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즈맨 Jun 07. 2021

책을 쓰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책을 만들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그런저런 질문을 듣는다. 어떻게 책을 쓰게 됐냐는 질문이  많은데,  안에 있던 이야기들은 모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므로 죄다 말할 수야 있지만, (듣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기꺼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요즘은 다들 바쁘니까  이야기 정도 쯤이야  들어도 그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나로서는 ‘어쩌다보니까라며 6자로 요약한다.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나는 딱히 계획성이란 없는 인간이다. 어떤 일을 할 때면 “해보면 알겠지”라는 말을 주로 써왔다. 조모임 등등으로 사람과 부대낄 일이 많은 학생 시절은 분명 나의 이런 성격에 대해 불편했을 사람도 있었겠다고 생각한다.

열정 있는 대학생 코스프레를 하고 싶은 생각은 리스테린으로 입 속 세균이 박멸되지 않을 확률(0.01%)만큼도 없다. 그러나 요리조리 다시 생각해봐도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이다. 아무래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여지껏 그렇게 “해보면 알겠지”하며 벌인 일들은 운이 좋았다. 스무살 때 만든 글 페이지는 3,000명의 팔로워를 모았고, 어떤 매거진과 서울시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나의 글이 실렸다. 그리고 이 이력을 바탕으로 글과 관련된 대외활동을 하거나, 이성에게 눈길을 끌 수도 있었다. 덕분에 나는 또 다른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경험이 쌓이니 감각이 생겼다. 글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과 싫어하는 글을 분류할 수 있었고, 마침내 나같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비단 글뿐만 아니라 두시간 버스를 타고가야 볼 수 있었던 미술 전시, 없는 살림에서 꾸역꾸역 갔던 1인 여행, 그런 걸 왜 보냐는 말을 들어가며 봤던 영화까지. 실천하고 직접 느끼며 다양한 분야에서 나는 나만의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그것이 없었더라면 <체크>의 표지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목차의 구성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좋아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며 만든 <체크>는 26살까지 내가 쌓아왔던 그리고 갈아왔던 나의 감각들의 집합체인 셈이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원래부터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오글거린다’는 말은 내겐 남들과 다른 감상을 내지 못하는 겁쟁이들의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본인이 시크하다고 생각할진 몰라도, 나로선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 감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밤을 달리며 솔직하게 생각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