. 이렇게 낮잠 재우는 게 힘들어서 요즘의 나는 보통 외출을 해 유모차나 카시트에서 자연스럽게 잠들게 하는 편이다.
돌 전까지는 애들 잘 때 한 번은 꼭 자야 그날의 육아 체력이 회복됐다. 요즘은 애들이 낮잠을 한 번만 자기 때문이 그 시간이 아까워 보통은 책을 읽거나 다이어리를 정리한다. 오늘도 올해 5월부터 쓰기 시작한 Q&A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책을 좀 훑었다. 사실 매일 외출을 하다가 이렇게 낮에 생긴 여유가 오랜만이라 애들이 언제 깰지 몰라 좀 대기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와 건조가 다 된 빨래를 개키고 있는데 엄마와 같이 잠들던 첫째가 먼저 깨버렸다. 잠에서 깨 서럽게 울길래 내가 거실로 데려와 진정시키고 놀아주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요즘 둘째랑 자느라 첫째랑 있는 시간이 좀 줄어든 것 같아 미안하던 참이었다.
엄마에 대한 애착은 첫째가 더 강했다. 그래서인지 수면교육 전 신생아 때도 늘 내가 첫째를 데리고 잤었다. 외출 때와 마찬가지로 놀아주는 것도 사실 한 명의 아이만 데리고 있을 때가 훨씬 수월하다. 한 명의 욕구에 더 집중해 놀아줄 수 있을뿐더러 나의 눈 맞춤이 그 아이만을 향하고 있는걸 아이도 아는 느낌이다. 엊그제 둘을 데리고 OMMO 크레용을 갖고 색칠놀이를 하다가 한 명이 입에 넣어 감춰두었던 크레용을 다시 꺼냈다. 낙서 연습장, 동물 색칠 연습장을 번갈아가며 색칠놀이를 꽤 오래 할 수 있었다. 첫째는 크레용 박스에 크레용 6개를 모양대로 넣었다 빼는 걸 꽤 오래 하며 좋아했다. 칭찬과 참여와 과한 리액션은 아이들과 놀 때 필수사항이다.
이렇게 몇십 분 열정적으로 놀아주면 우리 첫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러 간다. 낮은 하이체어에 앉아 벨트를 껴보려고 골똘히 맞추는 게 그중 하나다. 둘 다 의자에 앉아 벨트를 껴려다 안되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멀리서 그걸 지켜보고 있자니 마냥 귀엽기만 하다. 아이들의 진지함은 어른을 웃게 한다. 둘째가 깼다. 이 아이도 또 서럽게 울어서 방으로 가서 달래고 있는데, 첫째가 성큼성큼 걸어와 방문 사이로 씩 웃는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지 15일이 된 첫째는 자꾸 집안 여기저기를 제멋대로 돌아다녀서 나를 웃게 한다.
쌍둥이라서인지 아이들을 조금 쉽게 키우려다 범보 의자, 보행기에 의지한 기간이 길어서인지 걸음이 둘 다 느린 편이었다. 돌이 지나고도 둘 다 못 걸어서 꽤 초조한 마음이었다가 13, 14개월이 지나고부터는 아이들 속도에 맞게 기다려보자 하고 기다려 주었더니 15개월 중반부터 첫째부터 한 발 두발 떼게 되었다. 바닥이 안전한 매트 위에서부터 엄마 손을 떼고 한 발 한 발 연습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말 한두 발자국이었다. 생후 484일의 일이다. 그러다 다음날 보면 3-4 발자국으로 하루만큼 성장해 있었다. 신기했다. 하루만큼 커 있는 아이들이. 첫째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또다시 일어나고를 반복하더랬다. 매트에서 맨바닥으로 맨바닥에서 다시 매트 위로 올라가는 연습도 그렇게 많이 했다. 이 아이는 정말 끈기가 있구나 했다. 이 나이에 벌써 연습이라는 걸 터득한다는 게 기특했다. 안 되는 걸 여러 번 연습하면 되는구나를 스스로 배운 거였다.
사실 아이들 걸음마 문제로 발달센터도 다녀보고 대근육 발달이 더딘 게 꼭 내 탓 같아서 자책도 많이 하고 속상했던 시기가 있었다. 사실 엄마인 내가 좀 욕심이 많은 편이어서 더 그랬을까. 지기 싫어하는 성향이 아이들에 대한 푸쉬로 이어질까 미안하기도 했다. 걸음이 늦다고 무언가에 뒤지는 게 아닌데 엄마의 조급함과 주변의 우려 한마디가 나를 더 속상하게 한 것 같다. 아이들의 속도는 다 다르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못 걷는다고 속상해한 적이 없다. 역시 오은영 박사님 말처럼 엄마가 문제인가 보다, 생각했다.
앞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걸음마 말고 다른 여러 사항들을 비교 아닌 비교를 하면서 키우게 될 건 분명하다. 다른 아이와의 비교 전에 쌍둥이 엄마로서의 나는 계속 첫째와 둘째는 이렇게 다르구나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인 자매는 사실 DNA를 100% 공유하고 있지만, 정체성이 다른 두 사람이다. 갓 태어나자마자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생김새였지만, 얼굴도 점차 달라져 구분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둘은 자고 싶은 시간도 놀고 싶은 물건도 입맛도 취향도 성격도 다 다르다. 이 두 다른 귀여운 생명체의 오늘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이 자꾸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