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글쓰기의 퇴고
현재 내가 게임사에서 맡은 직종은 QA다. 글 쓰는 사람들이 많은 브런치에서 손쉽게 비유하자면 '퇴고하는 사람(직종)들'이라 할 수 있다. 글쓰기에서 퇴고는 무척 중요하다. 글의 맞춤법에서 시작해서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의 논리구조는 물론 나아가 글 전체가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이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QA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 유저들에게 전해야 한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 무엇이든 처음 개발된 게임은 걸레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명언을 남기면서 세상에 모든 글쓴이들을 격려했다. 어떤 글이든 처음부터 명문은 나오기 힘들며, 그렇기 때문에 퇴고는 중요하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의 것들을 변경해야 한다면 그 영역에서 버그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 관련 영역은 서버, 클라이언트, 코드, UI 등 광범위하다. QA는 개발된 부분을 테스트하면서 버그 리포트를 통해 개발자에게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을 알린다.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일이 늘어 피곤하겠지만, 그들은 버그가 없는 상황을 오히려 더 무서워한다.
글쓰기의 핵심은 빼는 것. 게임도 덜어내야 한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빼는 것이다. 전체 주제에 맞지 않는 내용이나 과도한 수식어구 사용, 지루하게 긴 글은 독자들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지우는 것인데 이게 참 쓰는 입장에서 어렵다. 자신이 공들여 만든 것을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기 때문이다. 출판사에 편집자가 있듯, 게임사엔 QA가 있다. 아무리 개발이 되었더라도 유저 입장에서 불편한 부분은 가감 없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개발자나 기획자에게 전해야 한다. QA의 임무 중 하나는 리스크 관리임을 잊어선 안된다.
독자 입장에 서기, 유저 입장에 서기
퇴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있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잠재적인 독자들에게 정보, 재미, 감동 등을 주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썼던 글을 세상에 내놓지 않거나 모두 지워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독자 입장에서 자신의 글을 바라봐야 한다. QA도 마찬가지다. 결국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에 걸맞은 돈을 벌기 위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QA는 첫 번째 고객이자 유저들의 변호사라고 불린다. 때론 제삼자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나 전체를 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획을 바꾸거나 없애는 것도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 기획은 기획팀만 하는 것이 아니다.
브런치에서 글 쓰는 우리는 수많은 저장을 통한 다시 쓰기, 맞춤법 검사를 통해 글을 완성해나간다. 때론 퇴고를 위해 모바일로 브런치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났다고 느낄 때, <발행> 버튼을 누른다. 세상에 나간 내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고, 조회수가 오르고, 운이 좋으면 인기글에도 오른다. 그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기쁨은 사실 퇴고라는 고통에서 온다. 어쩌면 QA도 게임사 입장에선 귀찮은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손을 거칠 때 비로소 게임은 하나의 프로그램 그 이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