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1_이 될 수 있을까?
그날 만난 음악가는 내게 자기 이야기를 해줬지.
앞길이 막막해 무턱대고 모스크바로 유학 갔던 젊은 날,
교수 앞에서 혼자 연습했던 바이올린 곡을 켜는데
몇 소절 되기 전에 '그만그만! 그 곡은 그렇게 하면 안 돼!’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주문대로 겨우 연주를 끝냈대.
고개를 갸웃거리던 교수가 이번에는 아까 하던대로 다시
너만의 연주를 해보라며 한번 더 들어주겠다고 하더래.
'네가 해석한 곡이 훨씬 더 좋구나, 미처 몰라봤다. 미안!'
그 말에 올올 쌓인 설움이 모두 녹으며 눈물이 펑펑 났대.
수십 년 전에 들었던 그 이야기, 지금도 가끔 생각 나.
어느덧 이순(耳順)이라는 60세가 코앞에 왔건만 나는
누군가의 시린 젊음을 보듬어주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자기 분야에 권위가 있으면서 동시에 너그러워지기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