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가짜 유저로 진짜 유저 이해하기

by 김이난달

나는 누구로 게임하는가

QA의 하루는 수많은 로그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중 내게 할당된 계정들은 내 계정이지만 내 계정이 아니다. 각 캐릭터 세팅만큼이나 나는 다른 유저가 되어 QA에 임한다. 때론 처음 게임을 하는 사람이 되고 때론 아이템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엔드 스펙 유저가 되기도 한다. 컷씬을 건너뛰기도 하고 때론 게임 세계관을 자세하게 읽기도 한다. 게임의 세상은 현실과 비슷하다. 그리고 매일 또는 매 시간, 매 분 다른 사람이 된다. 이때는 다른 감정을 동반한다. 게임을 테스트한다는 건 단순히 버그만을 찾는 작업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람으로 게임을 플레이할지 상상하고 고민하는 일이다.


QA가 만드는 가짜 유저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 입장 또는 중학생 정도도 설명이 이해가 가능한지를 기본으로 삼는다. 이미 불친절한 게임으로 정평이 난 프롬 소프트웨어의 소울류가 아니라면 게임은 근본적으로 친절해야 한다. 현실에서도 아이한테는 어른이 필요한 것처럼 게임 속 유저에게는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QA는 종종 가짜 유저, 페르소나를 만들어낸다. 정해진 시나리오에 맞게 특정 페르소나를 설정하기도 하고, 평소와 같은 테스트 중에 다른 페르소나로 접속하기도 한다. 환경설정 메뉴를 끝까지 파보거나 수많은 장비 아이템을 꼼꼼히 비교하기도 해 본다. 때로는 효율적으로 게임을 하며 건조하게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세계를 탐험해 보면서 디테일을 발견한다. QA는 항상 그 사이 어딘가쯤에 있다. 기계처럼 냉정하기도 인간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 경계선을 매일 걸어간다.


통찰의 페르소나

QA의 일은 단순한 확인 작업이 아니다. 수많은 가짜 유저들을 거쳐서 진짜 유저들에게 다가가는 과정이다. 가상의 누군가의 플레이를 따라가며 진짜 내 플레이를 이해하게 된다. 페르소나를 두면서 '나'라는 세계관의 확장 과정과 가장 인간적인 '나'를 찾는 경험을 모두 가진다. 가짜 유저가 진짜 유저로 되는 과정이다.



내 안의 진짜 게이머

페르소나는 결국, QA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수많은 유저를 상상하고, 그들의 시선을 빌려 세상을 검증한다. 그 과정에서 ‘버그’보다 더 복잡한 존재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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